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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소 고지'(Hacksaw Ridg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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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I 배경 영화 (VIII)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데스몬드 T. 도스의 실화를 다룬 전기•전쟁영화 

 

(지난 호에 이어)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화염방사기와 기관총 사격으로 죽어가는 군인들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오버랩되면서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들어본 적 있는가? 하나님은 신 중에 신이시며 세상 모든 것의 창조자시다. 그분은 절대 지치지 않으시며 누구도 감히 그분의 뜻을 짐작할 수 없다. 약한 자에게 강함을 주시며 일으켜 세우신다. 우리가 지쳐 쓰러지고 나락으로 떨어져도 하나님의 자녀는 다시 강해질 수 있다. 독수리같이 힘차게 날아 오르고 달릴 것이며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 없이 길을 걸을 것이다."

 

   주인공이 부상 당해 들것에 실려 간다. 이때 음성이 들린다. "데스몬드, 정신차려! 우리가 나가게 해줄게!" 이 첫 장면은 영화 마지막 장면의 도치(倒置)다.
   그리고 영화는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의 16년 전 어렸을 적 고향 버지니아 블루리지 산(Blue Ridge Mountains) 자락을 보여준다. 어린 데스몬드(다시 브라이스)가 형 할(로만 구에리에로)과 산 정상까지 달리기 시합을 한다. 

 

 

   한편 아버지 톰 도스(휴고 위빙)는 1차대전 때 '벨로 숲 전투'에 함께 참전했던 친구들이 묻혀 있는 마을 공동묘지를 찾는다.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으로 폐인이 되다시피 한 톰은 이제 기억 속에서 전부 잊혀진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 듯 술병을 비석에 부딪혀 깨뜨리고는 피가 나는 손을 손수건으로 싸맨다. [註: '벨로 숲 전투(Battle of Belleau Wood)'는 1918년 6월1일부터 26일까지 미 해병 5연대 및 6연대가 마른 강(Marne) 인근의 벨로 숲에서 26일간의 혈투 끝에 파리로 진격하던 독일군을 격퇴한 유명한 전투다. 당시 미군은 1분에 600발 정도를 발사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완전자동식 맥심 기관총으로 무장한 독일군 진지를 단발 소총으로 공격해 142고지를 점령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미군은 1,800여 명이 전사하고 9,000여 명이 부상을 입어 미국 해병대 역사상 최악의 피해로 알려져 있다.오늘날 미 해병의 별명이 데빌독(Devil Dog), 즉 '악마견'인데, 벨로 숲 전투에서 독일군이 '토이펠스훈데(Teufelshunde)'라고 붙인 별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형제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톰은 이들을 말릴 생각은 않고 이긴 놈만 벌주겠다며 지켜보는데 데스몬드가 벽돌로 형 해롤드 '할'의 이마를 때려 기절하는 바람에 어머니 버사 도스(레이첼 그리피스)가 놀라서 뛰쳐나온다. 

   거의 죽일 뻔한 이 벽돌 사건은 데스몬드가 안식일교 신앙심을 가지게 되는 시발점을 보여준다. 벽에 붙은 주기도문과 십계명을 새긴 포스터에 눈길이 가는 데스몬드. 특히 십계명 6조 "살인하지 말라(Thou shalt not kill)"에 눈이 꽂히는 순간, 엄마가 안심시키며 말한다. 
"살인은 제일 나쁜 죄야. 다른 이의 생명을 뺏는 건 하나님께서 가장 노여워 하시는 일이야. 전부 하나님의 자녀들이니까."

   밤에 자다가 언제나처럼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에 깬 데스몬드가 어머니를 위로하며 "아빤 우리를 왜 그렇게 미워해요?"라고 묻자 어머니가 말한다. "우릴 미워하지 않아. 자신이 미운 거야, 가끔씩. 아빤 진짜 좋은 분이셨어. 전쟁이 나기 전까진."
   장면은 그로부터 15년 후를 보여준다.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가 사다리에 올라가 교회의 창문을 닦던 중 차에 친 정비공을 발견하고 허벅지 동맥절단임을 알고 자기 허리띠를 풀어 지혈한 다음 응급환자라 구급차를 기다릴 새도 없이 동료의 차로 린치버그 병원(Lynchburg Hospital)으로 데려가 그의 목숨을 구한다. 

