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배운다

그대 떠난 후로 싸늘한 내 가슴에

붉은 장미 가지를 삽목하여

마음밭에 심어 두고 밤낮 없이

애써 기다리는 연습을 한다

수술 환자의 살이 아물기 까지

회복 기간을 가늠해 보듯  

하루를 천칭 쟁반 위에 올려두고

변하는 무게를 재어보며 기적을 알아간다.

기다림을 배운다

음양의 허물을 벗는 오우로보러스

어둠 속 혼불의 뿌리를 내뻗어

님이 기다리는 북극성에 닿기까지

마음밭에 무의식의 씨알을 심어두고

“고도”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매초마다 버틴다

기다림은 무관심이 아니라 줄기차게

어둔 땅을 굽어보고 물과 양분을 주고

가리개를 덮어주거나 햇살에 옮겨주는     

음양이 조화로운 태극법을 익히는 것이다.

기다림을 배운다

기다림의 긴 터널의 끝은

뿌리가 나고 잎새 돋아나고

꽃과 열매가 맺히고 마침내

천상의 생명 나무와 마주하는 일이다

기다림으로 무의식을 살찌우고

자의식의 촉수가 무의식을 얼싸안고

하나 되어 둥글게 휘돌아가는 태극성

우주 정원 한가운데 못박힌 생명 나무에

보금자리를 튼 황금새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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