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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나를 키운다-코로나가 일깨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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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N잡러’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영어의 다수(Numerous)를 뜻하는 N과 직업(Job), 여기에 ~하는 사람이란 ~er를 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다소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이 한가지 일만 해서는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뜻을 나타내는 서글픈 단어다. 전에는 투잡이란 말이 쓰였지만 지금은 투잡도 모자라 여러 개의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다.   

 

 ‘본캐’ ‘부캐’란 말도 있다. 본캐는 본캐릭터, 즉 본업(本業)을 뜻하고 부캐는 부캐릭터, 즉 부업(副業)을 뜻한다. 이런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요즘 젊은이들이 일자리 구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이 진정 좋아서 하는 일에 경제적 이익까지 따라준다면 가장 이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0…N잡러니 부캐니 하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기만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런 시간들을  이러저리 활용하다 보니 부캐도 되고 N잡도 생기게 됐다. 개중엔 부업이 성공을 거두어 어느 것이 본업이고 부업인지 구별이 모호해진 경우도 있다.   

 

 우리 작은딸도 올해 초부터 집에서 근무하는데, 출퇴근 시간이 남으니 활용할 일을 찾았다. 옷을 몇개씩 바꿔 입고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데 점차 팔로어(follower)가 늘더니 이젠 광고회사로부터 자그나마 선물을 받을 정도가 됐다. 딸아이는 신이 났다. 추운 날에도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어 올린다. 춥고 귀찮지  않느냐고 해도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라 좋다고 한다.    

 

 이런 일을 보면서 새삼 나 자신을 돌아 본다. 나는 이제껏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이 있었는가 생각하면 허탈해진다. 먹고 살기 위해 마지못해 일해왔지 나 스스로 좋아서 무언가에 흠뻑 빠져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평소 머릿속에 가득찬 생각들도 나와는 무관한 일들이 많다. 고국과 미국에서 날아오는 속상한 뉴스들에 흥분하고 핏대를 올리다가도 내가 왜 해외에 나와서까지 이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멀쩡한 사람도 죄인으로 엮어 집어넣는 윤석열이 징계를 받든 말든, 사이코 트럼프가 미쳐 날뛰든 말든 사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그런 뉴스들에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나 자신이 딱해질 때가 있다.

 

0. 한국에서부터 신문사 밥을 먹은지 30여년. 지난날을 후회하진 않지만 아쉬움은 있다. 기자라는 직업은 나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 사는 직업이다. 세상을 파고들어 대중 앞에 보여주는 것이 주 임무인 이 직업은 때론 보람도 있고 성취감도 있지만 어느때 나 자신을 돌아보면 공허감에 빠질 때가 많다. 남을 위해, 남에게 알리기 위해 뛰었지 정작 나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을 했는가, 나 자신의 발전과 내적 성숙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자문해보면 입맛이 씁쓸해진다.

 

 인생에서 성공이란 것이 무엇일까? 돈을 벌고 호의호식하는 것? 직장에서 최고 위치까지 오르는 것? 남에게 칭송과 인정을 받는 것? 세속적 관점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것은 대체로 남을 의식하는 데서 비롯된 성공관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다.

 

 물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데다 어느정도 명예욕도 있어 남을 의식하는 측면이 조금씩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삶이 공허해지게 된다. 현시욕(顯示慾)이 강한 한국인들은 특히 그런 경향이 있다.

 

 인생의 목표가 나의 행복과 내적인 평화인 사람들에게 사회적 평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진정 자기가 원하는 일을 추구하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 하겠다.

 

0…“무리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혼자일 수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일본 메이지대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베스트셀러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때론 '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상 누군가와 연결돼 있거나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이 꼭 유익한 게 아니란 것이다.

 

 나도 전에는 걸핏하면 모임자리를 만들었다. 이사람 저사람 연락해 식사와 술자리를 만들어 즐겼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시큰둥해졌다. 그런 자리가 별 의미가 없어졌다. 모임을 갖는다고 우정이 쌓이거나 사람을 깊이 사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을 만날수록  되레 악연(惡緣)만 더 쌓여갔다.

 

 해서 언젠가부터 꼭 필요한 모임에만 나가고 가급적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남과 어울려 잡담으로 시간을 낭비하느니 책을 읽고 운동하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시간들이 그렇게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남과 섞이면 하고 싶지 않은 말도 해야 하고 더욱이 이념이 맞지 않은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는 시간낭비요 고역이었다. 그런 시간들이 없어지니 마음이 평화롭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많아졌고 정신적으로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고독이 사람을 한층 성숙시킨다는 사실, 코로나가 일깨운 소중한 교훈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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