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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
kwangchul

              

"200년 전에 노예 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수배 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지 찾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 장하준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서문 중에서-

 

생일이 1월이라 2년 후면 정확히 80이 된다. 엄청 넘을 수 없었던 벽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때가 되면, 운전면허 시험을 다시 보게 되는데 그 시험문제에 11시 10분을 표시하는 게 있다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손이 떨려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면 아뿔싸 시계바늘이 다른 데로 표시되어 떨어지겠지. 그런데 앞으로는 그 운전시험을 더 어렵게 해야 한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 모든 지각, 감각, 운동신경 등이 둔화되어 예전처럼 민첩하게 운전을 하는데 어려움은 있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한 캐나다에서는 운전면허가 없으면 모든 생활활동이 위축되게 되어 시니어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어떻든 그것은 까마득한 2년 후의 이야기이고 금년 시작은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부터 찾아 보자. 그런데 인간이라는 존재를 관찰해 보면 애당초 기쁨보다는 슬픔, 즐거움보다는 우울, 행복감 보다는 불행감을 먼저 생각하게끔 태어난 것 같다. 더불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은 즐거운 감정의 샘을 쉽게 메마르게 하여 기쁨보다는 서글픈 감정을 더 쉽게 떠올리게 한다.

 

우리 부부는 1974년 이민 와 두 명의 아들을 얻었으며 그들이 결혼하며 11명의 가족으로 불어났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가족파티가 있었고 그날의 하이라이트인 선물교환이 있었다. 그런데 두 아들로부터 받은 선물 중에 지난 여름 가족여행 때 찍은 사진들을 모은 사진첩과 사진틀을 받게 된다. 그때 나는 우리 부부의 50년 캐나다 삶의 결정체를 보았다. 그 사진틀 이면에는 내가 캐나다에서 지난 50년 간 이룬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땀에 얼룩진 나이테와 같은 내 삶의 주름을 볼 수 있었다.

 

최시형: 제사를 지낼 때 벽을 향해 위폐를 설치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나를 향해 위폐를 설치하는 것이 옳으냐?
손병희: 나를 향해 위패를 설치하는 것이 옳습니다.
최시형: 그렇다. 나를 향해 위폐를 설치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동학의 1대 교주 최제우에 이어 2대 교주가 된 최시형과 손병희의 "나를 향해 위패를 설치한다"는 뜻의 "항아설위"의 대화 내용이다. 동학은 기독교로 대변되는 서학과 구별하여 1860년(철종 11년) 최제우가 창도한 종교이다. 동학은 "한울님"(시천주)에 기초하면서도 보국안민에 기초를 둔 나라 구제의 신앙이었다. 그 후 손병희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을 동학의 종지로 선포하게 되며, 그 후 3.1운동에 명시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주독립을 지향하는 민족운동으로 근대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기게 된다.  

 

동학은 구한말 차별과 억압 받던 민중에게 현재의 삶에 기준을 둔 인본정신을 밝혀주는 횃불이었다.
나는 확신한다. 동학운동은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보다 더 휴머니즘(Humanism)에 입각한 인문정신의 쟁탈운동이었다고! 

 

인본정신을 기반으로 주어진 현실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인문정신 혹은 인문학이 현대에 들어 상실된 학문으로서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대게 그 원인을 극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신자유주의 경쟁이 우리를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데서 그 시작을 찾고 있다.  그러한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앞선 교육을 시켜 일류대학에 가고 일류직장에 들어가서 일류 엘리트그룹에 들어가는 것이 지상 목표일 때 철학, 문학 같은 인문학은 오히려 사치스럽게 들린다. 결혼도 끼리끼리 엘리트 그룹끼리 눈높일 맞추어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산마저도 부부가 경쟁하듯이 부부당 아이 한 명 이상은 금물이다.

 

미국방송 CNN은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한국군의 새로운 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약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수가 0.78명에 불과해 이는 한국에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며 한국군은 변화를 위한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한국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보도하였다. 조국 한국은 내가 떠나오던 5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세계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강국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교육제도의 불필요한 경쟁 의식은 한국사회의 구석구석을 병들게 하고 있다.

 

이곳 캐나다에서 50여 년을 살고 있다 .20대 말에 이민 와 어떻게 30대, 40대가 지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생활을 보냈다. 그 와중에 이곳에서 태어난 자식들이 자랐는데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많은 운동을 하면서 보냈다. 태권도, 축구, 야구, 미식축구, 수영, 승마, 여름에는 음악캠프 등 방과후에 엄청 바쁜 생활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참교육의 실상과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설사, 소를 잃어버린다 해도 최소한도의 반성은 해야 한다는 말이다.
2024년도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보다 기쁘게 하는 것만을 떠올리고 싶다. 
2024년 1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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