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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소 고지'(Hacksaw Ridge) (6·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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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I 배경 영화 (VIII)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데스몬드 T. 도스의 실화를 다룬 전기·전쟁영화

 

(지난 호에 이어)

 

   이제 글로버 대위가 로프를 타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두(?) 퇴각한다.

   스미티의 죽음에 도스는 하느님에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울음을 터뜨리고,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외치며 절망하지만 그 순간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부상병들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註: 마치 하나님이 도스에게 '그들을 구하라'고 말하는 것 같은 절묘한 연출이다. 이 대목에서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 25:40)는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도스는 전장을 누비며 아직 살아있는 부상자들을 열심히 벼랑으로 옮긴다….

   한편 글로버 대위는 본부의 호출을 받는다. 글로버는 쿠니 중령(매트 네이블)에게 아직 100명 정도가 전선에 남아있으므로 포사격 중지를 요청한다.

  

다른 한편 도스는 포격이 중지되자 더 민첩하게 부상자들을 후송한다. 이때 몸이 흙에 묻혀 얼굴만 겨우 내밀고 있는 밥을 구조하려 하는데, 저만치 확인사살을 위해 일본군들이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얼굴을 흙으로 덮어주고 자기는 시체를 끌어 몸 위에 올려놓는 도스.

 

   지나가는 일본군이 총검으로 그 시체를 찌른다. 그러나 가까스로 철모를 비껴가는 총검. 긴장되는 순간에 마치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는 듯 로우앵글로 빼꼼히 쳐다보는 밥의 눈동자와 버리지 않는다는 듯 시선을 맞추는 도스의 모습은 명장면.

 

 

   계속해서 부상자를 찾다가 일본군에게 발각된 도스는 급기야 일본군의 지하동굴로 숨어든다. 거기서 중상을 입은 일본군을 치료해주고 몰핀 주사까지 놓아주는 도스!

   밤이 되었다. 일본군의 공세 때 눈 주위로 파편과 흙먼지가 묻어 앞을 보지 못해 후퇴하지 못한 채 고지 위에 고립된 제임스 피닉(제이콥 워너)을 발견하는 데스몬드. 눈이 먼 줄 알았으나 도스가 흙먼지를 닦고 수통의 물을 뿌리자 눈을 뜨고 크게 웃는 피닉. 엔딩에서 도스는 "그 웃음이야말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최고의 보답이었다"고 술회한다.

 

   도스는 "한 명만 더(save one more)!"라고 기도하며 밤새 부상자를 절벽 아래로 후송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로프 마찰 때문에 손이 다 까지고 헤어져 엉망이다. 안쓰럽다!

   한편 야전병원은 계속 내려오는 환자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때 해병대 전령이 미국제 붕대를 감은 일본군 두 명도 죽었다고 말하는데….

 

 

   다음 날, 도스는 적진에 남아있는 하웰 상사와 헐리우드 제인을 구출한다. 야전교범(FM)대로 비교적 경상인 헐리우드를 먼저 절벽 아래로 내려보낸다. 헐리우드 이병이 후송되는 것을 본 제임스 피닉 이병이 글로버 대위에게 보고한다. 핵소 고지에 많은 중대원들을 남겨두고 불과 32명만 퇴각하여 절망하던 글로버 대위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들 상당수를 '겁쟁이' '비실이' 도스가 혼자서 구조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한편 다리를 부상당한 하웰 상사는 자신을 구하러 온 도스를 노리는 일본군 스나이퍼(저격수)의 머리를 역저격으로 날려버리고 극적으로 구출된다. 이때 집총을 거부하던 주인공 도스가 총을 잡는데, 이것은 총막대로 사용해 들것을 끌고 가기 위한 것이었다. 들것에 실려가면서 추격해오는 일본군들을 M3 기관단총(Grease Gun)으로 사살하는 맹활약을 펼치는 하웰 상사.

