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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
leed2017

 

 생각과 행동이 정상이 아닌 사람을 두고 우리는 ‘정신병자’ ‘미쳤다’ ‘돌았다’ ‘갔다’ ‘싸이코’ ‘비정상’ 등의 표현을 쓴다. 이 모두가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그럼 정상, 비정상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이 말을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말로 정의를 내리기는 무척 어렵다. 위궤양이나 전립선암 같이 ‘있다’ ‘없다’로 판정 내릴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 100% 정직한 사람이 없고, 100% 부정직한 사람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상과 비정상은 계속 선상에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두부 자르듯이 둘로 딱 잘라 얘기할 수는 없다. 예로 남편이 죽고 3년이 지나도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사람을 정상이라 해야 할까, 비정상이라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정도가 매우 심한 비정상 혹은 정신질환 판결은 다음 세가지 증후가 나타나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환각(hallucination), 망상(delusion), 극단적 감정장애(extreme affective disorder)이다. 환각이란 실제로는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보고 듣는 감각기관의 장애를 말한다. 하늘에서 어머님이 지금 내게 말씀하시는 것이 들린다는 것이 예다. 망상은 끊임없는 거짓신념, 이를테면 자기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 자기를 해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과 같은 생각, 믿음의 장애다.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감정 장애는 뚜렷한 이유 없이 심한 불안 공포에 휩싸이거나 감정이 ‘얼어붙은’ 상태, 즉 어떤 일에도 희로애락의 감정을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말한다. 예로 가족이 죽었는데도 아무 슬픈 감정을 보이지 않고 끝내 무표정한 상태로 있는 것은 극단적인 감정장애로 볼 수 있다.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소위 의학적 모델(medical model)이다. 이 모델에서는 정신적 장애를 위궤양이나 폐렴 같은 질병으로 본다. 그러니 정신병을 치료하자면 여느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진단을 먼저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주장하는 모델이다. 정신병의 ‘병’이란 말도 이 의학적 모델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는 유전-생리-심리-사회적인 모델로 모든 정신장애는 생리, 유전적 특성, 환경, 심리, 사회 문화적 요소의 복합적 영향에서 오는 적응문제로 보는 모델이다.


 로젠한(D. Rosenhan) 교수가 40년 전의 발표했던 연구를 소개한다. 당시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과 법학교수인 로젠한은 ‘정신병원에서는 (정신병이 없는) 정상인을 어떻게 볼까?’에 답을 얻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즉 12명의 가정과 직장에서 문제가 없는, 어느 모로 보나 정상인들이 제각기 가짜로 정신병 증세를 보고하여 12개의 정신병원에 흩어져서 입원을 했다. 입원수속을 끝내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이들 12명의 가짜 환자들은 일반사회에서 하듯 정상적인 행동을 하였다. 다시 말하면 정상적인 사람들이 가짜 증세를 진술하여 정신병원에 입원, 입원하고 나서는 병원 안에서 정상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이다.


 이들 가짜 환자들이 의사들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어야 할까? 아마도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멀쩡한 사람인데 왜 여기를 들어왔어요?” 아니면 “당신은 완쾌되었으니 오늘 퇴원하시오” 같은 말을 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12개의 병원 어디에서도 이런 말을 해준 곳은 없었다. 12명 중 11명이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평균 19일이나 병원에 환자로 갇혀 있었다. 이들 가짜 환자들은 병원 안에서 ‘실험’을 했다. 즉 이들이 “의사 선생님, 저는 지금 아무 탈이 없는 것 같은데 퇴원해도 될까요?” 같은 물음에 “어제 축구시합 퍽 재미있었지?” 하는 엉뚱한 대답뿐이었다.


 정신병이란 행동 자체보다도 정신병원이라는 주위 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일단 정신병 환자라는 칭호가 붙으면 모든 행동이 정신병 증후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병 환자로 낙인이 찍히면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다는 일종의 사회적 고발이다. 이같은 환자에 대한 동문서답식 대접은 정신과 의사가 제일 심했고 임상심리학자, 사회사업가, 간호원, 기타 직원 순이었다.


 많은 정신장애는 생리적, 유전적 요소보다는 사회, 문화적 요소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로 동성애는 옛날에는 북미대륙에서 정신질환으로 간주되었으나 1973년10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열띤 논쟁 끝에 정신질환 분류에서 빼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러니 한 2천년 세월이 흘러 북미대륙 사람의 99%가 동성애자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때 가서는 이성(異性)을 사랑하는 것이 정신질환으로 간주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정상, 비정상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통계적, 임상적 면도 고려되어야 하지만 사회-문화적인 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비정상’에는 늘 사회적 오명(汚名)과 편견이 붙어 다닌다. ‘바람끼’ 있는 사람이란 말을 듣고 그 사람을 봤을 때 일어나는 묘한 생각의 지각변동을 생각하면 된다. 우리 생각의 확인적 편견(confirmatory bias) 때문이다. 확인적 편견이란 자기가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 ‘그러면 그렇지’ 맞다는 것을 확인해줄 것만 골라서 보고 듣는 경향을 말한다. 이 확인적 편견은 특성이 모호하고 관찰결과에 대한 해석 범위가 넓을 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재의 정신병 치료기술로서는 ‘완전’ 치유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완전’ 치유가 없는 한 비정상에 따르는 오명과 편견은 말끔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1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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