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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포 유‘(Song for Mar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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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시리즈(V)
못다한 노래, 오늘이 남은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인 것을!

 

 

 

 

 이 영화 칼럼을 준비하던 5월 어느 날, 조촐한 모임에서 이 영화 얘기를 들려주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 스스로 혼난 적이 있다. 좀체 없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감동이 컸던 탓이다. 


 스토리는 작고 평범하지만 음악과 노래에 녹아든 노부부의 사랑과 열정적인 삶을 통해, 잔잔한 감동이 거역할 수 없는 큰 파도가 되어 가슴에 밀려온다. 2012년에 개봉된 '송 포 유(Song for Marion)'라는 영국•독일 합작 영화이다.


 원제의 '매리언'은 여자주인공의 이름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성있는 '유(You)'로 붙였다. 미국에서는 '못 다한 노래(Unfinished Song)'로 개봉됐고, 엔딩 크레디트에 셀린 디옹(Celine Dion•49)이 'Unfinished Songs'라는 타이틀 송을 불렀다. 


 각색•감독 폴 앤드류 윌리암스. 출연 테렌스 스탬프, 젬마 아터튼,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등. 러닝타임 93분.


 오프닝 크레디트에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 노래가 나온다. [註: 컨트리 뮤직 가수인 찰리 리치(Charlie Rich, 1932~1995)가 부른 노래로 1973년 빌보드 팝 및 컨트리 싱글 차트 등에서 톱을 차지했던 곡이다.] 

 

 

 


 마을 주민 회관에서 아서 해리스(테렌스 스탬프)가 담배를 피우며 'Crazy'라는 노래 합창 연습을 하고 있는 아내 매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을 기다리고 있다. 연습이 끝나자 그녀를 휠체어에 태워 집으로 데려온다.

 
 늘상 반복하는 일이지만 아서는 매리언이 열심히 참가하는 합창단이 못마땅하다. 한 무리의 젊은 애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잠깐 서서 아내의 목도리 등 옷매무새를 다시 보살피는 아서의 행동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약을 먹이고 내일을 위해 노래연습에 무리하지 말라며 침실을 나가려는 아서에게 매리언은 "키스는 해주어야지. 나한텐 내일이 없을 수도 있잖아."라고 말한다.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마치 자기 탓인 양 아서의 표정이 어둡다. 몸도 좋지 않은 매리언이 합창 연습 대신 집에서 편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리언은 시한부의 인생을 그저 침대 위에서 보내다가 삶을 마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좋아 하는 일을 마음씨 좋은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한다. 

 

 

 


 다음날 오후, 아들 제임스(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의 자동차 정비소를 찾아가 어머니를 저녁 7시 노래교실로 대신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고 친구들 모임장소로 가는 아서. 외아들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영 뜹뜰하고 토라진 표정에 지극히 사무적이라 일말의 부성애(父性愛)를 찾아보기 어렵다.


 매리언의 합창단이 합창대회 오디션을 나가게 된다. 학교 음악교사로 일하면서 일과 후 무보수로 합창을 지휘하는 엘리자베스(젬마 아터튼)가 합창단의 이름을 짓는다. 노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이름은 '연금으로 술술 사는 사람들'이란 뜻의 '연금술사 합창단'. [註: 영어로는 'The OAPZ', 즉 'The Old Age Pensioners'라고 하는데, 맛깔스러울 뿐만 아니라 '연금술사'라는 2중의 의미까지 내포하는 우리말 번역자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OAPZ는 모두 영국 북동쪽 노스 타인사이드(North Tyneside)의 백워스 광산에서 66년 전인 1951년 창단된 백워스 남성합창단(Backworth Male Voice Choir) 단원들로, 이 영화 마지막 합창경연대회에 잠깐 선을 보인다.] 


 아서가 친구들이랑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저녁 시간, '숨을 곳은 없어(Nowhere to Run)' 노래 연습 중 매리언이 쓰러진다. 엘리자베스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찾아온 아서. 제임스와 손녀 제니퍼(올라 힐)가 이미 와 있다. 


 매리언의 병실에서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는 아서…. 집에서 혼자 자는 밤은 영 편치 않다. 뜨거운 물을 채운 핫워터팩을 아내의 자리에 놓아두고 그걸 쓰다듬으며 잠이 든다.


 병원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의사의 처방은 집에 가서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 맛있는 거 많이 들고 쉬라는 것.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소식에 다름 아니다.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제니퍼가 직접 만든 할머니 쾌유를 비는 카드를 보여준다. 제임스가 어머니의 상태를 묻자 아서는 "얼마 못 산다"고 대수롭잖게 내뱉는다. 


 매리언이 "힘드셔서 그런 거니 네가 이해하렴"하고 아들을 다독이며 "그래도 나중에 아버지 꼭 돌봐드려라. 독거노인처럼 사시게 하면 안 돼"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침실. 매리언이 남편 아서에게 "나 보고 싶어 혼났지?" "하루에 두 번씩 병원 갔잖아" "밤엔 독수공방 했잖수." 매리언은 따로 침대 쓰지 말고 자기 옆에 같이 자자며 안아달란다. 그리고 "아까 제임스가 울었어. 애한테 그러지 마." "잘못했어. 내일 다독여 줄게." "이뻐라. 사랑해" "나도 사랑해. 솔직히 보고싶었어." "다 알아."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매리언은 중재자이자 '행복의 근원'이다. 

 

 

 


 다음 날 비오는 이른 아침, 합창단원들이 매리언의 집으로 몰려와 쾌유를 빌며 '당신은 내 인생의 태양(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을 합창한다. [註: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67)가 작사•작곡하여 1973년 발표한 곡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유명한 곡이다. 그는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1984)'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졌는데, 이 곡을 1995년 한국의 김건모가 레게풍으로 불러 새삼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창문을 열고 이를 눈물겹도록 고마워하고 박수치며 키스까지 보내는 매리언. 그러나 일어설 기운도 없으면서 침대에 누워있지 않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려는 매리언을 말리는 아서. 하지만 오디션을 향한 매리언의 열정을 가라앉히지는 못한다. 이에 화가 난 그는 창문을 열고 합창단원 친구들에게 '정신 나간 사람들, 꺼져 버려'라고 욕을 해댄다. 


 살 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아내의 건강을 더 악화시켜 더 빨리 저 세상으로 보내려는, 따라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할 시간을 뺏어가는 처사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아서는 매사에 갈고리처럼 날을 세우고 까다롭게 행동하는 남편으로 비친다.


 그러나 항상 긍정적이고 주위의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아내 매리언은 노래교실에 데려다 줄 때 모든 친구들에게 사과하라고 강력히 요구하며, 그러기 전에는 말 한마디 안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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