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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I)-'서부 전선 이상 없다'(6·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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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영웅의 귀가, 전선에의 복귀 그리고 죽음 (계속)

 수프 만들 재료를 구하러 나간 카트를 찾아나선 파울은 철로 아래 3km나 떨어진 곳에서 그를 발견한다. 이때 전투기 한 대가 폭탄을 투하하는 바람에 둘은 대피한다. 카트는 친구이자 마음이 잘 통하는 파울을 반갑게 맞이하고, 파울은 더 이상 자기가 알던 고향이 아니었다며 다시 카트를 보기 위해 전선으로 돌아왔다고 얘기한다.

 

 파울: 나에게 남은 건 당신뿐이에요, 카트.

 카트: 나도 남은 게 별로 없어. 자네가 그리웠어, 파울.

 파울: 최소한 우린 여기 실상을 알잖아요. 여긴 거짓말이 없어요. (휴가때 얘기를 들려준다)

 

 카트: 뭐 파리로 진격한다고? 적진을 못 봐서 그래. 프랑스군은 흰빵을 먹고, 비행기도 우리보다 12배나 많고, 성능 좋은 탱크는 도처에 널렸고, 대포도 더 멀리 쏘지. 한데 우린 어떤가? 대포는 너무 낡았고, 탄약과 식량은 동이 났고, 장교도 없어. 그런데 파리로 진격하라니?

 

 복귀하던 중에 아까 보았던 전투기의 공습에 카트가 정강이에 부상을 입는다, 카트가 "그래도 운이 좋았지?"라고 말하자 "네 그럼 전쟁이 끝나겠네요?"라고 되묻는 파울. 그러나 카트는 "천만의 말씀. 내가 진짜로 당하기 전에는 전쟁은 안 끝난다."고 말한다.

 

 파울이 지혈대 등 응급처치를 하고 카트를 업고 가는데 적기의 재공습으로 폭탄이 그들 바로 뒤에서 터진다. 파울이 하늘에 대고 소리친다. "같은 날 우리 둘을 죽이진 못해! …우린 나중에 반드시 다시 만날 거에요."

 

 파울은 카트가 두 번째 폭격 때 목에 파편을 맞아 이미 절명한 것을 모르고 계속 얘기한다. "당신이 돼지를 통째로 가져온 날 기억나요? 숲에서 포탄 피하는 법을 가르쳐준 날은요? 제가 첫 포격을 받고 엉엉 울었잖아요. 그때 전 새파란 신병이었죠."

 

 파울이 야전병원 텐트 속에 카트를 내려놓고 이젠 괜찮다며 그에게 먹일 물을 따르는데 의무병이 그가 죽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파울은 그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을 먹이려고 하지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던 의무병이 친척이냐고 묻자 파울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비틀거리면서 밖으로 걸어나간다. 졸지에 정신적 지주였던 친구를 잃은 가슴 아픈 절망과 삶의 희망을 잃은 슬픔에 가득찬 순간이다.

 

 마지막 장면, 병사들이 황폐한 참호 속에 고인 물을 퍼내고 있다. 어디선가 하모니카 소리가 들린다. 날씨는 화창하고 평화스러워 보인다. 파울은 참호 속에 앉아서 몸과 마음이 지친 듯 백일몽(白日夢)에 젖어있다. 이때 참호의 총구멍 밖으로 나비 한 마리를 발견하고 미소짓는 파울.

 

 그때 적의 스나이퍼(저격수)가 다가와서 망원렌즈를 통해 정조준을 하고 있다. 이를 모른 파울은 순간적으로 전선의 위험을 잊고 그 나비를 잡으려고 가까이 갈 무렵 갑자기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파울의 손이 순간적으로 뒤로 홱 잡아당겨지면서 힘없이 꺾어져 땅에 떨어진다. [註: 이 손은 체코 출신 촬영감독 카를 프로인트의 제안에 따라 마일스톤 감독의 손을 빌려 찍은 것이다. 1979년 TV영화에서는 참호 속에서 새를 그리던 중 더 자세히 보려고 일어서다 총에 맞아 죽는데, 아무튼 참전 지원 4년만인 종전 무렵의 허무한 죽음이다!]

 

 묘지의 무수한 십자가 이미지와 영화 초반부에서 제2중대가 전선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왔던 공포에 질린 듯 원망하는 듯 뒤돌아보는 슬픈 눈빛의 유령같은 병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다가 페이드아웃 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註: 원작에서는 주인공 파울이 전사한 날은 전선이 조용하여 1918년 10월11일 그 날 사령부에 올린 보고서에 '서부전선 이상 없음'이라고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로 끝난다.]

