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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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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1
무수저의 반란-이재명이 돼야 하는 이유

 

 ‘비주류의 비주류’ ‘변방의 장수’. 이재명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말들이다. 그의 정치 여정 무대는 여의도가 아닌 변방(경기도와 성남시)이었다. 10대 시절을 공장에서 보내며 산업재해를 당하고 중·고등학교 학력을 모두 검정고시로 마쳤던 삶의 궤적도 변방이었다.

 

 하지만 장수의 칼날은 변방에서도 예리했고, 때로는 영리했다. 코로나가 확산되자 말많은 사이비 종교집단(신천지) 시설을 봉쇄하고 전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결단력을 발휘했다. 그는 주민들의 뇌리에 ‘일 잘하는 행정가’로 각인돼있다.

 

0…경북 안동 시골에서 5남4녀 중 일곱째로 태어난 그의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그는 청소년 시절 여섯 곳의 공장을 전전했다. 그의 굽은 왼팔은 야구 글러브 제조 공장에서 프레스에 손목 관절을 다친 뒤 손목뼈 하나가 자라지 않게 되면서 얻은 장애다. 그는 지금도 굽은 팔 때문에 차렷자세가 되지 않는다.

 

 그는 ‘고교를 졸업해 공장간부가 되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아버지가 반기지 않았던 공부를 했고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이런 성장배경 탓에 그는 집착과 승부욕이 강하다.

 

 2017년 펴낸 <이재명의 굽은 팔>에서 그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두 사람에게는 한낱 대통령 지위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직무가 필요했다”고 술회했다. “권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0… 사법연수원  수료 후 그는 판·검사의 길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연수생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도 세 끼 굶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한 강연을 듣고 인생 진로를 굳혔다. ‘전태일 평전’ 저자인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습했던 경험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변호사 이재명’ 사무실 책상에는 ‘민생 변론’이라고 적힌 액자가 올려져 있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활동을 하며 노동·인권 변론을 주로 맡았고, 성남시민모임 창립멤버로 참여해 시민활동가로 영역을 확장했다.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파헤쳤다.

 

 성남의 종합병원 2곳이 동시에 폐업해 지역 의료공백이 심각해지자 시민들과 함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에 나선다. 그러나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이 장악한 성남시의회는 주민 발의안을 47초 만에 부결시켜 버렸다. 이재명이 사회운동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정치입문을 결심한 계기다.

 

0…지방선거와 총선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신 뒤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고 이어 재선에 성공한 후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 시대를 앞서가는 복지정책  실현으로 뛰어난 행정가라는 평을 받았다. 경기지사 재직 땐  90%대의 높은 공약이행률과 전임자들이 이루지 못한 ‘전국 광역지자체 만족도 1위’를 달성해냈다.

 

 그는 소셜미디어 활용에도 능숙하고 바둑실력도 수준급이다. 그래선지 정치 판세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포석을 두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서슴없이 말한다.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겠다”(7월1일 대선출마 선언문). 억강부약(抑强扶弱) 대동세상(大同世上), 즉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수적 시각에서 보면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이 쏟아질 법하다.

 

 대동세상은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이상사회다. ‘大同’이란 서로 간에 존재하는 작은 차이를 넘어 너와 나의 구분이 없이 전체가 하나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동사회는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평등이라는 가치와 이를 통한 전 인류적 평화와 통합을 핵심으로 한다.

 

 대동사회는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안정된 삶의 기반 위에서 인간답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사회이다. 보편적 인류애에 근거하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하나 된 세상이다. 다만 그것은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지만 존재한 적은 없는 유토피아다.

 

0…이재명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무수저’에 이름조차 없는 ‘소년공’ 출신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대학 입학식 때 어머니에게 말했다. “내 크게 될끼라. 그래서 엄마 억수로 호강시키 줄끼라.”

 

 인간 이재명의 박진감 넘치는 휴먼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대장동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적 후광이나 계파도 없이 중앙 정치 무대에 다다른 변방 장수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오로지 ‘개인기’로 성장해온 이재명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갈지 궁금하다.

 

 ‘여배우 스캔들’이니 ‘형수 욕설’은 차라리 애교다. 나는 이참에 묻고 싶다. 당신은 과연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욕설도 한번 안하고 성인군자처럼 행동하는가. 매사엔 앞뒤 정황이란 게 있다. 이를 무시한 채 단편적 사실만 놓고 품격 운운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다.

 

0…이재명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개천에서도 용(龍)이 날 수 있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빈곤층의 가장 큰 좌절은 바로 가난의 대물림이다. 이것은 절망이다. 이재명도 됐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 있느냐는 꿈을 줘야 한다.     

 

 당신은 스스로 주류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절대로 주류에 편입될 수 없기에 그쪽에 얹혀서라도 주류 소리를 듣고 싶어서인가. 이젠 변방의 비주류도 당당히 주류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사장)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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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오징어 게임' 출연자 오일남(오영수)과 성기훈(이정재)

 

 넷플릭스(Netflix)의 서바이벌 시리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을 흥미있게 보았다. 시청 소감은  한마디로 온동네 소문날 만하다는 것이다.

 

 게임 시리즈 중 나는 3단계 ‘줄다리기’와 4단계 ‘구슬치기’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으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직전 게임인 줄다리기에서 서로 협력해야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절감한 참가자들은 당연히 다음번에도 각자가 함께 힘을 합하고 싶은 사람을 짝으로 고르게 돼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고른 짝이 협력과 상생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기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돌변한 것이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무자비하고 처절하게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 팀이 된 부부는 차라리 희극이다. 기막힌 역설이다.  

 

 각자의 구슬을 갖고 짝과 시합을 벌여 30분 안에 상대의 구슬 20개를 전부 따면 승자가 되고 지는 쪽은 즉석에서 총살이다. 여기서 인간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파키스탄 출신의 불법체류자 알리를 속여먹는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입학생’ 상우, 아직 지켜야 할 가족이 남아 있는 새벽을 위해 고의로 져주는 지영…

 

 압권은 기훈과 일남이다. 곧 죽을 노인이라고 버리지 않고 끝까지 배려하며 함께 팀을 이루어준 기훈에게 감동한 일남. 네것 내것 없는 ‘깐부’가 되자며 한팀이 된 그를 속여 구슬을 빼앗는 기훈. 처음부터 기훈이 자신을 속이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냥 속아줬던 일남…

 

 이런 상황에서 나같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살아남느냐 총살이냐의 극한상황에서 인간의 양심이란 것이 과연 작동될 수 있을까. 야비하고 잔인한 실험이다.     

