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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두 얼굴-위선적인 인종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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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트럭운전사와 지지자들. 이들 대다수가 백인들이다.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넘나들며 화물을 운송하는 트럭운전사는 무척 고된 직업이다. 한번 일을 나가면 짧게는 10여일, 길게는 한달여 이상 북미대륙을 돌며 생필품 등을 실어 나른다. 캐나다-미국의 연간 교역량 6,480억 달러의 80%가 트럭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트럭기사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캐나다에는 현재 12만여 명의 트럭기사가 일하고 있다. 한인 중에도 트럭운전에 종사하는 사람이 꽤 있다. 부부가 함께 침식을 하며 운전일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때 수백여 명이 이 일에 종사해 한인협회까지 만들어졌으나 너무도 힘든 직업인지라 지금은 많이들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을 하는 형태는 자기 차를 갖고 운영하는 경우(own operator)도 있고 회사에 고용돼 월급제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0…힘들고 고독한 트럭운전사들이 집단시위에 나서 캐나다의 주요 도시를 온통 흔들어놓고 있다. 이유는 자신들에게는 코로나 백신접종 의무화를 적용시키지 말라는 것. 12만여 명의 캐나다  트럭운전사 중 아직 10% 정도가 미접종(거부) 상태. 이들은 1월 15일부터 캐나다 정부가 자신들에 대한 백신의무화를 시행하자 강력 반발, 전국을 돌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를 출발, 동쪽을 향해 진격해온 이들은 일주일 여만에 연방 국회의사당이 있는 오타와에 도착해 보름여간 도시를 장악한 채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경유하는 도시에서는 많은 지지자들(주로 백인들)이 합세, 대열이 급격히 불어났다. 지지자들 역시 반백신주의자들이다.   

 

 자칭 ‘Freedom Convoy’라 부르는 트럭시위대는 그러나 당초 명분인 백신반대 차원을 넘어 갈수록 위험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시위 현장에서 외치는 구호나 들고 있는 깃발, 표지판에 적힌 문구는 단순한 백신반대를 넘어 정치적 편향과 인종혐오를 부추기는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0…국회의사당 광장에 노상방뇨를 일삼고 어렵게 살아가는 자영업자들을 조롱 모욕하는가 하면, 노숙자들 음식까지 훔쳐가는 이들은 폭도들에 다름 아니다. 나치를 연상케하는 노골적 인종차별  깃발을 흔들어대기도 한다.

 

 일부 과격파는 캐나다에서 우상시하는 테리 팍스의 동상에 국기를 거꾸로 들게 하고 목에 국기를 두르는가 하면 손에 시위팻말까지 들렸고 무명용사 전쟁기념비에서 춤을 추며 난동을 부리는 도를  넘는 행태를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 1월 발생한 미 국회의사당 폭동 같은 의회공격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토론토까지 진출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에 의사와 간호사 등 일선  의료종사자들은  병원 응급실 환자수송을 방해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맞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0…이같은 시위대의 배경에는 백인우월주의자와 극우보수세력이 합세해 시위규모를 계속 키우고  폭력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위를 조직한 핵심인물들은 드러난 정체가 없지만 그동안의 극단적 행태를 볼 때 백인우월주의자들 소행이라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이들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금사이트(GoFundMe)를 통해 모은 돈만 순식간에 1천만불이 넘었다. 이 역시 대부분 백인들이 낸 돈이다.

 

 과격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 생활에 큰 불편이 따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도로를 무단 점거한  트럭과 시끄러운 동조자들 때문에 가게문을 닫아야 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늦게까지 경적을 울려대며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대부분 상가들이 철시한 상태다.

 

 이에 일반시민들의 반응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시위명분이 도대체 무엇이냐. 이제 그만 떠나라”는 목소리가 높다. 오타와 시장은 시 전역에 초유의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0…캐나다 트럭시위는 세계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외신은 “백신반대 차원을 넘어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빨간색 캐나다 국기를 흔들어대는 시위대 모습은 흡사 한국의 태극기 부대를 연상케 해 섬찟하다. 대개 극우보수세력이 시위를 벌일 때는 맹목적 애국주의를 부추기는 국기를 흔들어댄다.   

 

 한편, 시위가 장기화되고 도시가 마비되면서 정부와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에 못마땅해하는 시각이 많다. 정부는 의사표현의 존중과 인권보호를 내세우며 자진해산을 유도하지만 이는 자유보장 차원이 아니라 질서파괴 행위에 대한 수수방관이라는 지적이 높다.

 

 특히 시위참가자 대부분이 백인 운전사와 지지자들이란 점에서 “이들이 원주민이나 소수민족,  유색인종이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란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단기간에 무력을 사용해 강제해산시켰을 것이란 얘기다. 

 

 한 원주민 인권운동가는 “이번 시위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는 매우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다”라고 일갈했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는 긴급회견을 통해 “저들의 만행에 충격과 역겨움을 금치 못한다. 절대로 굴복 못한다”고 큰소리 쳤지만 가시적인 행동은 아직 없다.

 

0…이번 사태를 보면서 캐나다의 인종평등정책에 대해 생각해본다. 캐나다에서 인종이란 말은 꺼내기조차 부담스러운 금기어(禁忌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않다.

 

 Melting Pot을 지향하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는 각 민족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모자이크 문화를 지향한다. 인종차별 행위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백인들 마음 속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 이들은 평소에는 소수민족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듯 대하지만 일단 한데 뭉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달라진다. 집단 우월의식이 유발되는 것이다.

 

 캐나다의 트럭시위는 전 세계에 새로운 모델로 등장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국가에서도 비슷한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백신반대 저항이 자칫 인종갈등 상황으로 변질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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