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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상)
youngho2017

 

 

 

뉴욕에서 시작하여 북서쪽 러시모어산에서 끝나는 미스터리•스릴러 첩보 명화

 

 내친 김에 캐리 그랜트가 출연한 영화 몇 편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샤레이드(Charade•1963)에서 언급 했듯이 그는 앨프리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1899~1980) 감독의 총아였다 보니 두 사람이 함께 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와 오명(汚名, Notorious•1946) 2편을 통해서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우선 1959년에 제작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는 서스펜스, 스릴러 첩보영화로 에바 마리 세인트, 제임스 메이슨 등이 출연한다. MGM사 배급. 칼러 비스타비전. 러닝타임 136분.


 그런데 이 영화의 오프닝 크레디트에 움직이는 글씨, 좀 유식하게는 키네틱 타이포그래피(kinetic typography)가 처음으로 등장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는 솔 배스(Saul Bass, 1920~1996)가 창안한 것으로, 그는 벨(Bell) 및 AT&T 그리고 컨티넨탈 및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로고를 만든 장본인으로도 유명하다. 이미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Vertigo•1958)에서 어지럽게 소용돌이 치는 타이틀 시퀀스를 맡았던 그는 사이코(Psycho•1960)에서도 관계가 이어지게 된다.


 이쯤에서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런데 이 영화를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는 어쩌면 초 치는 얘기가 될 것 같다. 스릴러 영화의 파삭거리는 얘기를 미리 알려주면 그 짜릿한 맛과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글 표현의 한계점이며 영상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니 양해를 바란다.


 뉴욕의 평범한 광고회사 중역인 로저 O. 손힐(캐리 그랜트)은 어느 날 호텔에서 회의가 있어서 가게 된다. 그런데 웨이터가 캐플란을 부를 때 사실은 전보를 부탁한다는 뜻으로 손을 든 것이 조지 캐플란으로 오인 된다. 손힐은 두 괴한, 밸러리언(애덤 윌리엄스)과 리히트(로버트 엘렌스타인)에게 납치되어 롱 아일랜드에 있는 레스터 타운젠드의 집으로 끌려간다. 거기서 타운젠드라는 사람, 사실은 스파이 필립 반담(제임스 메이슨)이 나타나 손힐을 추궁한다. 그는 손힐을 캐플란이라고 부르는데 손힐은 자기는 캐플란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반담의 집사 레너드(마틴 랜도)가 그에게 억지로 버본을 들이키게 하고는 차에 태워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죽이려 한다. 술에 취한 손힐은 가까스로 탈출하여 경찰서로 가게 된다.


 경찰서에서 손힐은 타운젠드의 집사와 괴한들이 자신에게 술을 먹였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어머니 클라라(제시 로이스 랜디스)는 믿지를 않는다. 게다가 주경찰과 같이 타운젠드의 집에 갔을 때에 그의 집에는 술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타운젠드의 부인(조세핀 허친슨)이 나타나 손힐이 간밤 만찬 때 술에 취했으며 남편은 유엔 외교관으로 일한다고 증언하자 조사는 여기에서 끝난다. (영화의 끝부분에 사실은 반담의 누이동생이 타운젠드 부인으로 위장했었음이 폭로된다.)


 하지만 뭔가 심상찮은 덫에 걸린 듯한 손힐은 누명을 벗기 위해 타운젠드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려고 어머니와 함께 캐플란이 머무는 호텔로 가서 그의 방을 조사한다. 그때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반담의 부하가 건 전화였다. 거기서 두 괴한을 다시 만난 손힐은 교묘히 피하여 유엔본부 건물로 가서 레스터 타운젠드(필립 오베)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손힐이 만난 타운젠드가 아니었고 그의 부인은 죽고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반담이 그의 이름과 저택을 도용했음을 깨닫는 순간, 갑자기 타운젠드가 반담의 부하 밸러리언이 던진 칼을 등에 맞고 손힐의 팔에 안겨 죽어버린다. 그 칼을 무의식적으로 뽑아든 손힐은 살인자로 의심받아 경찰의 추격을 받는 신세가 된다.


 한편 FBI에서는 필립 반담을 추격하려고 만든 가상의 인물 캐플란을 어떻게 일반인인 손힐이 알 수 있냐면서도 모르는 척 상황의 전개를 지켜보기로 결정하는데… 그러는 사이 한편 캐플란이 그 다음날 시카고 호텔에 예약해 놓은 사실을 안 손힐은 그를 쫓기 위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시카고행 열차에 표 없이 몰래 승차한다.


