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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전쟁 배경 영화-‘해밀턴 부인’(Lady Hamilt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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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의 미녀 비비안 리(Vivien Leigh, 1913~1967)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에 출연한 다음 해에 결혼한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 1907~1989)와 함께 공연한 작품이 이번에 소개할 ‘해밀턴 부인’(That Hamilton Woman 또는 Lady Hamilton)이다.

 

 1941년 유나이티드 아티스츠사 배급. 흑백 사극 드라마. 제작·감독은 헝가리 출신 영국인 알렉산더 코르다. 음악감독은 '벤허(1959)'로 잘 알려진 로자 미클로시. 출연 비비안 리, 로렌스 올리비에, 앨런 모우브레이, 글래디스 쿠퍼, 사라 올굿, 헨리 윌콕슨 등. 러닝타임 128분.

 

 내용은 한마디로 역사적 실존인물인 하층민 출신 엠마 해밀턴(Emma Hamilton, 1765~1815)의 인생 역정을 그린 것이다. 그녀는 이탈리아 나폴리 왕국의 저명한 영국 대사였던 윌리엄 해밀턴 경과 결혼하여 '해밀턴 부인'이 되었고, 나중에 영국 전사(戰史)의 영웅인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정부(情婦)가 되었기에 작품의 소재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 작품은 모든 점에서 엠마 해밀턴이 환생한 듯한 연기를 보여준 비비안 리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말년의 초라한 엠마의 회상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칼레(Calais)의 한 싸구려 여인숙에서 걸어나온 술에 찌든 초라한 여자(비비안 리)가 와인가게에 들러 프랑스어로 와인을 찾는 척하다가 선반에 있는 술 한 병을 슬쩍 챙겨 나온다. 이를 추적하던 경찰이 그녀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하자 행인들과 몸싸움이 벌어진다.

 

 결국 경찰을 패주다 감옥에 수감된 여자행인들 중 자신을 영국인 창녀라고 소개하는 메리 스미스(헤더 에인절)가 허스키하고 절망적이며 술에 젖은 듯한 목소리의 그 여자에게 술을 건넨다. 그녀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비로소 자기를 '엠마 해밀턴 부인'이라고 말한다.

 

 믿기지 않는 듯, 호기심이 발동한 메리 스미스는 "나 한테만 얘기해 주면 절대 그 비밀을 남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부추기며 자기 엄마가 '엠마 해밀턴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메리 스미스에게 거울이 있느냐고 묻는 엠마. 거울을 보면서 "…나는 항상 기적을 기다리고 있었지. 일생에 단 한 번! … 내가 그 전에 알던 그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이제 죽었다."며 의심 많고 호기심 많은 메리에게 그녀의 일생에 대해 얘기해준다.

 

 회상 장면은 나폴리 영국 공관에서 시작된다. 런던에 다녀온 집사 가빈(올라프 히튼)이 짐을 내리는데 나폴리 주재 영국 대사인 윌리엄 해밀턴 경(앨런 모우브레이)은 더 기다릴 수 없다는 태도로 잘 포장된 그림 한 점을 직접 해체하여 마침 방문한 프랑스 대사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이 그림이 뒤에서 설명할 영국 화가 조지 롬니(George Romney, 1734~1802)가 그린 '밀짚모자를 쓴 엠마 하트(Emma Hart in a Straw Hat·1782)'이다.

 

 영화는 엠마의 나폴리 생활부터 회상이 시작되므로 단편적인 영화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대신 전체적인 엠마의 생애를 살펴보고 끝마무리 하고자 한다.

 

■ 엠마 해밀턴은 누구인가

 엠마 해밀턴은 영국 체셔 주의 네스 읍 스완 코티지(Swan Cottage)에서 대장장이 아버지 헨리 라이언과 어머니 메리 키드 사이에서 에이미 라이언(Amy Lyon)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생후 2개월만에 사망하자 어머니는 생계 때문에 돈 벌러 나가고 당시 60살의 외할머니 사라 키드에 의해 키워졌다.

 

 에이미는 12살이 되던 1777년부터 외과의사인 호노라투스 리 토머스 박사의 하워든 집에서 하녀로 일하기 시작하여 몇 달 후 코벤트 가든의 드루리 레인 왕립 극장(Theatre Royal Drury Lane)에서 여러 배우들의 하녀로 일한다.

 

 그 중에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1757~1800)도 있었다. 로빈슨은 시인, 소설가, 극작가로 더 유명하여 '영국의 사포(Sappho)'로 불린 배우였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를 각색한 'Florizel and Perdita(1779)' 연극공연에서 여주인공 페르디타 역을 맡았기 때문에 그후 페르디타는 그녀의 별명이 되었다.

 

 영국 초상화 전문 화가인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 1723~1792)가 그린 그녀의 초상화 '페르디타(1782)'가 잘 알려져 있다. [註: 우리가 어렸을 때 차마다 '오늘도 무사히'라고 쓰고 부적처럼 붙이고 다니던 무릎꿇고 기도하는 소녀(?)의 그림이 바로 레이놀즈가 그린 '어린 사무엘(The Infant Samuel·1776)'이다. 메리 로빈슨은 유부녀로서 웨일스 왕자(Prince of Wales, 나중에 조지 4세 왕이 됨)가 공개적으로 내건 2만 파운드 제의를 받아들여 그의 첫 정부(mistress)가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후 에이미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의 자칭 성(性)과학자이며 돌팔이 의사인 제임스 그레이엄(James Graham, 1745~1794)이 런던 한복판에 차려놓은 '건강의 신전'에서 모델로 일한다. 말이 모델이지 실은 고객이 이른바 '천상(天上)의 침대'에 누워, '건강의 여신 헤베(Hebe Vestina)'라는 이름의 늘씬한 모델이 등장해 발가벗고 춤추는 걸 보는 동안 침대로 약한 전기충격을 주어서 누워있던 고객이 쾌락을 얻게 하는 비즈니스였다. (다음 호에 계속)

 

▲ '해밀턴 부인(That Hamilton Woman·1941)' 영화포스터

 

▲ 와인 한 병을 훔쳐나오던 엠마 해밀턴 부인(비비안 리)을 추적하던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려하자 행인들과 몸싸움이 벌어진다.

 

▲ 같이 수감된 창녀 메리 스미스(헤더 에인절)가 엠마(비비안 리)를 부추겨 그녀의 과거 회상이 시작된다.

 

▲ 자신의 구세주였던 찰스 그레빌의 배신에 실망한 엠마(비비안 리)를 다독거리는 해밀턴 경(앨런 모우브레이). 가운데 뒷면에 엠마를 그린 그림이 놓여있다.

 

▲ 조지 롬니가 그린 '밀짚모자를 쓴 엠마 하트(Emma Hart in a Straw Hat)' 1782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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