 

 0…‘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세계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사람들은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오징어’에 열광하고 있다. 왜 그럴까. 무엇에 공감해서일까.  

 

 먼저, 외국인들에겐 이색적이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다양한 게임, 한국 드라마 특유의 약자에 대한 배려가 드러나는 휴머니즘,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높이는 현실감 등이 흥행 요소로 작용했다는 게 외신 분석이다.

 

 게임이 벌어지는 공간과 계단 등 시각적 디자인이 살벌한 데스게임(Death Game)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그것도 아이들이 하는 게임으로 목숨을 거는 싸움을 하는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아이러니와 충격을 던졌다.

 

 드라마는 극한경쟁에 몰린 현대인의 상황을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와 결부시켜 잔혹한 죽음의 게임으로 탄생시켰다. 여기엔 계급·계층의 단절과 갈등에 대한 비판의식이 들어 있다. 2년 전 세계를 휩쓴 ‘기생충'처럼 빈부격차를 바라보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0…게임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회에서 낙오된 자들이다. 이는 빚 없이 사는 사람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감정 이입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게임에 진 사람이 죽음을 맞는 규칙은 현실에서도 다르지 않다. 실패한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파괴를 겪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하지만 극한상황에서도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이 탈북여성, 병든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손을 내민다. 공동체가 살아남기 위해선 소외되는 사람이 없이 연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에서 ‘징검다리 게임’이 작품의 주제와 가장 닿아있는 상징적인  게임이라고 말한다. 즉 먼저 가는 사람이 길을 터줘야 뒷사람이 갈 수 있다는 것. 어느 누구도  보통사람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기훈(이정재)도 남의 도움을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다리를  통과한다.

 

 게임에서 살아남은 기훈과 상우(박해수)가 말다툼을 벌인다. 상우는 자신이 죽도록 노력해서 이겼다고 하지만, 기훈은 ‘죽은 유리공 덕에 다리 끝까지 살아서 간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루저’의 헌신과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 이 사회의 승자는 결국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것이고, 그 패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루저들의 얘기다.

 

 0…황 감독이 ‘오징어’를 처음 구상하고 각본을 쓴 건 13년 전. 그가 경제적으로 힘들어 거의 만화방에서 살았던 때였다. 당시 그가 ‘오징어’를 영화로 만들어보려 했을 때 어떤 제작자도 나서지 않았다. 낯설고 난해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황 감독은 말한다. “10여 년 만에, 이 말도 안 되는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이 어울리는 세상이 됐다. 현실감 있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 것이 차라리 서글프고 슬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의 불균형이 더 심해졌다. 금융·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뛰어오르면서 가진 자들은 훨씬 더 많이 갖게 됐고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사람들은 삶이 더 고단하고 힘들어졌다고 생각하며 더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상이 됐다. 오징어 게임에 더 공감하기 쉬운 세상이 된 것이다.

 

0…황 감독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오징어 게임’ 속 게임장보다 더 못한 곳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역설적 장치다. 게임장 내에는 꼼수와 반칙을 응징하는 ‘형식적 평등’이라도 있지만 이 세상에선 각종 편법과 찬스로 얻는 기회와 이익이 처벌되지 않고 있다. 그런 것을 꼬집고 싶었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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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7
고대, 호남, 해병대-얽히고 설킨 한국사회 인맥

 

               
▲거미줄처럼 얽힌 한국의 인맥

               

 학연, 지연, 혈연  등 연고(緣故)에 유난히 애착이 강한 한국인의 인맥. 그중에도 가장 잘  뭉치기로 유명한 3대 집단이 있으니 바로 고려대 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 전우회가 그것이다. 이들의 결속력은 정평이 나서 세계 어딜 가나 끈끈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한때 세간에서는 이들을 한국의 3대 마피아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새로운 그룹들이 등장하면서 결속력 풍경이 사뭇 달라지기도 했지만 이들 3대 집단의 단결력은 아직도 끈끈하다.    

 

 나는 이 중 두 그룹(학연, 군대)에 속해 있다. 혹자는 충청도 출신인 나의 말씨가 호남 같다고 해서 3개 집단에 다 속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단체장 정도는 쉽게 꿰찰 수 있겠다고. 결속력 강한 이들 집단에서 강력히 밀어주면 되니까.  

 

0…이들 집단의 공통적인 특징은, 꾸밈없이 소탈하고 단순 소박하면서도 자기 색깔과 주관이 비교적 뚜렷하고 의협심도 강한 편이라는 것이다. 주변에 이들 집단 출신 사람을 보면 대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20여년 전, 내가 이민을 온다고 하니 친구들이 말했다. “결속력 강한 집단에 둘씩이나 들어 있으니 걱정 없겠구나. 선후배가 도와줄 것 아닌가.” 과연 낯선 땅에 발을 디디니 부담없이 빌붙을 곳은  동창회와 전우회였다. 이들을 만나 학번과 기수(期數)를 주고 받으면 쉽게 말문이 트였다. 무슨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말벗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이처럼 한국인은 어떤 형태로든 인맥(人脈)으로 얽혀 있다. 자신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출신고향,  학교, 심지어 성씨(姓氏)까지 거미줄처럼 짜여져 있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탄탄한 인맥을 갖추고 있으면 사업에도, 직장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

 

0…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5%가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공한 사람의 85%가 인맥으로 성공했다 하고 능력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은 1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인맥 관리는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다. 

 

 인맥이 풍부한 사람을 보통 ‘마당발’이라 하는데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마당발이 될 수 없다. 또한 대체로 명랑 쾌활하고 긍정적이며 말주변도 좋다. 모임에서는 상대방의 장점을 주로 부각시키며 남의 실수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웃어 넘긴다.

 

 마당발은 가급적 자기 색깔을 죽이고 주변 환경에 순응한다. 성격이 까탈스런 사람 주변에 사람이  모일 리 없다. 마당발은 다방면의 사람을 두루 알고 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잘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모임을 여러 개씩 갖고 있고 모임에 참석하느라 늘 분주하다.

 

 마당발의 또 다른 특징은 두 개 이상 모임이 겹쳤을 때는 한 곳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고생스러워도 양쪽 모두를 택한다는 것이다. 여러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려면 몸도 건강해야 하고, 수중에 돈도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지식도 있어야 한다. 무식해서는 마당발이 될 수 없다.