 

   드디어 하웰을 로프에 매달아 내려보내는 순간, 추격해온 일본군의 사격이 시작되자 언덕 뒤로 급히 몸을 숨긴 도스는, 어제 내려 보내지 못하고 로프에 묶여있던 스미티의 시신을 이용해 함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이때 글로버 대위의 지휘아래 절벽 위 일본군을 향해 일제히 사격을 퍼붓는 중대원들.

 

 

   야전병원에 도착한 도스는 담당의사에게 가장 먼저 의무병 어브 셱크의 생사여부를 묻는다. 그리스 놀란 이병에 의해 간신히 후송되었지만 혈장 수혈을 양보한 탓에 쇼크로 사망했단다. 어브의 실용적이고 유익한 조언에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글로버 대위는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도스를 처음에 겁쟁이 취급한 것을 후회하며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내일이 비록 안식일인 토요일이지만 그가 없이는 올라가지 않겠다며 중대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註: 엔딩에 실제 노년의 글로버 대위가 등장해서 도스를 처음에 겁쟁이 취급한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는 찡한 장면이 나온다.]


   도스가 동의했지만 기도가 길어져 작전개시가 10분이나 지연된다. 드디어 기도가 끝나자 곧바로 전투가 개시된다.

 

 

   지하동굴에 장약을 퍼붓고 화염방사기로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가자 일본군들이 백기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 중 한 명이 글로버 대위를 향해 수류탄 두 발을 던지는 게 아닌가. 순간 도스가 한 발은 발로 차버리고, 땅에 떨어진 다른 한 발을 차는 순간 폭발하는 바람에 파편에 맞아 허벅지에 부상을 당한다. 하지만 전투는 미군의 승리로 끝난다.

  

럭키 포드, 그리스 놀란, 랜덜 '티치' 풀러, 제임스 피닉 등이 도스를 들것에 실어 후송하는데, 도스가 갑자기 성경책을 찾는다. 도로시가 준 바로 그 성경이다. 결국 피닉이 가까스로 성경책을 찾아다준다. 손에 성경을 들고 누워 들것 채로 로프에 매달려 절벽 밑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데스몬드 도스.

 

   한편 마에다(핵소) 고지가 최종적으로 점령 당하자 일본 장군(타츠다 요지)이 어두컴컴한 지하벙커에서 일본도로 할복 자살하고 다른 참모가 그의 목을 참수하여 머리가 땅으로 굴러 떨어진다. [註: 실제로 오키나와(沖繩) 마부니(摩文仁) 동굴에서 일본 육군 제32군 사령관이었던 우시지마 미쓰루(牛島滿, 1887~1945) 중장이 아랫배에 단검을 힘껏 찔러넣자 검술의 달인인 우시지마 장군의 부관 사카구치 대좌가 기합과 함께 단번에 장군의 목을 날렸다. 이어서 죠 이사무(長勇, 1895~1945) 참모장도 같은 방식으로 자결했다. 1945년 6월22일 새벽 3시40분이었다.]

 

   마치 지옥으로 추락하는 악마를 보는 듯 일본 제국의 몰락과 바로 다음 엔딩 장면에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가 마치 밝은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연출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여기서 영화는 끝을 맺고 쿠키 영상을 보여준 다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쿠키영상에 첫 번째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75명의 부상자를 구출한 데스몬드 T. 도스에게 해리 S. 트루만 대통령이 군인으로서의 최고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자료영상, 늙은 글로버 대위와 형 해롤드 도스의 증언 및 결혼사진 등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멜 깁슨(Mel Gibson·67)이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묘사인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많다. 시체를 구더기와 쥐가 파먹고, 총탄과 포탄에 의해 병사들의 몸이 찢기는 모습, 일본군 장군의 목이 잘리는 장면 등이 매우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가 감독 했던 '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의 잔인한 장면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감동과 감흥을 자아내는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임에 틀림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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