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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의 그늘-마음가짐부터 당당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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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증오범죄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는 미국 젊은이들

  

 인종(민족)과 관련한 분쟁과 수난은 인류의 탄생 초기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유대인들처럼 오랜 세월 고난을 당한 민족도 드물 것이다. 구약시대 유대인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다 모세의 인도로 탈출, 가나안에 정착했다. 이후 유대인들은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등의 지배를 받다가 로마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살았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현지에 동화되지 않고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았다. 중세에도 다수가 동화되지 않고 차별을 겪었는데, 이로 인해 천하거나 죄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던 금융, 상업, 무역 등에 종사하게 되어 오히려 유대인들은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근대에도 차별은 계속됐고 유럽 정치의 극단화 끝에 나치 독일이 주도한 홀로코스트 대학살로 유럽 유대인의 과반수가 죽고 남은 대부분은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으로 이주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세계의 유대인 인구는 약 1,800만 명 정도였으나 히틀러가 집권하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이후 약 1천만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동양에서도 전쟁 등을 통해 타민족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만행이 수없이 저질러졌다. 1937년 중일전쟁 때 중국 수도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중국인 100만여 명을 학살하고 생체실험까지 자행했다. 이에 앞서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혼란의 와중에서 일본 민간인과 군경에 의해 조선인 6,600여 명이 무참히 학살당했다. 일제 강점기 35년간 한국은 피눈물나는 압박과 설움을 겪었다.      

 

0…타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배타적 행위는 특히 전쟁이나 전염병 창궐 등 국가가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정치 지도자(특히 독재자)들이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가장 비근한 예가 바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칭호가 아까울 정도인 이 인간은 “백인은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며 노골적으로 백인우월주의를 부추겼다. 이 자는 극우 분열주의를 통해 미국을 철저히 양분시킴으로써 자신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백인 하층민들을 결집시켰다. 이로 인해 비백인인 흑인과 아시아인들이 주요 공격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공공의 적 1호 트럼프는 ‘차이나 바이러스’란 극단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함으로써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범죄를 선동질했다. 그러잖아도 분풀이 대상을 찾던 저질 백인들이 트럼프의 선동질을 기회로 아시아인들에 대해 노골적인 폭력과 혐오 범죄를 자행하기 시작했다.   

 

0…미국은 반아시안 정서가 확산되면서 한인들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동양계 사람들은 거리를 돌아다니기가 겁날 정도다. 지난 1년 동안 미 전역에서 일어난 반아시안 폭력사건은 확인된 것만 110건이 넘고 피해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주로 백인과 흑인들인 가해자들은 “너는 (코로나에) 감염됐다” “중국으로 돌아가라” “바이러스를 여기 가져온 건 너다” 등의 혐오발언을 뱉어내고 있다.

 

 트럼프가 쫓겨나다시피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그가 남긴 악질 유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이든  취임 이후에도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도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은 백악관에 ‘아시아계 증오범죄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의문이다.

 

 세계의 리더를 자처하는 미국. 하지만 갈갈이 찢긴 자국민 통합도 이루어내지 못하면서 중국이나 북한, 미얀마 등을 향해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미국은 우선 바이든 말대로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법과 국민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증오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0…인종범죄는 전파력이 강해 모방범죄로 번질 우려가 크다. 미국발 증오범죄가 이웃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당한 악플 세례 수모는 우리를 경악케 한다. 온갖 다인종이 모여 사는 유럽에서 아시안과 한국인을 향해 이런 공격이 퍼부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증)는 이민자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현상이란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이민자로서 느끼는 소회가  많다. 20년 째 소위 선진국이란 데서 살고 있지만 솔직히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인종편견은 지우기 어렵다. 허여멀건한 피부와 얼굴윤곽 뚜렷한 백인들이 모인 곳에 가면 아무리 당당하려 해도 왠지 주눅부터 들고 언어문제로 버벅거릴 땐 위축되기 일쑤다.

 

 반면 외모가 거므스레하고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 출신의 사람을 만나면 슬며시 우월의식이 나타난다. 서양 레스토랑에선 메뉴 주문에서부터 움츠러드는 반면, 중국식당이나 월남국수집 같은 곳에선 말이 안 통해도 마음은 편하다. 근원을 따져보면 역시 인종에 대한 허접한 우월의식 때문이다. 인종차별은 이처럼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이다.

 

0…현재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한민족 동포는 줄잡아 800여만 명. 이들이 외국에서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먼저 스스로의 (경제적, 언어적)실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현지인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자신만만하면 어떤 상황에도 굳건히 대처할 수 있다.   

 

 또한 혐오범죄는 소외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현지사회와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질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동화돼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결국 동족 정치인이 많아야 이민자의 위상도 굳건해진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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