 

 여러 특징 중에도 마당발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것’이다. 자신의 호주머니를 여는데 인색한 사람에게 사람이 따를 리 없다.

 

0…사람만 많이 안다고 마당발이 되는 것도 아니다. 평소 인맥관리를 잘해야 한다. 매너좋게 사람을 대하는 것은 기본이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서도 잘 기억하고 나중에 만나도 오래 만난 사이처럼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당발인 사람은 노후에도 외롭지 않고 삶을 생동감있게 보낸다. 인맥을 적절히 잘만 활용하면 고단한 인생길에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맥에 사심(私心)이나 흑심(黑心)이 개입하는 것이다. 특히 공직자가 특정업무에 오래 몸담다 보면 여러 사람을 알게 되며 거기서부터 문제가 싹튼다. 흔히 논란이 되는 전관예우(前官禮遇)란 것도 그것이다. 한국의 고위 공직자들 다수가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0…인맥사고는 몇 사람만 거치면 다 연결되는 단일민족사회의 고유한 특징이다. 다민족 사회인 캐나다 같은 나라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 기껏해야 정치인이 가족관련 사업을 도와주거나 친구를 측근으로 기용하는 정도다.   

 

 지금 한국은 이름도 요상한 ‘화천대유’란 회사로 벌집 쑤신 듯 요란하다. 이는 한마디로 얽히고 설킨 인맥의 축소판이다. 대학 선후배, 검찰, 변호사, 기자 등이 거미줄처럼 엮여져 있어 도표로  설명하지 않으면 선뜻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알려진 자가 법조기자 시절 출입처 검사들과 맺은 인맥이 이리저리 가지를  쳐서 뿌리까지 내려간 사건이다.   

 

0…한국에선 무슨 비리사건이 터졌다 하면 영락없이 인맥으로 연결되는데, 요즘은 특히 검찰과 언론사 기자들의 인맥 고리가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출입처를 오가며 대학동문 등으로 인연을 맺은 뒤 이것이 이해관계로 발전해 마침내 사회의 암적(癌的) 존재로 타락한 것이다.

 

 인맥과 정보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는 사람들. 마당발이 흑심을 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마당발의 덕목 중에 ‘사심 없음’이 추가돼야 할 이유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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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30
왜 자유당은 없는가-캐나다 선거와 한인 정치인

 

 세계 어디나 비슷하지만 선거 때는 특정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게 된다. 후보자 개인이 좋아서 표를 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한다. 특히 캐나다처럼 다민족 사회인 경우엔 더욱 그렇다. 워낙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기 선거구의 어느 누가 후보자인지 모른 채 정당만 보고 투표를 하게 된다.

 

 지난 9.20 연방총선에 우리 가족도 모두 투표를 했지만 선거구 후보자들의 면면은 모른 채 그저  지지하는 정당에 표시를 했다. 길거리 잔디밭에 꽂혀있는 사인판만 보고 투표한 것이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은 후보자 개인의 인품과 성향을 상세히 파악한 후 투표할 수 있지만 캐나다에선 웬만큼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는 한 그것이 쉽지 않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당의 대표가 누구냐이다. 각 당 리더의 역할이 70% 이상이며 여기서 정당의 승패가 판가름난다. 다음은 정당의 지지도이고 후보자 개인의 자질은 세 번째 정도다.

 

 특히 캐나다같은 내각책임제 하에서는 당 바람(黨風)이 매우 중요하다. 당풍이 불어 정치신인들이 거물들을 제치고 당선되는 사례를 숱하게 목격한다. 3년 전 온주총선 때 정치신인 조성훈 보수당 후보가 4선의 현역 중진의원(자유당)을 제치고 당당히 당선된 것도 보수당 바람에 힘입은 바 크다.     

 

0…이번 연방총선은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실시된 것으로 자유당은 한때 ‘명분없는 선거’에 거센 역풍을 맞았다. 트뤼도 총리는 야당(보수당)의 인기가 없을 때 과반의석을 차지하려고 전격적으로 조기선거를 선언했지만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종전보다 4석을 더 얻었을 뿐이다. 에린 오툴 보수당 대표는 그나마 의석을 잃지 않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당은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170석)를 넘지 못했기 때문에 또다시 야당 특히 NDP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보수당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실망한 보수층이 차라리 극우정당인 국민당(PPC)에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덕분에 PPC는 82만표에 5%의 득표율(popular vote)을 차지했다. 2년 전의 1.6%에 비해 큰 도약이다.              

 

 각 당의 의석 수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는 이번 총선에서 애꿎은 한인후보들만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2명의 한인후보(넬리 신, 해롤드 김)는 초반부터 계속 선두를 달려 당선권에 들 것으로 예측됐으나 결과적으로 여론조사라는 것이 허수(虛數)임이 드러났다.

 

0…그런데 이번 선거엔 한인 4명이 후보로 나섰는데 3명이 보수당이고 1명이 NDP(신민당) 후보였다. 이중에 한명이라도 자유당 후보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랬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현재 연방과 주(州) 정치 무대에서 활동중인 한인정치인은 한결같이 보수당 소속이다. 임명직인 김연아 연방상원의원을 비롯해 조성준-조성훈 온주의원이 모두 보수당이다. 왜 이럴까. 한인사회가 좀 더 다양하게 파워를 발휘하려면 자유당 쪽에도 정치인이 나와야 할텐데 말이다.

 

 이는 아마도 한인들이 자유당에 대해 갖고 있는 진보 혹은 좌파성향 정당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자유당을 기피한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들에게 많이 들은 ‘좌파=공산당=북한’의 그릇된 이미지로 인해 선뜻 자유당을 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수년 전 온주의원에 출마했던 김근래씨도 보수당 후보였다. 자유당 후보로 나선 한인은 2006년 온주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벤진(진병규)씨와 2014년 연방총선 자유당 경선에 도전했다 간발의  차이로 패한 조성용씨 정도다. 당락을 떠나 한인들의 정치도전은 전체적으로 보수당이 훨씬 많다.

 

 특히 조성용씨의 경우가 아쉽다. 그는 한인밀집지역인 노스욕(윌로우데일)의 후보 경선에서 거의 다 이긴 게임에서 개표의 묘한 룰에 따라 이란계인 알리 에사시에게 막판 역전을 당했다. 에사시는 이듬해 연방선거에서 저스틴 트뤼도의 자유당 돌풍에 힘입어 무난히 연방의회에 입성했고 이번까지 합쳐 3선의원이 됐다. 그때 조씨가 경선에서 승리했다면 지금 상황도 달라졌을 것이다.  

