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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中産層)
leed2017

 예로부터 사람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간절히 바라는 희망사항 다섯 가지를 가리켜 오복(五福)이라 한다. 적어 보자. 첫째 수(?), 오래 사는 것, 둘째 부(富), 물질적, 금전적 풍요, 셋째 강령(康寧), 신체적, 정신적 건강, 넷째 유호덕(攸好德), 어진 덕을 쌓는 것, 다섯째 고종명(考終命), 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것, 다섯 가지다.

 젊은이와 늙은이, 남자와 여자, 살고 있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다섯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가지만 꼽으라면 수(?)와 부(富)가 되지 싶다.

 우리 한국사람들의 부(富) 혹은 금전에 대한 관심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더 크고 치열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어딜 가나 돈 얘기다. 돈, 돈, . 생활 전체가 돈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돈은 사람됨을 말해주는 척도. 돈이 없으면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 유대인의 돈에 대한 금언,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돈 걱정을 하는 것이다. 돈 걱정을 하는 동물은 없다."라는 말이 가장 환영받는 곳이 한국이지 싶다.

 한국에서는 돈을 모으는 방법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구태여 정당한 방법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사기(詐欺)를 쳐도 좋고, 뇌물을 긁어모아도 좋고, 액수가 클 경우 훔쳐도 좋다. 한국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뇌물과 사기에 의존하는 것 같다. 예로 수천 억의 돈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긁어모은 죄로 감옥살이까지 한 어느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그 애비의 도움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려고 애쓰던 젊은이가 있었다. 이것을 보면 그 큰 돈을 갈취한 사람 자신은 물론, 그 광경을 방송, 언론을 통하여 지켜보던 사람들도 그것이 나쁜 행동이라고 보질 않는 모양이다.

 하루는 아내가 자기 앞으로 온 전자통신인데 한번 보라고 내미는데 보니 재미있는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세계 각국의 중산층 기준'이라는 제목 아래 한국, 프랑스, 영국, 미국의 중산층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료였다. 인용해 보자.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로 뽑았다는 한국의 중산층은 첫째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보유, 둘째 월급 500만 원 이상, 셋째 자동차 2,000cc 급 중형차 소유, 넷째,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다섯째, 1년에 한번 정도 해외여행을 가는 것 등이다.

 한편 대통령 퐁피두가 규정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중산층은 첫째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고, 둘째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셋째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넷째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다섯째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했다는 영국의 중산층 기준은 좀 색다르다. 첫째 페어플레이(fair play: 공명정대한 행동)를 할 것, 둘째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셋째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 넷째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다섯째 불의, 불법에 저항할 것 등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은 첫째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둘째, 사회적인 약자를 도우며, 셋째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며, 넷째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잡지나 비평지가 있을 것이다.

 '중산층'이라는 말이 본래 그 나라의 문화나 국민성을 말해주는 것이니 나라마다 기준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느 나라건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려는 가치가 그 나라 중산층의 가치가 아니겠는가. 아내가 보여준 자료에 의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중산층은 미(美)적, 예술적, 문화적, 사회적, 윤리적 요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물질적, 금전적인 관심뿐이다. 인생이란 물질적, 금전적 풍요를 누리다가 가는 것, 그저 넉넉한 공간에 살며 좋은 자동차를 굴리고 가끔 바닥 밖 바람이나 쐬고 오면 더 바랄게 없는 것. 이렇게 보면 한국의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고, 소련의 스탈린(J. Stalin), 독일의 히틀러(A. Hitler)도 모두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운 사람들이니 좋은 지도자들이다.

 조선 500년 동안 강조되어 오던 유교의 인(仁)과 절제, 검약사상은 그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어느 나라건 공립학교에서는 그 나라 중산층의 가치를 가르치는 곳. 우리가 학교를 다닐 때는 '부지런히 일해라' '약자를 도우라' '질서를 지키는 시민이 되라' 따위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다 어딜 갔는가?

 '좋은 집과 좋은 자동차' 같은 가치에 대해서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 배우지도 않은 항목 하나를 두고 이렇게들 극성이다.(20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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