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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힘-서로를 보듬는 장애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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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피크닉을 통해 회원간 친목과 단합을 도모하는 성인장애인공동체

 

 나는 공동체(共同體)란 단어를 좋아한다. 공동체 구성원끼리는 무언가 서로 잘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동체의 사회학적 의미는 보통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집단을 말한다.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끼리 교류하다 보니 서로간 이해와  결속력도 강하다.  

 

 서구에서는 공동체를 뜻하는 말로 커뮤니티(community)를 쓰는데, 이는 라틴어로 ‘같음’을 뜻하는 communitas에서 왔으며, 이 말은 communis, 즉 ‘모두에게 공유되는’에서 나왔다. 공동체는 혈연과 지연에 기반한 전통적 의미의 닫힌 공동체와, 공동의 관심사와 목표 및 이해를 갖고 구성된 근대적 의미의 열린 공동체, 즉 사회나 결사체로 나뉜다.

 

 공동체는 일상에서 겪는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에 개인보다는 구성원의 이익과 공익을 우선시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인간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0…나는 토론토 한인사회의 여러 단체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성인장애인공동체를 들겠다. 1997년에 설립돼 올해로 24년째를 맞는 이 공동체의 영어이름은 ‘Korean-Canadian Physically Challenged Adults Community’이다. 즉 신체적으로 불편한 성인들이 모여 만든 자생단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니 서로간에 속사정을 너무도 잘 이해하거니와 그 결속력과 끈끈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24년의 세월을 한가족처럼 함께 해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남편은 목사였다. 그는 만학의 꿈을 놓지 않고 이민 후에도 학구열이 식을 줄 몰랐다. 이민목회 현장에서 성도들과 뿌리내림 몸살을 함께 겪으며 이를 이겨내는 데 힘을 보탤 전문적인 가정상담자 부재 현상을 절감했다. 이를 자각한 그가 몇 년에 걸친 상담석사과정 마지막 논문을 제출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그의 몸도 꿈도 완전히 부서졌다. 그때가 1994년 1월이었다…”

 

 공동체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민혜기 선생의 글 일부이다. “졸지에 반신장애가 된 남편 주변에 신체 장애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름 캠프도 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안간힘들이 합쳐 이른바 성인장애인공동체가 탄생하였다…”

 

0…장애인공동체가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 공동체의  존재의미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사회적 봉쇄 조처로 인해 인간사회의 교류가 막혔을 때 장애인들이 겪는 고립감과 정신적 압박은 건강한 일반인들보다 한층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 공동체 회원들은 가만히 손을 놓고만 있지 않았다.

 

 ‘사랑의 바구니’를 만들어 생필품과 반찬거리를 각 장애우 가정에 직접 배달해주었다. 그것도 한두 차례가 아니라 여러번을 그리했다. 배달은 자원봉사자들이 앞장섰다. 이때 느끼는 구성원들 간의 진한 유대감은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솔직히 일부 단체 중에는 코로나를 핑계삼아 일부러 활동을 하지 않은 단체도 꽤  있었다. 공직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장애인공동체는 달랐다. 회원들끼리 더 열심히 소통하고 서로를 응원했다.

 

 최근에는 장애인공동체가 주최하는 장애인 및 시니어를 위한 '아이티카페(IT Cafe & Studio)' 프로젝트에 정원보다 훨씬 많은 한인동포들이 등록함으로써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0…어느 공동체나 그렇지만 이런 활동을 이끌어가자면 유능하고 헌신적인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장애인공동체에서는 유홍선 사무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공동체 회장으로 봉사한 직후 곧이어 기꺼이 사무장을 맡아 한층 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IT 분야 전문가로 일했던 그는 여러 참신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회원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장애인공동체 차원을 넘어 동포사회 전체의 ‘디지털 문맹’ 탈출을 위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일상처럼 사용되지만 시니어에겐 여전히 난해한 스마트폰 이용법부터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줌(ZOOM) 미팅, 폰 뱅킹, 온라인 쇼핑, 다양한 앱 사용법 등,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디지털 초보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공동체 한재범 회장은 시각장애를 안고 있지만 3년째 훌륭히 단체를 이끌고 있다. 계절의 절정에 달한 이 아름다운 대자연을 마음껏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러나 그의 얼굴엔 항상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참으로 천사가 따로 없다. 물론 한 회장 뒤에는 아내인 이정례 여사의 헌신적인 내조가 있기에 가능하다.

 

0…장애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무엇을 잘못해서 그린 된 것이 아니라 불의(不意)의 시간들로 인해 그리 된 것(in the wrong place at the wrong time)일 뿐이다. 따라서 누구나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는 우리는 모두가 잠재적 장애인이다.

 

 최근 공동체 피크닉에 잠깐 시간을 내 참석했다. 정성껏 마련한 식사도 맛있게 했다. 그런데 더운 날씨에 물과 수박을 먹어서 그런지 화장실을 다녀오게 됐고, 걸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변이 마려우면 화장실에 걸어가서 쉽게 해결하면 되는데 다리가 불편한 장애우들은 급할 경우 얼마나 고통일까.

 

 이젠 한가족처럼 친밀감이 드는 장애우들을 대하면서 나태한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나에게 용기를 주시는 이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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