 

 

   담당의사(타일러 코핀)가 데스몬드의 지혈 처리가 목숨을 구했다며 칭찬한다. 도스가 자신의 벨트를 찾기 위해 병원 수혈 간호사 도로시 쉬트(테리사 파머)에게 부탁하다 오히려 그녀를 통해 헌혈을 하게 된다. 
   다음날 병원을 다시 찾은 도스는 도로시에게 헌혈을 부탁하나 이틀 연속으로 피를 뽑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바늘을 꽂은 뒤로 심장박동이 빨라졌어요. 당신을 생각하면 심장이 더 빨리 뛰어요"라고 말한다. "그런 고백은 처음 받아보네요"라고 말하는 도로시. 
   어느새 둘 사이에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등으로 발전하는데….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중 형 해롤드 도스(나다니엘 부졸리치)가 육군 군복을 입은 채 나타나 식탁에 앉는다. 부모님과 사전 상의도 않고 자원입대한 것이다. 아버지는 큰아들을 보면서 군복이 멋있었던, 그러나 비참하게 전사한 친구를 떠올리고 얘기를 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울먹거리다 해롤드를 내쫓는다.

 

   도로시를 기다리는 동안 열심히 커닝햄의 저서인 '실용 해부학 지침서'를 탐독하는 도스. [註: 다니엘 존 커닝햄(Daniel John Cunningham, 1850~1909)은 스코틀랜드의 의사, 동물학자, 해부학자로 그의 저서 중 '실용 해부학 매뉴얼(Manual of Practical Anatomy)'과 '해부학 교과서(Text-book of Anatomy)'가 유명하다.]
   어느 날 도로시를 병원에 태워준 도스는, 다른 사람들이 군에 입대하는 상황에서 자신만 남을 수 없다며 도로시에게 군에 입대하여 의무병이 되겠다는 자신의 소신을 말한다. 도로시는 도스의 입대를 만류하며 자신에게 부탁할 것이 뭐냐고 묻는다. 도스는 그녀에게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고백하고 도로시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한편 아버지도 전쟁터는 놀이터가 아니라며 기적적으로 살아남아서도 다시 하나님을 찾을진 모르겠다며 만류하는데….

   도스가 입대하는 날, 도로시는 그에게 자기가 쓰던 작은 성경책을 선물한다. 그 속에는 도로시의 사진이 들어있고 사진 뒷면에는 "꼭 나에게 돌아와요, 데스몬드 도스. 사랑해요"라고 적혀있다. 첫 휴가 때 결혼식을 치르기로 약속하고….
   도스는 군에 입대하여 잭슨 요새(Fort Jackson) 기지에 있는, 별명이 '자유의 여신상 부대'인 미 육군 제77보병사단에 배치된다. 정확히는 77사단 307연대 1대대 B중대 소속. [註: 제77사단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찰스 위틀시(Charles White Whittlesey (1884~1921) 소령이 이끄는 이른바 '로스트 바탈리언(Lost Battalion)'으로 유명하다. 307보병연대의 K중대 및 308보병연대 554명이 1918년 10월2일부터 구조된 8일까지 닷새 동안 서부전선 아르곤 숲(Argonne)의 작은 골짜기에서 막강한 화력의 독일군(제5군)에 포위되어 전투식량과 식수도 없이 통신 두절로 오로지 비둘기 전령에 의존하여 독일군의 투항 권유도 거절함으로서 107명 전사, 63명 실종, 190명 부상으로 불과 194명만 생존했던 치열하고 처참한 전투였다. 그나마 그 공로로 명예훈장(Medal of Honour)을 받았던 위틀시 소령은 1921년 11월26일 뉴욕 출발 아바나(Havnana) 행 배에서 물에 빠져 자살했다. 37세 때였다. 2001년에 러셀 멀케이 감독에 의해 동명의 TV 영화로 제작, 방영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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