 

0…캐나다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분류가 의미가 없다. 각당의 정책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자유당이 중도진보 노선을 취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급진정당은 NDP이다. 그러나 NDP는 한계가 있다. 보수당은 보수우파 노선을 취하지만 수구(守舊)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극우정당은 수년 전 새로 생긴 국민당(PPC)이지만 이번에 1석도 얻지 못했다.

 

 캐나다의 총선거는 국회격인 하원의원과 대통령격인 총리를 동시에 선출하는 것이다. 여기서 1표라도 이긴 당이 정부를 구성하고 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따라서 당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한인정치 후보자들이 보수당 일색인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이번 선거에서 한인후보들이 모두 졌지만 다음엔 좀 더 다양하게 정당을 선택해 나서주면 좋겠다. 특히 멀리 밴쿠버에서 천신만고 끝에 한인 최초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던 넬리 신의 낙선은 가슴 아프다. 그는 1년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빛나는 의정활동을 펼쳤으나 NDP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개인의 역량보다 정당의 파워가 얼마나 큰지를 입증한 것이다.   

 

0…한편, 늘 하는 말이지만 이민자들의 정치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같은 이민자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입김이 강한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이번에 한인정치인이 한명도 당선되지 못한 것이 그래서 너무도 뼈저리다. 와신상담, 다음 기회를 기대해본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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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3
‘빵’을 찾아서-위기에 처한 문.사.철

 

▲도서관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생들

 

 예전 어릴 때 우리집 사랑채엔 한 대학생이 세를 들어 자취(自炊)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허구한날 학교에도 안가고 마냥 빈둥대며 놀기만 하는 것 같았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학생이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가끔 예쁘장한 여학생이 놀러와 노닥거리다 가곤 했다.

 

 그 학생을 보고 어머니는 “저 청년은 먹고 대학생”이라고 하셨다. 늘상 놀고 먹는게 일이라는 의미였다. 아직도 ‘먹고 대학생’이란 말은 나의 머리에 깊이 각인돼있다.

 

0…1970년대만 해도 한국에선 일단 대학만 들어가면 실컷 노는 게 일이었으니 ‘먹고 대학생’이란  말이 통했다. 고교시절 입시지옥 고생을 한풀이라도 하듯 공부와는 아예 담을 쌓고 놀 궁리만 했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심심하면 여학생들과 ‘미팅’을 하고 하루종일 당구장에서 죽치기도 했다. 통기타와 생맥주, 청바지로 대변되는, 그런대로 낭만이 있던 시기였다.

 

 전공학과 공부에 쫓기는 일은 별로 없었다. 대충해도 학점은 나왔고 졸업도 시켜줬다. 그렇게 놀고 먹어도 학교를 졸업하면 웬만하면 취직자리도 있어 그런대로 사회 한구석에 자리를 잡아갔다. 특히 한국엔 기업체 등에서 매년 직원 공개채용 제도가 있어 전공과 관계 없이 대체로 누구에게나 시험 기회가 주어졌다.

 

 한편, 공부에 쫓기지 않으니 철학, 역사, 문학 등 다방면에 걸친 교양서적을 읽을 기회도 많았다.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도 나름대로는 시대를 고뇌하고 책도 많이 읽으니 인간적으로 폭이 넓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0…특히 나의 대학시절은 군사정권이라는 시대배경으로 거의 매일 ‘독재 퇴진’ 데모가 벌어지고 걸핏하면 학교문이 닫혔다. 그런 와중에도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고시)공부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별종 취급을 당했다. 그런 ‘놈’들은 시대의 고민을 외면하고 저만 잘 살겠다고  애쓰는 이기주의자요,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그래서 고시에 합격한 친구들에 대해서는 별로 인간취급을 하지 않았다. 막걸리 퍼마시고 시대를 한탄하며 분기탱천(憤氣?天)하는 모습이 더욱 떳떳한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쑥스런 웃음이 나지만 그런 성장통을 거친 사람은 그래도 인간적인 면모가 풍부한 것이 사실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으니 모두들 죽어라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0…그런 사정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학과공부에 찌들어 있는 학생들을 보면 불쌍해 죽을 지경이다. 입학은 쉽게 하지만 죽어라 공부하지 않으면 중도 탈락하기 십상이니 차안에서나 어디서나 그저 공부만 하고 있다. 학과공부 하느라 교양서적 읽을 기회도 별로 없는 듯하다.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인생의 황금시기에 공부에만 골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수년 전부터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지만 이곳 캐나다는 더욱 심각한 것 같다. 문학, 사학, 철학을 일컫는 이른바 ‘문사철’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이 어려워 대개들 기피하고 있다.

 

 주변 친지의 자녀들이 이런 분야를 공부한다면 걱정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한인 자녀들 중에도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만 문학, 사학, 철학 등을 전공해 성공했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순수 인문계통 공부를 한다면 ‘그거 해서 밥 먹고 살겠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대학졸업 후 비교적 진로가 확실한 분야는 의대, 약대, 일부 상경계 및 이공계, 법대, 회계분야 정도이고 그 외엔 별로 눈에 띄질 않는다. 그럼 다른 수 많은 인문학 전공자들은 모두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인가.

 

0…지금 세계적으로 인문학과 순수기초학문 분야가 쇠퇴하고, 경영학 등 취업이 잘되는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만연해있다. 대학에서의 인문학 위기가 운위된 지는 이미 오래다.

 

 취직 관련 전공학과는 경쟁이 치열한 반면, 인문학과는 ‘시장성’을 지닌 다른 학과로 속속 간판을 갈아 달기도 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전공분야와는 무관한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대졸자들도 많다. 대학졸업장이 결코 ‘빵’을 보장해주지 않는 냉엄한 현실에서 무수한 청춘이 좌절하고 있다.

 

 인문학을 기피하는 현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기계적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고 법을 전공한 사람이 인간의 다양한 세계를 어찌 이해하고 올바른 기업활동을 하거나 정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는가. 영혼 없는 인간들이 모두 눈에 불을 켠 채 돈만 추구한다면 이 세상은 어찌 되겠는가.

 

0…세상은 갈수록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경제성장과 개발, 재테크 등 물질주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과 달리 빵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물질문명 속에서 황폐화되고 피로해진 이 세상에 필요한 것은 인간 내면의 영혼과 가치이며, 그것을 살찌울 문화적 환경이다.

