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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연습 -위기의 시간, 성숙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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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 사태로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래 글은 꼭 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 친지들이 체험한 상황들을 들어보고 느낀 점을 함께 엮어서 쓴 것입니다.)

 

 

 

 


 “당신 무척 착실해졌어요. 학창시절 모범생 같아요.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안보던 책도 꺼내 읽고… 진작에 그렇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요즘 아내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외출하지 말고 집에서 일하라는 직장이 많아지면서 많은 분들이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남자들은 집안에만 있기가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주로 밖에서 일하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집에만 콕 박혀 사는데는 익숙하지가 않지요.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안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늘면서 일상의 풍속도 달라진 것입니다.            

     
 처음엔 집에만 있으니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도무지 할 일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세상 사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며 드라마 보는 것도 지겹고, 별로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를 보며 억지로 웃는 것도 왠지 허탈하기만 했습니다. 주일에 성당에도 못 가고 셀폰을 들여다 보며 신부님의 말씀에 따라 미사를 드리는 희한한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온라인으로 미사를 드리는데 왠지 어색했습니다.    


 멀쩡한 남자가 대낮에 집안에 있자니 좀이 쑤십니다. 처음엔 한낮에 부부가 함께 있으니 신선하고 좋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내 시큰둥해지고 서로의 흠집만 보이니 사소한 일로 티격댑니다. 이럴 때 친구라도 불러내 술 한잔 하고 싶어도 식당들이 문을 닫았으니 나갈 수도 없습니다.


 창밖은 봄볕이 화창한데 동네로 산책을 나가도 지나치는 사람들이 서로 괴물을 보듯 몸을 피하니 기분이 별로입니다. 특히 백인치들은 멀찍이서도 동양사람을 보면 슬금슬금 피합니다. 그들이 어느 종족인지는 모르나 이젠 유럽이 더 난리인데, 마치 동양인들이 전염병을 퍼트린 듯이 눈을 내리깝니다. 


 솔직히 코로나 초기에 백인들이 중국인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모습을 보며 같은 동양인으로서 공분(公憤)을 느꼈습니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모습을 보며 묘한 생각도 듭니다. 신은 이 와중에도 인종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매서운 회초리를 드시는구나. 각자 반성의 시간을 갖고 좀 더 겸손해지라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그동안 너무 우쭐대고 으스댄 것은 아닌지.        

         
0…이제 코로나 사태가 거의 석달 째로 접어들면서 세상이 너무도 달라졌습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상화돼가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면 차량들 정체로 짜증이 나던 거리가 마치 유령도시처럼 텅 비고 썰렁합니다. 차가 잘 빠져 좋긴 한데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시려옵니다.   


 평소 일에 치여 사느라 별다른 취미가 없던 사람들은 이럴 때 아무런 할일이 없습니다. 특히 평소 사람을 좋아하는 이들은 더욱이나 심심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또한 평소에 공유(公有)할 일이나 취미가 없는 부부들은 대낮에 함께 있는 시간이 오히려 머쓱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기자기하게 대화를 나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책이라도 보는 습성이 있다면 이럴 때 독서라도 많이 해두면 좋겠지만 그런 습관도 없다면 책 내용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이럴 때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런 시간이 자주 오지는 않습니다. 이 기회를 소중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참에 노후를 대비해 무언가 생산적이고 보람있는 취미활동을 개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특히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저희는 사실 노후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0…저는 이번에 집에 많이 머물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아내가 별로 표도 나지 않는 소소한 집안일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하는지. 또한 느긋하게 동네길을 산책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외식이 아닌 따스한 집밥을 먹으며 또한 행복에 잠깁니다.       


 그동안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네 인생. 신은 우리에게 잠시 휴식 좀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주셨는지 모릅니다. 조물주가 주신 이 소중한 안식(安息)기간을 우리는 감사히 받아 섬겨야 하겠습니다. 한발짝 물러서서 자신과 주변을 찬찬히 되돌아 보는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하나씩 둘씩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내가 콘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는 것이 현명하겠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또한 홀로 있는 시간은 인간을 성숙하게 만듭니다.

이 고난의 시간들도 점차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훗날엔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동안 뭍한 인간들에 치여 정작 자신은 잊어버린 채 살아온 우리, 이제 홀로서기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보도록 하면 어떨까요. 


 홀로 있으니 외롭습니까? 그러나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머지않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즐겁고 긍정적인 생각들만 하면서 모처럼 맞은 안식기간을 감사히 보내도록 합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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