 

 이 마지막 장면과 겹쳐 보이는 영화가 있다. 에리히 마리아 레메르크의 1954년 소설을 더글라스 셔크 감독이 1958년 영화화 한 동명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이다. 주인공 에른스트(존 가빈)가 아내의 편지를 품에서 꺼내 읽던 중 자기가 풀어준 게릴라의 총에 맞아 죽으면서 다 읽지 못한 편지는 강물에 떠내려가던 마지막 장면이다.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 2악장'이 가슴을 찢어놓을 듯 흐르는 가운데….

 

5. 맺음말

 제1차 세계대전은 특히 유럽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왜냐하면 그 전 19세기의 이른바 나폴레옹식 전쟁은 길어봐야 몇 개월 내의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반면 20세기의 전쟁은 약 300km의 서부전선을 두고 약 4년 간의 대치 상태의 피를 말리는 전투이었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 이유로, 첫째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으로 값싼 물자 공급이 가능했고, 둘째 증기선, 증기기관차의 발명으로 운송수단의 발전, 셋째 대포, 탱크, 기관총 등 제조 기술과 비행기, 기구 등 항공 기술의 발전, 넷째 근대식 교육으로 다수의 군인들을 한꺼번에 훈련시킬 수 있어 빠른 병력의 충원이 가능했던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량 살상무기 앞에 종전의 전쟁과는 달리 생존의 확률에 목숨을 맡겨야 했던 무기력한 전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본격적인 참호전이 벌어졌다. 참호는 지형상 진흙이라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진흙탕 속에서의 고된 일상과 죽은 시체들과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참호 생활로 인해 들쥐가 끓고 전염병이 확산되기도 했다.

 

 게다가 종전의 성벽을 대신하여 참호에 방어벽을 구축한 것이 철조망이었다. '철사 하나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획기적인 고안이었다. 이 영화에도 나오지만 죽은 사람들이 이 철조망에 열매처럼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생존이 곧 승리"를 의미했다.

 

 적군의 참호를 뚫기 위해 독일은 처음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하였는데 특히 '머스타드(겨자) 가스'는 땅에 스며들어 있다가 총을 쏘기 위해 엎드리는 사람의 피부가 썩어 들어갈 정도로 끔찍한 무기였다고 한다.

 

 이 참호와 철조망에 의지해 예상과는 달리 지구전으로 치닫자 역병이 돌고 정신병자들이 속출하였고, 영웅이 나올 수 없는 상황, 교훈을 찾기 힘든 전쟁으로 역사상 엄청난 희생만 남긴 무의미한 전쟁이었다.

 

 결국 1919년 6월, 독일 제국과 연합군 사이에 베르사유 평화조약이 맺어졌다. 당시 1,320억 마르크를 배상해야 했던 독일 제국은 세계 대공황과 함께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가 권력을 잡으면서 재건에 관한 모든 배상을 거부했다. 한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빅포(Big Four)' 사이에 불공정한 이익 배분에 대한 불만 때문에 '독을 품은' 제2차 세계대전의 불씨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의미 없는 제1차 세계대전은 제정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가져왔다. 1차 대전 참전으로 극도의 생활고에 시달린 서민들이 1917년 2월 혁명을 일으켰고, 그 해 10월 블라디미르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에 기반한 20세기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가 탄생하게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전쟁은 돌고 도는 '거대한 환상'일까?… (끝)

 

▲ 두 번째 폭격 때 카친스키가 목에 파편을 맞아 이미 사망한 것을 모르고 파울 보이머(류 에어스)는 계속 얘기하며 가는데…

 

▲ 날씨는 화창하고 어디선가 하모니카 소리가 들리는데 파울 보이머는 참호 속에 홀로 앉아서 몸과 마음이 지친 듯 백일몽(白日夢)에 젖어있다.

 

▲ 참호의 총구멍 밖의 나비 한 마리를 발견하고 미소짓는 파울.

 

▲ 나비를 잡으려고 가까이 갈 무렵 갑자기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파울의 손이 힘없이 꺾어져 땅에 떨어진다.

 

▲ 묘지의 무수한 십자가 이미지와 공포에 질린 듯 원망하는 듯 뒤돌아보는 슬픈 눈빛의 유령같은 병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다가 페이드아웃 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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