 

 철학과 사상이 없는 사회, 영혼없는 시민을 양산해내는 사회는 결국 자멸하고 만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오로지 ‘빵’만을 찾아 나서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그나마 빵도 제대로 익어야 맛이 있을 터인데 모두들 덜 익은 빵을 찾아 헤매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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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나는 멀티 태스커-동시 다중 작업의 득과 실

 

 “뉴스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 걸 하시려면 무척 바쁘시겠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자주 듣는 인사다. 신문 만들기도 분주할텐데 언제 그렇게 빠른 뉴스를 신속하게 전하느냐는 인사다.

 

 3년 전에는 온주 총선에 출마한 조성훈 후보를 위해 단체 SNS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그때도 많은 분들이 내가 조 후보를 전담해서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계셨다. 단체방을  통해 수시로 정보를 올리니 내가 하루종일 이 일에만 매달려 있는 줄 아셨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데스크 잡으로, 온종일 인터넷과 기사를 체크하면서 신문을 만드는 것이 주업무이며, 짬짬이 한인들께 꼭 필요한 사항을 요약해 사이트에 올리는데, 받아보는 입장에선 늘 뉴스속보 올리는 일만 하는 줄 아는 것이다.

 

0…그런데 이런 일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른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다중작업)에  능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즉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데 익숙하다. 이같은 버릇은 30년 이상 종사하고 있는 언론생활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고 본다.

 

 예전엔 한 손에 펜을 들어 기사를 쓰고, 또 한 손으론 전화를 하고, 재떨이에 담배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커피를 마시며 옆자리 동료와 얘기도 하고… 그야말로 뭘하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로 여러 동작을 동시에 하는 것이 버릇이었다.   

 

 이런 습성이 몸에 밴 나는 지금도 기사를 작성하면서 여러 필자들께 원고수신 및 감사 메일을 쓰고, 뉴스를 체크하고 전화를 받고 휴대폰도 들여다 본다. 요즘은 캐나다 총선 관련 뉴스를 시시각각  SNS에 올린다. 아마 멀티태스킹에 약하다면 이런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동시 다중 작업에 약하면 일처리 속도도 늦고 매번 편집마감 시간에 쫓겨 허둥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업무 스피드만큼은 누구 못지 않아 일처리가 빠르다. 그래서 누군가 일을 갖고 꾸무럭거리면 나 스스로 참지를 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처리가 빠른 대신 매사에 치밀하지 못하고 심사숙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실수와 더불어 일의 내용에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스스로도 인정한다. 하루종일 인터넷과 SNS, 전화통화, 기사 작성 등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지만 뚜렷이 남는 성과는 별로 없다. 온종일 쉼없이 움직이다 저녁에 퇴근하면 심신이 피곤하다. 그래서 저녁엔 무조건 쉬고 싶은 생각 뿐이다.

 

0…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현대사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엔 많은 문제가 따른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의 부정적인 영향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몇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나는 가끔 엉뚱한 실수를 범한다. 대화 도중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것이다.

 

 언젠가 한 선배님이 외국여행 다녀오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내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자리가 조용해지자 나는 말했다. “선배님, 최근에 여행 좀 다녀오셨나요?” 그러자 아내가 내 옆구리를 꼬집으며 눈치를 주었다. “지금 그 말씀 하고 계시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둘째, 창의력이 저하된다. 멀티태스킹 도중에는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가 요구되는 만큼 뇌가 쉴 틈이 없고 따라서 다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가 어려워진다.

 

 셋째, 실수를 범하기 쉽다.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빨리빨리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넷째, 뇌가 항상 긴장상태에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빠지기 쉽고 기억능력도 떨어진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내는 것이 어려워지는데 멀티태스킹은 단기간 기억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섯째, 작업속도도 저하된다. 연구에 따르면,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운전하는 경우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운전했을 때를 비교하면 후자 쪽이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무엇보다, 사람의 뇌는 한 가지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한 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작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산성도 떨어진다. 결국, 실제로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0…멀티태스킹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고 주의력 결핍 성향이 나타난다. 이럴 땐 직장과 일에서 벗어나 휴가를 떠나거나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일을 할 때는 한번에 하나씩 집중해 처리하고, 하루에 30분 정도는 사유와 명상의 시간을 갖는 등 자신이 하고 있는 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멀티태스킹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이 나의 정신건강과 일의 능률,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해본다. 멀티태스커에게서는 흔히 성급함, 초조, 비능률 등의 측면이 나타나기 쉬운데 내가 그런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멀티태스커는 완벽주의를 지향한다. 그래서 누가 업무에 방해를 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자그마한 일에 성질을 부리며 이는 결국 주변을 피곤하게 한다. 매사에 균형이 필요한 이유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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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9
현실적 이상주의-행동없는 동정은 허무할 뿐

 

 
▲2011년 강준만 교수의 저서 ‘강남 좌파’ 표지

 

 “야, 내 앞에서 돈 얘기 하지마. 술맛 떨어진다…” 한국에서 친구들끼리 모임을 가지면 대화의 주제가 참 다양했다. 학창시절엔 관심사나 취미들이 비슷했지만 졸업 후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다 보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주요 관심사는 종사하는 직업만큼이나 달라지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 신문기자생활을 하면서부터 주로 정치 사회 전반에 걸친 시사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그때(1980~90년대)만 해도 시국상황이 어수선했기에 나는 주로 사회적 정의와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모임자리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경영학과를 나와 그 당시부터 일찌감치 주식투자나 부동산에 눈을 뜬 친구들은 만났다 하면 주로 돈과 주식 얘기를 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내가 정색을 하며 위와 같이 외쳤다. “야 임마, 너는 돈이 최고냐? 사회는 썩어 문드러지는데, 돈 모아서 어디다 쓰려고?”. 그러면 술자리가 갑자기 썰렁해지곤 했다.

 

0…당시 내가 별로 달갑지 않아 했던 직업이 바로 금융, 증권사, 투자회사 등 주로 돈을 만지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적 정의감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직 재산 불릴 궁리만 하는 것 같아 경멸해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입맛이 씁쓸해지는 기억들이다. 나도 잠시나마 대기업에 근무했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일찌감치 이재(理財)에 관심을 갖고 주식투자 등을 하던 친구들은 한밑천 잘 건져 지금은 골프나 치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다.

