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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거짓말-만우절의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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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꽃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4월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저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 왔으나 때론 너무도 지치고 힘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산속의 절에 들어가 수양이나 할까 합니다. 가끔 삶이 피곤하시면 들러서 곡차나 한잔 하고 가세요. 그 절의 이름은 아래에 있습니다.” 말미의 글자는 ’만우절’이었다. 


 지난 1일(월)은 만우절이었다. 그냥 재미 삼아 몇몇 친구와 지인들에게 위와 같은 메시지를 보냈더니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친한 친구 중에는 “깜짝이야. 끝에 글자를 안 보았더라면 정말 놀랄 뻔했다”는 말을 보내왔고 어느 선배님은 “웃음 속에 뼈가 있다고, 자네 요즘 정말로 너무 힘든거 아니야?”라고 걱정해주는 분도 있었다. 개중에는 “말이 씨가 된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이젠 좀 쉬세요.”라는 조심스런 충고의 글도 보내왔다. “끝의 글씨를 읽기 전에는 가슴이 뭉클했다. 웃긴 했지만 무언가 찡한게 남는다.”는 지인도 있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 절이 어딘지, 나도 가서 푹 쉬고 싶네요.”라는 분도 있었다. 


 이런 답신들을 보면서 대부분은 물론 장난기가 발동되긴 했지만 가슴 한켠에는 남모르게 힘든 사연들이 있음을 엿볼 수가 있었다. 그 중에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멀리 중동지역 대사관에 근무하는 고위 공직자가 보내온 것이다. 이 분은 수년 전 토론토총영사관에 근무하다 간 분인데, 나의 싱거운 메시지를 무시하지 않고 안부와 함께 정성스레 답신을 보내왔다. “참 반갑습니다. 이렇게 안부라도 나눌 수 있으니 좋습니다. 지금도 가끔 토론토가 그립습니다…” 토론토에 있을 때도 소탈하고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근무해 모범 공직자로 통했는데, 역시 이런 인물은 어딜 가나 변함없는 인품을 간직하는 것 같다.      


0…매년 4월 1일은 세계적으로 만우절(萬愚節)이다. 만우절을 한자로 풀이하면 만인이 바보(愚)가 되는 날이다. 영어로는 4월 바보(April fool)라 하여 April Fools’ Day라고 한다. 만우절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프랑스에서 왔다. 예전 프랑스에서는 봄이 시작되는 4월 1일을 새해로 지냈는데, 1564년 샤를르 9세가 새해를 1월 1로 바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구습을 못 버리고 4월 1일이면 새해 나들이도 하고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러자 1월 1일을 새해로 지내던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놀리기 시작했다. 4월 1일이 되면 가짜 새해 선물을 보내거나 초대해서 헛걸음 하게 하고, 남을 놀리기도 한다. 이런 풍습이 발전해 4월 1일에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골탕먹이는 것이 퍼졌고, 이날을 새해로 믿는 사람을April Fool이라고 놀리게 됐다.


 한편 우리나라 조선의 궁중에도 이 같은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꼭히 4월 1일을 만우절로 정한 것은 아니고 첫 눈 내리는 날엔 궁인들이 왕에게 가벼운 거짓말을 해도 죄가 되지 않았다.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으며 그래서 왕을 속여도 너그럽게 눈감아 줬다고 한다.


0…외국에선 만우절 에피소드가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특히 평소 권위있는 영국 BBC 방송국이 그런 일화에 자주 오른다. 1957년 BBC 는 한 프로그램에서 스위스에 있는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BBC에 전화를 걸어 스파게티 나무의 재배법을 알고 싶어 했다. 


 2008년 BBC는 남극에서 하늘을 나는 펭귄 무리가 발견되었다는 가짜 뉴스를 전했다. 몇몇 펭귄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하늘을 날아 남미까지 여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유명 코미디언이 직접 남극을 찾아 펭귄들의 비행장면을 목격하는 매우 그럴듯한 영상이 곁들여져 전 세계 인터넷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도 BBC는 거의 해마다 기발한 만우절 장난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1950년대 어느 네덜란드 TV는 로마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는 보도를 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으며 결국 장난사실이 드러나자 일부는 방송국에 항의전화를 하기도 했다.


 우리도 학창시절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엉뚱한 장난으로 하루를 보내던 만우절의 추억이 남아 있다. 지금도 각 학교에서는 기상천외한 장난으로 선생님들을 기겁하게 한다고 한다.


0…웃을 일이 별로 없는 세상이다. 선의의 장난으로 다만 하루라도 즐겁게 웃을 수 있다면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다. 물론 장난이 어떤 종류의 것이라도 좋다는 것은 아니고, 악의 없고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죄가 되지 않는 종류의 장난이나 거짓말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있겠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하얀 거짓말’의 경우 말이다.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선 안되겠다. 


 도덕적 절대주의자들은 엄밀히 말해 하얀 거짓말은 없는 것으로 본다. 아우구스티누스나 임마누엘 칸트 등은 거짓말은 언제나 나쁘다고 봤으며 꼭 필요해도 되도록이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주제를 돌리는게 더 낫다고 봤다.


 아무튼 이 세상은 이미 어리석은(愚) 사람들로 가득하니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일년 365일 만우절 속에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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