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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break the ice -침묵은 미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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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요체는 화술(話術)

 

 

지난주 조성훈(Stan Cho) 온주의원(MPP) 후원행사가 있었다. 캐나다의 정치인 후원행사는 지구당 운영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시로 열리는데, 영어권에서 태어난 조의원 행사에는 당연히  한인보다 현지 정치인과 관계자들이 더 많이 참석한다.

 특히 이번 모임에는 덕 포드 온주총리가 참석해 행사의 격과 비중이 한층 더 올라갔다. 언론에서 종종 비판과 질책을 받긴 하지만 정계에서 차지하는 Premier의 위상은 결코 무시 못하는 자리다.

 

0…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지인들(특히 정치인)의 연설(speech) 실력이다. 포드 총리는 이날  행사장 한구석에 있는 임시연단에 올라 스피치를 하는데, 무려 20여분 동안 쉴틈없이 주요 정책과 치적 등을 쏟아내는데 조금도 거침이 없었다. 

 조금 지루할 법도 하지만 그의 열정적인 스피치는 청중을 휘어잡았다. 구체적인 경제 수치를 예로 들면서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강조하는데, 그 수치의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박진감 넘치는 연설을 들으면 모두가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에 앞서 조성훈 의원도 행사의 취지와 참석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짤막한 연설을 했는데, 그 역시 포드의 스피치보다 더 강력하면 했지 못하지 않았다.     

 

0…외국인(정치인)이 참석하는 한인행사 때마다 느끼는 소감이 있다. 바로 말(言)의 중요성이다.

 이민생활 23년째를 맞는 내가 그동안 가장 피부로 느껴온 것 중 하나는 이민자와 현지인들의 말하는 습관과 태도의 차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현지인들이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는데 비해 이민자들은 대체로 느릿하게 더듬거리며 말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영어로 말하든 모국어로 말하든 마찬가지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문화적 관습에서 오는 면이 크다고 본다.

 

0…예로부터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아온 한국을 비롯한 동양계는 어려서부터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배워왔다. 심하게 말하면 말을 많이 하지 말 것을 강요당해왔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말조심을 하게 되고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예의인 것처럼 간주돼왔다. 회의나 모임에서 한인들이 말을 아끼고 주로 남의 말을 듣는 것은 이런 문화적 관습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동.서양인이 함께 모인 곳에서 대개 발언을 독점하는 쪽은 서양인이고 동양인은 그저 묵묵히 듣는 쪽이다. 이런 습관 때문에 동양인은 대중 앞에서 하는 연설에도 약하다.

 

0…흔히 ‘침묵은 금이다’(Silence is gold)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침묵하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라고 본다.

 나는 성격이 크게 내성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사교적이지도 않지만 어색한 침묵(awkward silence)은 딱 질색이다.

 특히 평소 말수 적으신 어르신들이 모임자리에서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떤 애기든 꺼내서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애를 쓴다.

 

0…대화를 나눠야 할 자리에서 말이 없다는 것은 개인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화제거리가 빈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인들이 모임이나 회의에서 어색하게 천장이나 바닥만 바라보는 것은 별로 할 얘깃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땐 참 답답하다.

 이런 분위기를 깨려면 스포츠든 여행이든 어떤 주제라도 이야기를 꺼내서 이어가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다 가려고 귀중한 시간을 낸건 아니잖은가.

 

0…대인관계에서 침묵은 때로 상호 신뢰의 환경을 깨트리거나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을 갖고 있음에도 침묵한다면 상대방을 믿지 못하거나 다른 속셈이 있어 그러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이 영어에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유창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만히 침묵하고 있는 것보다는 무슨 대화든 나누는 것이 좋다. 그러자면 평소에 현지 신문 방송을 많이 보아 상식과 화제거리를 많이 비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로 인한 ‘강요된 침묵’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화제거리를 쌓아야 한다. 화제거리가 많으면 최소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

 

0…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자칫 (자신에 대한) 굴복일 수도 있다.

 자고로 ‘곰보다 여우가 낫다’는 말이 있다. 곰은 미련한 동물의 대명사요, 여우는 교활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둘 다 별로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여우가 낫다고 했을까. 

 쉽게 말하면 과묵하고 무뚝뚝한 사람보다는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이 낫다는 얘기다. 너무 말이 많고 가벼워도 안좋지만 그래도 곰보다는 낫다.

 말이 많은 사람은 말로 인한 실수도 잦을 수 있지만 그 속을 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은  상대하기가 훨씬 편하다. 어찌 보면 사람이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0…말을 재미있게 함으로써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가고 청량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게 다변(多辯)의 효과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말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모임자리에선 별로 내키지 않아도 가능한 말을 많이 하도록 하자.

 다만 다른 사람의 말도 경청하면서…

 “Hey guys, let’s break the ice.”(자 여러분, 어색하게 침묵만 하지 말고 이야기 좀 합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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