 

 뼛속까지 문과(文科) 성향인 나는 애당초 돈 따위에는 욕심이 없었고, 문학이나 철학 등에 관심을 갖고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즐기는, 다분히 한량기질을 갖고 있었다. 그러기에 친한 친구라도 너무 현실적인 얘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았다.   

 

0…이런 나의 성향은 자라온 집안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집은 별 볼일  없는 ‘양반 가문’이었다. 경제적으로 궁핍까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크게 가진 것도 없으면서 명예와 의리를 중시하는 집안이었다. 어른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누구네 가문이 어떻고 역사상 누가 어떤 일을 했다는 둥의 화제거리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란 나는 세상엔 오직 펜대 굴리는 직업만 있는 줄 알았고, 손으로 무엇을 만들거나 장사를 해 돈을 버는 일 따위는 관심도 없었거니와 누가 구차하게 돈 얘기나 하면 속으로 경멸하는 습성이 배었다. 이를테면 냉수 마시고 이빨 쑤시는, 전형적인 선비집안이었다.

 

 기자생활을 할 때도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분노하며 술이나 퍼마실 줄 알았지, 정작 뒤주에 쌀이 얼마나 있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친구가 몇평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자랑하면 혀를 차며 저런 놈들이 나라 일에 관심이 없으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한탄했다. 나이 들어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것들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0…그러던 내가 변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지금의 부동산 신문을 만들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히 그런 방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부동산 신문을 만들면서 부동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부동산에 문외한인데다 관심조차 없던 내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뉴스를 다루고 기사로 쓰다보니 전문용어도 제법 익히게 됐고 시장흐름도 파악하게 됐다. 특히 아내가 이 일을 하면서부터 나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실은 내가 이 신문을 만들면서 집사람도 이 일을 하게 됐다).

 

 이전에는 교외(郊外)에 나가면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고 싯구절을 떠올리곤 했는데, 지금은 저 광활한 땅이 곧 개발될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게 됐고, 저 대지가 개발되면 땅주인은 엄청 부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됐으니 참으로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0…그런데 변한 것이 나만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도 전에는 콘도 등에 관심도 없었는데 요즘은 엄마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아서 그런지 점차 흥미와 관심을 갖는 눈치다.

 

 나는 이런 변화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예전같이 부동산에 전혀  무관심하다면 아이들도 장차 그런 일에 관심이 없을 것이고, 그러면 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뒤쳐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주택의 형태와 면적 단위에서부터 모기지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그래, 너희들은 아빠처럼 뜬구름 잡는 이상이나 추구하지 말고 경제적으로 좀더  풍요롭게 살아다오.”란 말이 절로 나온다.

 

 나도 조금만 일찍 이런 방면에 눈을 떴더라면 지금쯤 (경제적)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0…사람은 젊어서부터 어느 분야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젊은이들이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일찌감치 재테크에 눈을 뜨는 것도 나쁠 게 없을 것이다. 아무리 높은 이상을 지녀도 경제적 현실이 받쳐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언행이 일치한다면 ‘강남 좌파’야말로 이상적인 모델이 아닌가 한다. 이들은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서민과 약자를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경제적으로 힘이 있어야 한다.

 

 “현실주의자가 되자. 다만 가슴에는 불가능한 꿈 하나는 간직하고 살자.”- 체 게바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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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2
골프 용어, 알고 치자-한인들이 범하는 실수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실수할 때가 많다.

 

 나는 취미활동에 관한한 어느 한 곳에 몰두해 푹 빠지는 성격이 아니다. 그냥 즐기는 정도다. 골프도 마찬가지. 그래서 거의 매일마다 골프에 미쳐 산다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간다. 그게 뭐 그리 목숨 걸고 칠 일인지.

 

 다만, 작년부터 우리 가족 모두가 집에서 일을 하면서 주말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다함께 골프를 하게 됐다. 그래서 이젠 주말에 가족골프 예약하는 것이 즐거움이 됐다.

 

 문제는 가족끼리 부담없이 하다 보니 실력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경을 집중해서 쳐야 늘테지만 그냥 재미삼아 하니 점수는 별 진전이 없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떤가. 함께 파란 잔디를 걷고 땀을 흘린 후 유쾌하게 식사를 즐기는 그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0…지난 주말도 가족들이 함께 골프를 치고 큰딸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대화 중에 골프 매너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 중 하나가 우리처럼 초보자들이 티샷을 할 때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경우 다른 사람이 주의해서 피하도록 “볼(ball)~!”이라고 외쳐줘야 한다고 내가 말했다. 그러자 작은딸이 웃으며 “아빠, 볼이 뭐예요? Fore 라고 해야죠!” 하는 것이다.

 

 골프를 갓 시작한 딸이 그런 말을 하는데 놀랐다. 나는 이제까지 그것을 “ball~”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fore”에 대해 찾아 보았다. 이는 곧 “볼 조심하세요(Look out. A ball is coming your way)”란 의미의 골프용어다. 그런데 “Fore~”는 발음이 ball과 비슷해서 내가 알기론 한인들 대부분이 “볼~” 이라고 외친다. 이제껏 내가 그렇게 외칠 때 한번도 시정해주는 분도 없었다.

 

 이것 말고도 많은 한인들이 골프용어를 잘못 알고 쓰는 경우를 본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사례  몇가지만 알아보자.

 

0…우선 첫 라운드를 시작할 때 쓰는 용어가 ‘티오프(tee off)'인데 많은 한인들이 이를 ‘티업(tee up)'이라고 한다. ‘티업’은 플레이를 위해 공을 티에 올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기 시작 시간은 '티오프 타임'(tee-off time), 또는 그냥 줄여 서 '티타임'(tee time)이라고 쓰는 게 맞다. 골프 예약을 하거나 확인할 때도 간단히 '티타임'이라고 하면 된다.

 

 ‘멀리건’이란 말도 자주 쓴다. 이는 티샷을 실수할 경우 상대방의 양해를 얻어 다시 치는 것인데 한인들은 흔히 ‘몰간’이라고 한다.

 

 멀리건은 사람 이름에서 유래됐는데 사연은 이렇다. 대공황으로 허덕이던 1930년대, 골프를 좋아하는 신문기자 두 사람이 뉴저지의 Essex Fox 골프장을 찾았다. 그런데 3명 이상이 이뤄져야 골프를 칠 수 있다고 믿은 이들은 다른 사람을 찾았지만 좀처럼 동반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들이 찾은 인물은 골프장 라커룸에서 일하는 청년.

