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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 평등의 시대-마스크가 가져온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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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민 모습. 마스크에 모자, 선글라스까지 써서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어렵다.


 

 마스크는 대체로 무언가를 감추려는 음습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죄 지은 사람이 얼굴을 가리는 수단으로, 혹은 병원에서 의사가 수술할 때 쓰는 물건 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런 탓인지 서구인들은 웬만해선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마스크 자체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돼왔다.

 

 하지만 작년 초 코로나가 인류를 덮치면서 마스크의 인식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한 생필품으로 격이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 예방의 최우선책으로 마스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곳곳에서 마스크 구입 대란이 벌어졌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끝없는 행렬이 이어졌다.

 

0…어느덧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다. 사무실 등 밀폐된 공간은 물론 거리에서도 마스크 쓴 사람을 쉽게 만나게 됐다. 대부분이 착용하다 보니 이젠 안 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모습이 됐고 혹시 안 쓰면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의식마저 느끼게 됐다.

 

 처음엔 답답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던 마스크가 차츰 익숙하다 보니 지금은 편리한 면이 많아졌다.  우선 외모적인 면에서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별로 구분이 안 가니 외모가 다소 쳐지는 (나 같은) 사람도 움츠러들지 않게 돼 좋다. 이래서 나는 가끔 내가 꿈꾸는 ‘만인평등의 세상’이 이런게 아닌가 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또한 마스크를 쓰면 얼굴 표정이 안나타나니 나 자신을 방어하기가 좋다. 싫은 상황에서도 억지로 웃음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근 마스크 해제를 시작한 미국에서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이유도 그렇다. 많은 이들은 “마스크를 쓰면 사회생활에서 억지 표정을 연기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표정관리가 중요한 서비스업종 종사자들은 웃는 표정, 상냥한 표정, 친절한 표정 등을 연기하는 데 지쳤다며 마스크는 집밖에 볼일을 보러 나갈 때마다 불편한 감정 교류를 안하게끔  막아주는 ‘방패'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0…마스크는 특히 우리 한국인에게 아주 유용한 보호막이다. 한국음식은 대개 냄새가 심한 편인데 마스크가 이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나는 식사 때마다 마늘을 즐겨 먹는데 문제는 마늘을 먹고 난 후 냄새가 지독해 입 벌리고 말하기가 민망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부터는 그런 걱정이 한결 덜어졌다. 내 입을 막고 상대방도 코를 막으니 냄새 맡기가 쉽지 않다.

 

 또한 평소에 구취(口臭)가 있는 사람은 누구 앞에서 자신있게 말하기가 어려워 고민이 컸는데, 마스크를 쓰고부터는 당당하게 말을 할 수가 있게 됐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런가 하면 사무실 등 좁은 공간에서 생리현상으로 본의 아니게 실례를 할 수도 있는데, 모두가 마스크로 코를 막고 있으니 냄새도 맡을 수가 없다. 참 다행한 일이다. 이래서 세상 만사엔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는 법이다.    

 

 마스크는 무엇보다 나 자신과 남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연간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 숫자가 예년엔 수만명에 달했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작년에는 극적으로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마스크 착용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이웃에게 이타적이 되자는 뜻이기도 하다. 즉,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거니와 남을 배려하기 위해서도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0…한편으로 마스크에 의존하는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마스크 착용이 정신건강과 인간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사회적으로 어울리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며 살아야 하는데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멀찌감치 떨어져 서로를 기피하는 듯한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일 수가 없다.

 

 요즘 골프장에서는 진풍경이 많이 벌어진다. 한번은 분명 한국인으로 보이는 어떤 분이 나에게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 그분은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에 검은 마스크까지 해서 얼굴 전체를  휘감아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는데 그나마 복장과 자세가 눈에 익었다. 내가 긴가민가 하자 그 분은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벗으며 “저예요” 하는데 평소 알고 지내는 분이었다. 우리는 한바탕 껄껄 웃었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의 절반이 가리는데 거기에 선글라스와 모자까지 쓰면 완전히 ‘변장’ 수준이라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식품점에 가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선뜻 누구인지 짐작이 안간다. 물론 남이 나를 못 알아보니 편한 점도 있긴 하다.  

 

0…얼마 전만 해도 서구에서는 마스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사는 캐나다도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들(특히 백인들)이 많았다. 우리같은 동양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풍토도 많이 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를 계기로 마스크가 동서양 문화 차이의 완충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코로나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출구가 보이는 듯하다. 그동안 코로나 시대의 상징물로 인식돼온 마스크도 우리네 얼굴에서 곧 사라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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