 짙은 선글래스를 끼고 추적하는 경찰을 피해 식당칸으로 간 손힐은 거기서 이브 켄달(에바 마리 세인트)이라는 금발 미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도망자 손힐을 자신의 객실에 숨기고 기차에 탑승한 경찰들을 따돌린다. 그러나 이브 켄달은 반담의 정부(情婦)로 다른 객실에 레너드, 밸러리언과 함께 있는 그들의 은밀한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지만 손힐은 그 사실을 모른 채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식당열차에서 켄달이 손힐을 유혹하는 대사가 상당히 진한데, 당시 검열에 걸리지 않기 위해 교묘하게 고쳤다는 후문이다. 예컨대 "배 고플 때는 사랑 얘기 따위는 하지 않아요(I never discuss love on an empty stomach.)"에서 원래의 make를 discuss로 바꿨다고 한다.  

 
 다음날 시카고역에 도착하자 켄달은 손힐에게 캐플란을 만나볼 것을 제안한다. 손힐이 동의하자 그녀는 만날 장소를 정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그러나 사실은 레너드에게 전화하여 지시 받은대로 손힐에게 먼 시골길로 가라고 알려준다.


 버스를 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들판길에 내린 손힐. 인적이 없는 곳에서 무작정 기다리던 중 어떤 사람이 버스 정차장에 내리더니 "농사철도 아닌데 비료를 뿌리는 비행기가 이상하다"는 말을 남기고 다른 버스를 타고 가버린다. 그때 캐플란 대신에 나타난 농약살포 경비행기. 갑자기 저공 비행을 하며 손힐에게 기관총을 발사하자 급히 옥수수밭에 몸을 숨긴다. 그러자 비행기는 그 위에 농약을 살포한다. 숨을 쉴 수 없어 다시 길로 나온 손힐은 죽을 각오로 길 한복판에 서서 최고속력으로 달려오는 유조(油槽) 트럭을 가까스로 정지시킨다. 비행기가 다시 하강하여 손힐에게 다가오는데 살포된 농약의 분무 때문에 유조 트럭을 들이받고 폭파함으로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 장면은 007시리즈 2편 애인과 함께 러시아에서 오다(From Russia with Love•1963)에서 제임스 본드(숀 코너리)가 헬리콥터에 추격 당하는 시퀀스에 모티프를 준 명장면이다.


 불타는 장면을 구경하는 사람의 트럭을 훔쳐타고 뒤늦게 호텔에 도착한 손힐은 카운터에서 캐플란이 이미 사우스다코타의 래피드 시티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켄달이 자신을 속였다고 믿게 된다. 기지로 알아낸 켄달의 방으로 찾아간 손힐. 그러나 저승사자(?)가 나타났는데도 오히려 반색 하며 같이 위스키를 마시고 손힐의 옷세탁을 맡기고는 전화를 받자마자 방을 떠나는 켄달. 한편 샤워를 하는 척 하던 손힐은 켄달이 메모지에 눌러쓴 자국을 통해 미술품 경매장 주소를 알아내고 곧 뒤따라 간다. 거기서 비로소 켄달이 자기가 알고있는 타운젠드, 즉 필립 반담의 정부이자 부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담이 타라스칸 조각을 구입하고는 켄달과 함께 떠나자 손힐은 뒤쫓아가려고 하지만 그 부하들이 출구를 막고 자신을 죽이려 한다.


 영락없이 함정에 빠진 손힐. 그는 일부러 어처구니 없는 경매 입찰 소란을 피워서 경찰들이 나타나 붙잡아 가게 함으로써 위기를 탈출한다. 손힐은 차속에서 자기가 바로 타운젠드의 살인자라며 감옥에 가둘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체포한 경찰은 은밀하게 그를 시카고 미드웨이 국제공항의 노스웨스트 항공 카운터로 데리고 간다. 거기서 이름을 밝히지 않는 한 교수(레오 G. 캐롤)를 만나는데 그는 FBI 소속 책임자로 캐플란은 실존 인물이 아닌, 스파이 필립 반담을 유인하기 위한 가공 인물이라며 켄달은 그를 체포하기 위해 투입된 FBI 요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손힐 때문에 신분이 노출돼 켄달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하자 손힐은 그녀를 도우기로 결심하고 드디어 러시모어산으로 향한다.


 그 다음날 러시모어산 안내 센터에 나타난 반담 일행에게 손힐은 자기가 캐플란이라며 그들이 무사히 출국하도록 도와주는 대신 켄달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그때 켄달이 그런 손힐을 저격하는데 사실 그녀가 쏜 권총은 공포탄이었으며 반담을 속이기 위해 벌인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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