 

 하지만 골프를 안 쳐본 이 청년은 번번이 티샷을 엉뚱한 방향으로 날려 보냈고 그때마다 두 사람은  청년에게 다시 티샷을 하도록 배려했다. 그 청년의 이름이 바로 '멀리건'(John A. Mulligan)이었다. 그래서 상대에게 멀리건을 허용할 땐 “I will give you a Mulligan” 또는 “You can take a Mulligan” 하면 된다.

 

0…또 하나의 예가 ‘Honor(아너)’란 말이다. 직전 홀에서 점수가 가장 좋은 사람이 맨먼저 플레이를 하는 순서를 뜻하는 이 말을 한인들은 흔히 ‘오너’(owner)라고 쓴다. “I am the owner”라고 하면 “내가 이 골프장 주인이다”는 엉뚱한 뜻이 된다. 따라서 “당신에게 먼저 치는 영광을 드리겠다”는 의미로 “You have the honor”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린에서 퍼트를 할 때 홀컵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거의 갖다 붙였을 경우 우리는 흔히 OK! 하고  마는데, 이럴 땐 보통 ‘기미(gimme)’란 말을 쓴다. Gimme는 give me를 줄인 말로 “That’s a gimme” 또는 “It’s a gimme”라고 하면 된다. 이는 The ball is so close to the hole you don’t need to finish it off란 의미다.

 

 상대방이 멋진 퍼트를 성공시켰을 땐 “Nice(또는 Good) putt”라고 칭찬해준다. ‘퍼팅’이라곤 하지 않는다.

 

0…이밖에 자주 쓰는 골프 대화로 다음과 같은 말들을 알아두면 좋겠다.

-핸디가 어떻게 되시지요? What’s your handicap? -보통 몇 타나 치시죠? What do you usually hit in a round? -저는 보기 플레이어입니다. I’m a bogey player. -보기를 했습니다. I got a bogey. -9번홀에서  파를 했습니다. I made par on the 9th. -온그린 되셨습니다. You’re on the green…

 

0…잘못된 표현인데도 무심코 사용하는 골프 용어가 적지 않다. 이는 한인들끼리만 칠 때는 통하겠지만 외국인과 함께 칠 땐 정확한 용어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알고 해야 재미가 더해지는 법. 특히 초보자들은 처음부터 용어를 확실히 알고 치면 훨씬 유용할 것이다.  

 

 또한 골프는 매너의 스포츠이다. 상대방이 샷을 할 땐 조용히 하고, 잘 치면 칭찬하며 홀아웃(hole out)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은 기본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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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6
밥값 내는 사람-인간관계의 기본은 ‘배려’

 

 

 ‘식사 후 적극적으로 밥값을 내는 사람은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돈보다 사람과의 관계를 더 중히 생각하기 때문이다./항상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은 나에게 빚진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나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친지가 보내준 글인데 진실된 인간관계의 요체를 잘 정리한 것 같다. 볼수록 새겨둘만 하다고 생각된다.

 

0…코로나가 한풀 꺾이면서 사람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함께 피크닉도 하고 골프도 치고 식당에서 식사도 나누기 시작했다. 토론토의 한식당들도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런데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후 식대 계산을 할 무렵, 사람들의 상반된 두 모습이 나타난다. 선뜻 일어나 계산대 앞으로 가서 지갑을 여는 사람과 웬지 미적거리는 사람… 내가 아는 N 선배님은 전형적인 앞의 유형이다. 이 분과 함께 식사를 할 경우 아직 식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처음엔 정말로 화장실에 가시는가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날 때 보니 선배님이 이미 식사비를  지불하셨음을 알았다. 처음엔 후배에게 밥 한끼 사주시는구나 했는데, 그 후에도 매번 이러시기에 한번은 아예 내가 먼저 가서 계산을 했다. 그랬더니 선배님은 왜 그랬느냐며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으면 당연히 내가 내야지. 그리고 나는 당신의 선배잖아” 하시는 것이다. 그것이 단지 생색으로 그러는 것이 아님은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0…이 분은 밥값만 갖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돈을 낼 경우엔 먼저 일어나 계산을 하신다. 그 선배님은 결코 부자가 아니다. 돈이 많아서 매번 식사비를 내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할 정도로 살고 있을 뿐이다. 그 분의 평소 심성이 그러하시다. 누구에게 신세지길 싫어하심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나를 아끼는 모습이 표정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전직 교수이신 L박사님도 이런 타입이다. 출판기념회 등으로 자신이 조금이라도 신세를 졌다 싶으면 꼭 부부를 불러내어 밥을 사신다. 이미 은퇴하셔서 주머니가 두둑할 리도 없건만 식사가 후반부쯤 진행되면 예외없이 사모님이 슬그머니 일어나 계산대 앞으로 가신다. 우리가 눈치를 채고 달려가 말려도 정색을 하시며 “그러는게 아니다”라고 하시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가 하면 골프장에 갈 때 꼭 김밥이나 간식을 싸갖고 와서 나눠주시는 분들도 있다. 내가 아는 어느 분은 골프치는 날엔 꼭 새벽에 일어나 함께 칠 분들을 위해 김밥을 싸신다. 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되지만 그 따스한 배려와 정성에 감동한다. 이런 날은 골프를 쳐도 너무 기분이 좋다. 이런 분들 주위엔 언제나 친구가 많다.            

 

0…이런 분이 계신 반면, 만남의 성격상 분명히 자기가 낼 상황인데도 밥값 계산할 때만 되면 딴전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게 사는 데도 그렇다. 예전엔 구두끈을 매는 척하면서 시간을 끌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뭉그적대는 유형이 많은 것 같다.   

 

 이럴 땐 성질 급한 사람이 먼저 계산대 앞으로 가게돼있다. 내가 바로 그런 유형인데, 그렇게 밥값을 낸 경우는 기분도 별로 좋지 않으며, 다음부터는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어진다. 밥값은 대개 먼저 만나자고 제의한 사람이 내는 것이 통상적인 예의인데 자신이 먼저 밥먹자고 불러놓고서도 미적대는 사람을 보면 참 안쓰럽다.

 

 그런 사람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아마도 나에게 밥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과는 관계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내가 필요없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돌아설 사람이다. 더욱이 이런 사람은 돈자랑이나 안했으면 좋으련만 어디에 빌딩을 갖고 있고 골프도 최고급 골프장에서만 친다는 둥 온갖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단 몇푼 하는 밥값 낼 때가 되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밥값은 고사하고 커피 한잔도 자기 돈으로 절대 안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 주위엔 친구가 있을 리 없다.   

