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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과 점(占)
leed2017

 

 우리 부부가 사는 콘도미니엄에서 한 300m만 가면 오른편에 초중학교과 도서관이 나오고 그 뒤로는 험버강이 흐릅니다. 도서관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무쇠와 나무를 섞어서 만든 아담한 무지개 모양의 다리 하나가 강을 가로질러 놓여 있습니다. 맑은 날이면 우리는 산책을 다니다가 그 다리 위에서 오리들이 헤엄치며 노는(일하는) 것도 보고 다리 아래쪽의 경치도 구경하곤 합니다.

 이 강물이 히말라야 산맥 어느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느끼는 신비감은 몇 배가 더 할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는 웃지요. 그러나 경치라는 것도 결국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닌가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다리 근처 강가에 사람들이 음식과 꽃을 버린 것을 봅니다. 처음에는  근처에 하나밖에 없는 강에 이렇게 마구 버리는 법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몇 달에 한 번 꼴로 드문드문 있다보니 그 음식과 꽃이 인도 사람들이 우리처럼 무슨 의식 같은 게 있나 본데그 의식이 끝나면 음식과 꽃을 험버강에 버리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강에 버린다고 생각했으나 나중에는 강에 바치는 것으로 바꿔서 생각했습니다. 버렸다면 그렇게 싱싱하고 건강한 꽃송이들을 마구 내버릴 이유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아직 한번도 꽃과 음식을 버리는(혹은 바치는) 광경을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나는 꽃을 강에 버리는 행위는 반드시 자기네들의 복을 비는 의식, 즉 우리의 굿이나 제사와 마찬가지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무당을 얘기하자면 샤머니즘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에 대한 책을 4권이나 쓴 송기호에 의하면 굿이란 ‘행복’ 혹은 ‘행운’을 뜻하는 북방아시아 민족들의 말이랍니다. 무당은 신과 교통하는 종교인인데 우리나라에도 원본에 가까운 샤머니즘의 모습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요새도 서울 주택가에는 간혹 나무 솟대에 이상한 깃발이 날리는 무당집을 발견할 수 있지요. 그런데 송기호의 지적대로 무당이 굿도 하고 운수도 보기 때문에 점(占)만 보는 점쟁이와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처녀보살이니 애기보살, 선녀보살이니 하는 데가 무당집인지 점집인지 구별이 안갈 때가 많지요. 옛날에는 무당과 점쟁이가 엄격히 구별되었는데 요사이는 구별이 사라져 버렸답니다.

 굿이라는 것은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신에게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위해서 하는 의식입니다. 신은 인간들이 뭘 바란다고 공짜로 척척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신이 좋아하는 것을 먼저 드리고 나서(뇌물)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고 빌어야지요.

신에게 무엇을 드리는게 좋겠습니까? 인간들이 좋아하는 것이면 신도 좋아하겠지요.  

 이런 점에서 춤과 노래보다 더 나은것이 있을까요? ‘조선 풍속사’를 쓴 강명관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굿은 오락, 신기한 구경거리였다고 합니다.

 점은 선사시대부터 보아왔다고 합니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에 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송기호에 의하면 점치는 것도 고대에는 국가의 중요한 큰일이었는데 이것이 점차 개인차원으로 변해왔다고 주장하지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우리가 어렸을 때 왼손 바닥에 침을 뱉어 오른손으로 그 침을 탁 쳐서 침이 튀는 방향을 보고 그쪽으로 가거나 가위, 바위, 보를 할 때 공연히 두 손을  비비 꼬면서 공중으로 난 구멍을 들여다 보던 것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어렸을 때 점쟁이 아닌 사람을 없었을 것입니다.

 왕실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점 같은 것은 금물이었으나 황실에 우환이 있거나 큰 일이 터질 때는 점쟁이한테 가서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6대 임금 고종과 민비는 점쟁이를 수도 없이 궁궐에 불러 들이고 어떤 때는 나라일을 결정할 때도 점쟁이의  충고를 따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순신도 점괘 뽑은 이야기가 여러번 나옵니다. 퇴계(退溪) 이황도 식구들에게는 “점같은 것은 멀리하라”고 했지만 먼 길을 떠날 때는 점괘를 보고 좋은 날을 정하겠다느니 하는 말이 나옵니다.

 요새는 북극으로 제트 여객기가 날아다니는 세상. 신이고 귀신이고 보이지 않는데 오래 있을 수는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도 우리 인간들은 꿈을 찾아 행복을 찾아,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그 신에게 복을 달라고 행운을 달라고 제사를 드립니다.

 우상숭배는 하지 말라지만 우리 인생에 눈물이 있고 한숨이 있는 한, 또 아무것에서도  위안을 얻지 못할 바에야 우상숭배라도 해서 한 줌의 위안이라도 얻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행복을 빌어 나서는 길에 한국사람만이 나서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 사람이건  중국, 일본사람이건 저멀리 남미 칠레, 페루 사람이건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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