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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상의 추억 -코로나가 바꾼 직장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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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부터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해온 나는 이민 와서 일거리를 찾느라 몇 개월을 보낸 것 외에는 집에서 쉬어본 일이 없다. (그러니 인생이 얼마나 피곤하겠나…). 자고로 한국 남자들은 아침에 해가 뜨면 어떤 일을 하든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마치 불문율처럼 인식돼왔다. 허긴 누군 집에 있고 싶어 있겠는가. 본의 아니게 직장을 잃었거나 자영업이라도 할일이 없으면 집안에 머물 수 밖에.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나 이민 와서나 원거리 통근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직장이 집에서 가깝거나, 아니면 아예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특히 눈이 수북히 쌓인 겨울날 아침엔 정말이지 미끄러운 고속도로를 운전해서 갈 생각을 하면 죽을 지경이다. 그럴 땐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라고 한숨 지을 때가 많다.          

 

 이래서 재택(在宅)근무, 즉 집에서 일하는 직업은 나의 드림이었다. 재택근무는 무엇보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육체적으로 자유롭고, 직장사람들과 부딪칠 일 없이 자기 일만 하면 되니 얼마나 속이 편한가. 복장도 간편하게 입고 간식 같은 것도 마음대로 먹고… 그러나 아무리 다른 일거리를 찾아봐도 별다른 기술이 없는 나는 천상 직장에 나가 직원들과 복작대며 일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0…재택근무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T)이 발전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왔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여러 직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직원들이 집에서 일하도록 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뉴 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IT 산업의 본거지라 할 미국 실리콘밸리에 재택근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앞으로 회사 직원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업무 생산성을 보니 우리가 기대했던 이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택근무를 높이 평가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직무 성격이나 여건상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원이 영구히 재택근무를 원할 경우 그렇게 하기로 했다. 트위터의 잭 도시 CEO가 창업한 모바일 결제 업체 스퀘어도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무기한 허용키로 했다. 구글도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소한 올해 말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캐나다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의 토비 루트케 CEO는 "사무실 중심주의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내년까지 사무실을 폐쇄하고 이후에도 대부분 직원이 원격근무를 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캐나다의 IT 기업 오픈텍스트는 전 세계 120개에 달하는 사무실 중 절반 이상을 없애겠다고 했다.

 

 0…각 기업들이 잇달아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회사로 보아서는 비용절감을 들 수 있다. 직원들이 사무실에 덜 나오면 그만큼 사무실 공간과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직원들은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교통비용,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직장 상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 좋다.   

 

 코로나라는 돌발 상황으로 인해 억지로 하게 된 실험이지만 재택근무의 성과는 합격점인 듯하다. 이로써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를 확산시킨 도화선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재택근무로 인해 홈오피스(home office) 관련 제품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웹캠, 캠코더, 마이크, 노트북, 태블릿PC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 이래서 인간사엔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이다.    

 

 0…하지만 재택근무를 모두가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재택근무의 가장 큰 맹점으로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교류의 부재를 꼽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집에서 일하더라도 혁신과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의사소통과 동료애를 유지하는 것이 기업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들도 재택근무가 마냥 지상천국만은 아닐 수 있다. 전에는 회사를 마치면 업무가 끝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니 컴퓨터 앞에 계속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공사(公私) 구별이 안 되는 것이다. 행동이 자유롭긴 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이나 업무이행이 잘 안되는 점도 있다. 이에 따라 완전한 재택근무보다는 페이스북처럼 '재택+사무실 근무'의 하이브리드형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0…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도 변화시켰다. 나 같은 세대만 해도 웬만큼 아파서는 학교나 직장에 빠진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초중고 시절 개근상(皆勤賞), 정근상(精勤賞)이라는 상까지 있었으니 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나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몸이 조금만 아파도 집에서 쉬는 것이 자연스런 현실이 됐다.

 

 전에는 몸이 아파도 출근하는 것이 직장에 대한 충성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무모한 짓이라고 눈총받는 세상이 됐다. 조금이라도 아픈 기미가 보이면 무조건 쉬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주변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캐나다정부도 직장 근로자들에게 연간 열흘간 유급 병가(病暇)를 주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어찌보면 그동안 부조리와 불합리 투성이었던 인간세상을 코로나가 합리적으로 바꿔주고 있는 느낌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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