 

0…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밥값을 계산할 때 서로 내겠다고 우기는데 이런 모습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 서양식으로 각자 부담하면 편하겠지만 정(情)이 많은 한국인은 어느 한 사람이 다 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이한 모습을 보고 서양인들이 빙그레 미소를 짓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돈문제가 아니다. 식사비 몇푼 놓고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는 사람과는 우정이 오래 갈 수가 없다. 최근 한 골프장에선 더운 날씨에 음료수를 혼자서만 사 마시는 족속도 보았다. 다른 세 명의 파트너가 빤히 쳐다 보고 있는데 태연히 그러는 모습을 보니 함께 골프 칠 기분이 싹 달아났다.  

 

0…세상은 끊임없이 인연을 만들며 산다. 그러나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다 좋을 수는 없다. 진정으로 정을 줄 사람 같으면 변함없이 베풀되, 아니다 싶으면 굳이 억지로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 정을 줄수록 마음만 더 상한다.

 

 좋은 인연을 이어가려면 우선 밥값, 술값 내는데서부터 인색하지 말 일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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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lee
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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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공동체의 힘-서로를 보듬는 장애우들

 


 ▲오랜만에 피크닉을 통해 회원간 친목과 단합을 도모하는 성인장애인공동체

 

 나는 공동체(共同體)란 단어를 좋아한다. 공동체 구성원끼리는 무언가 서로 잘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동체의 사회학적 의미는 보통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집단을 말한다.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끼리 교류하다 보니 서로간 이해와  결속력도 강하다.  

 

 서구에서는 공동체를 뜻하는 말로 커뮤니티(community)를 쓰는데, 이는 라틴어로 ‘같음’을 뜻하는 communitas에서 왔으며, 이 말은 communis, 즉 ‘모두에게 공유되는’에서 나왔다. 공동체는 혈연과 지연에 기반한 전통적 의미의 닫힌 공동체와, 공동의 관심사와 목표 및 이해를 갖고 구성된 근대적 의미의 열린 공동체, 즉 사회나 결사체로 나뉜다.

 

 공동체는 일상에서 겪는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에 개인보다는 구성원의 이익과 공익을 우선시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인간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0…나는 토론토 한인사회의 여러 단체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성인장애인공동체를 들겠다. 1997년에 설립돼 올해로 24년째를 맞는 이 공동체의 영어이름은 ‘Korean-Canadian Physically Challenged Adults Community’이다. 즉 신체적으로 불편한 성인들이 모여 만든 자생단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니 서로간에 속사정을 너무도 잘 이해하거니와 그 결속력과 끈끈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24년의 세월을 한가족처럼 함께 해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남편은 목사였다. 그는 만학의 꿈을 놓지 않고 이민 후에도 학구열이 식을 줄 몰랐다. 이민목회 현장에서 성도들과 뿌리내림 몸살을 함께 겪으며 이를 이겨내는 데 힘을 보탤 전문적인 가정상담자 부재 현상을 절감했다. 이를 자각한 그가 몇 년에 걸친 상담석사과정 마지막 논문을 제출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그의 몸도 꿈도 완전히 부서졌다. 그때가 1994년 1월이었다…”

 

 공동체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민혜기 선생의 글 일부이다. “졸지에 반신장애가 된 남편 주변에 신체 장애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름 캠프도 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안간힘들이 합쳐 이른바 성인장애인공동체가 탄생하였다…”

 

0…장애인공동체가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 공동체의  존재의미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사회적 봉쇄 조처로 인해 인간사회의 교류가 막혔을 때 장애인들이 겪는 고립감과 정신적 압박은 건강한 일반인들보다 한층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공동체 회원들은 가만히 손을 놓고만 있지 않았다.

 

 ‘사랑의 바구니’를 만들어 생필품과 반찬거리를 각 장애우 가정에 직접 배달해주었다. 그것도 한두 차례가 아니라 여러번을 그리했다. 배달은 자원봉사자들이 앞장섰다. 이때 느끼는 구성원들 간의 진한 유대감은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솔직히 일부 단체 중에는 코로나를 핑계삼아 일부러 활동을 하지 않은 단체도 꽤  있었다. 공직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장애인공동체는 달랐다. 회원들끼리 더 열심히 소통하고 서로를 응원했다.

 

 최근에는 장애인공동체가 주최하는 장애인 및 시니어를 위한 '아이티카페(IT Cafe & Studio)' 프로젝트에 정원보다 훨씬 많은 한인동포들이 등록함으로써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0…어느 공동체나 그렇지만 이런 활동을 이끌어가자면 유능하고 헌신적인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장애인공동체에서는 유홍선 사무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공동체 회장으로 봉사한 직후 곧이어 기꺼이 사무장을 맡아 한층 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IT 분야 전문가로 일했던 그는 여러 참신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회원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장애인공동체 차원을 넘어 동포사회 전체의 ‘디지털 문맹’ 탈출을 위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일상처럼 사용되지만 시니어에겐 여전히 난해한 스마트폰 이용법부터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줌(ZOOM) 미팅, 폰 뱅킹, 온라인 쇼핑, 다양한 앱 사용법 등,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디지털 초보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공동체 한재범 회장은 시각장애를 안고 있지만 3년째 훌륭히 단체를 이끌고 있다. 계절의 절정에 달한 이 아름다운 대자연을 마음껏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러나 그의 얼굴엔 항상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참으로 천사가 따로 없다. 물론 한 회장 뒤에는 아내인 이정례 여사의 헌신적인 내조가 있기에 가능하다.

 

0…장애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무엇을 잘못해서 그린 된 것이 아니라 불의(不意)의 시간들로 인해 그리 된 것(in the wrong place at the wrong time)일 뿐이다. 따라서 누구나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는 우리는 모두가 잠재적 장애인이다.

 

 최근 공동체 피크닉에 잠깐 시간을 내 참석했다. 정성껏 마련한 식사도 맛있게 했다. 그런데 더운 날씨에 물과 수박을 먹어서 그런지 화장실을 다녀오게 됐고, 걸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변이 마려우면 화장실에 걸어가서 쉽게 해결하면 되는데 다리가 불편한 장애우들은 급할 경우 얼마나 고통일까.

 

 이젠 한가족처럼 친밀감이 드는 장애우들을 대하면서 나태한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나에게 용기를 주시는 이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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