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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의 추억 -자타공인 한국 최강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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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상황에 맞게 완급 조절도

 

                                   이를 악물고 고된 훈련을 견뎌내고 있는 해병대원.

 

 한국남자들이 일생에서 겪는 가장 잊지 못할 경험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군대 체험일 것이다. 오죽하면 제대한지 수십 년이 흘러도 꿈에 다시 군대에 끌려가는 악몽을 꿀까.

 그러나 청춘의 황금기를 바쳤던 병영체험의 고난도 세월이 지나면서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포장되니 무슨 조화인지.

 

 0…나는 1981년 서해 최북단 대청도에서 군생활을 했다. 대학 졸업 후 해군간부후보생(OCS)을 거쳐 해병소위로 임관된 내가 처음 배속된 부대가 백령도 해병대 여단본부였고 예하 대대가 대청도였다.

 지금은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이면 당도하지만 당시엔 여객선을 타고 12시간을 항해해야 했다.

  긴 여정 끝에 도착한 백령-대청도는 신참 소위에게는 경외로움 자체였다. 먼 바다 한가운데에 그처럼 아름답고 큰 섬이 있는 줄을 입대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0…청춘시절 최전방에서 보낸 군 경험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서해 5도를 관할하는 해병대 백령도 여단 중에서 나는 다시 배로 30여 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대청도에 배속됐다.

 북한 해주 땅이 코앞에 있고 효녀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의 푸른 바다는 파도가 잔잔하고 햇빛이 찬란하면 더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날씨가 사납고 파도가 거세면 무섭도록 거칠었다.

 장산곶이 빤히 보이는 이쪽 진지에서 우리는 검푸른 바다를 향해 밤낮 없이 총부리를 겨눈 채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긴장을 풀 수 없었다.

 

 0. 대청도에 발을 디딘 첫날, 발칸포가 밤하늘을 향해 불을 뿜어대던 기억이 선하다. 북한 항공기가 우리 해안에 접근해와 경고사격을 가하는 소리였다.

 그때 이곳이 최전방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동시에 내가 과연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다행히 다음날부터 평상으로 돌아갔지만 전방엔 늘 긴장이 감돌았다. 나는 매일밤 해안 철책선을 따라 순찰을 돌며 병사들이 졸지는 않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항상 신경을 써야 했다.

 

 0…한여름 이맘때 대청도 앞바다는 하얀 갈매기떼가 한가롭게 떠다니는 평화스런 섬이다.

 해안방어가 주임무인 우리부대 병사들은 낮엔 잠을 자거나 총기를 닦고 개인비품을 정리하는 등, 소소한 일과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어 무료한 감마저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보나 나이가 많은 선임하사(중사)가 제안을 했다. 심심한데 전복이나 따다가 소주나 한잔 하자는 것이었다. 신임소위로 ‘똥기합’이 잔뜩 들어있던 나는 “전방부대에서 대낮부터 그러면 되느냐”고 힐난은 하면서도 귀가 솔깃했다.

 스쿠버다이버 출신인 선임하사는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해삼과 소라 전복을 잔뜩 따갖고 올라왔다. 싱싱한 해산물을 안주삼아 막소주 한잔 기울이는 맛은 기가 막혔다.

 

 0…해병대는 강한 군대의 대명사다. 적지(敵地) 해안에 침투해 교두보를 장악하는 것이 주임무인 해병대는 그만큼 훈련이 세고 군기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극한상황 속에 맺어진 선.후배간 우정과 위계질서는 다른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끈끈하다.

 

 0…하지만 어찌보면 해병대를 미화(美化)해서 그렇지 병영생활은 한없이 힘들고 고달프기만 하다. 잠도 못자고 훈련은 고되고 선임자들은 괴롭히고…

 장교나 사병 가릴것 없이 식당에서 나오는 밥과 부식(반찬)은 눈물이 날 정도로 부실하다(지금은 좀 개선됐는지 모르겠다).

 이러니 남은 것은 오로지 치받는 ‘악’ 밖에 없다. 이래서 해병대가 휴가를 나오면 장안이 시끄럽다. 아무나 닥치는대로 치고받고 ‘깽판’을 부려댄다.

 

 0…해병대의 ‘곤조’(根性)가 빛을 발할 때가 있다. 바로 위기상황에서다.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죽을 각오를 하고 적진에 뛰어드는 것이 해병대다.

 또한 평상시 국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해병대는 물불 가리지 않고 소매자락을 걷어부친다. 이는 현역이나 예비역이나 같다.

 거리에서 해병대끼리 만나면 무조건 선배가 후배에게 술을 산다. 그 끈적한 우정은 세계 최고일 것이다.            

 

 0…한국에서는 해병대 얘기가 자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유명배우가 자원해 해병대에 입대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국민들이 해병대에 갖고 있는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해병대에 관해서는 주로 용감무쌍한 모험담이 많지만 때론 어두운 소식도 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그런 사건사고가 해병대가 아닌 타군에서 일어났더라도 그렇게 화제가 됐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0…지난달 경북 예천에서 폭우로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채 하천의 급류에서 수색을 벌이다 휩끌려갔다. 관할 사단장은 위험한 상황에서 병사들에게 적절한 안전조치를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 간부 여러명이 징계를 받았고, 수사단장은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면서 상부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을 당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0…평소 강하기로 유명한 해병대. 하지만 용기만 믿고 거센 물결을 무시한 채 병사를 맨몸으로 급류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는 무모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용감하고 막강하기로서니 사람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어서야 되겠는가.

 한편으론, 이 일로 인해 해병대의 사기가 위축돼서는 안되겠다는 안타까운 생각도 해본다. 적진의 최전선에서 목숨걸고 싸우는 해병대의 사기는 여전히 충천해야 할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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