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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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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하일랜드의 스카치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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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틀랜드 하면 민족시인 로버트 번스가 지은 올드랭사인의 노래와 스카치위스키. 해서 스카치위스키의 본고장인 하일랜드 투어를 빼놓을 수 없었다.

 

 

스카치위스키의 종류는 간단치 않다. 크게 네 종류로 나눈다면 단일맥아 스카치위스키(Single Malt Scotch Whisky: 한 군데에서 100% 맥아로 만든 보리위스키), 혼합맥아 위스키(Vatted Malt Whisky: 두 군데 이상의 증류소에서 만든 단일맥아를 섞어 숙성한 위스키), 혼합곡물 위스키(Blended Grain Whisky: 두 곳 이상의 증류소에서 만든 곡물위스키를 섞어 만든 제품), 단일곡물 위스키(단일맥아 위스키와 곡물위스키를 섞어 만든 것). 

 다시 말해서 한 군데에서 순수한 샘물로 맥아를 증류시켜 만든 위스키냐 혹은 두 군데 이상의 양조주를 섞어서 브랜드를 붙인 위스키냐로 나누어진다.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바스리갈, 밸런타인, 조니워커 등은 혼합주 브랜드 위스키임을 알고 실망했다. 우리는 단일맥아 위스키로 가장 유명한 글렌피딕보다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글렌튜렛 단일맥아 스카치위스키 투어버스를 탔다.

 에든버러에서 두 시간 거리를 버스로 대관령 넘듯 달려 올라간 하일랜드는 스코틀랜드의 전쟁터였음을 보여주는 듯 황량하다. 집도 사람도 안 보이고 넓은 초원에 하얀 점 같은 양떼만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어떤 신부님이 쓴 ‘양을 잘 치게!’란 글이 생각났다. 처음 부임하는 그 젊은 사제에게 주교님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 “작은 공소생활이니 자네가 가서 그 양들을 잘 치게!” 하고. 젊은 신부님이 본당에 도착하자 겨우 다섯 명의 신자가 환영한다. 그들보다 더 많은 양떼는 ‘매애~에’ 하며 더 큰소리로 환영했다. 신자를 양떼로 비유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양떼를 키우게 된 이야기였다. 들판에 하얀 점같이 많은 양떼를 보며 실감나게 떠오른 얘기다.

 하일랜드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북쪽으로 스페이강이 흐른다. 남쪽으로는 페이머스 그라우스 양조장이 있는 테이강이 보인다. 강물지형인 V형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닿은 곳에 물레방아가 돌고 있다.

 둥근 돌담 위에 날아오를 듯 앉아있는 큰 텃새그림이 든 페이머스 그라우스 양조장이 (Famous Grouse Distillery) 우리를 반겼다.

 스카치위스키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1775년부터 문을 연 페이머스 그라우스 양조장에 들어서자, 어두운 큰 공장 안에 엿기름을 증류하는 큰 둥근 참나무통에서 구수한 보리 냄새가 난다. 성미 급한 손님들은 엎어놓은 배불뚝이 술통 위에 놓인 위스키 잔을 들어 시음하고 있고. 우리는 참을성 있게 그 귀한 단일맥아 위스키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지켜보았다.

 

먼저, 구리를 안에 입혀 거품이 일지 않게 만든 이곳 특유의 둥근 토기항아리에 밀가루 같은 엿기름을 넣어 물레 돌리듯 돌린다. 그런 다음에 그 곡물 가루를 둥글고 큰 통 속에 넣고 갈아 으깬다. 곡물을 48시간 동안 발효하면 맥주 비슷한 약한 알코올 성분으로 액체가 변화한다. 

뜨거운 기름으로 불을 지핀 가마 속에서 그 액체에 열을 가하면 알코올 기체 방울이 항아리 목까지 차오른다. 그때 밖에 있는 농축기에 옮겨 담아 식히면 그 통 안에서 제2단계의 양조가 진행된다. 

 이때의 증류주는 3종류로 나뉘는데 가운데 부분만이 위스키가 된다는 것. 이 증류주에 같은 분량의 물을 타서 불룩한 술통에 담아 적어도 6년 이상을 묵혀둔다고 한다. 이 글렌튜렛 양조장에서는 블렌딩 제조도 가능해서 풍성한 재원을 유지한다. 

 페이머스 그라우스가 그 중의 하나로 자체양조장을 가지고 있는 블렌드 위스키다. 우리는 통마다 적혀있는 제품연도를 들여다보고 난 다음에야 위스키 잔을 들어 연한 호박색 스카치를 맛보았다. 코에 스미는 향기는 강렬하고 달콤한 사과, 바나나, 무화과. 여기에 올리브향만 더한다면 이스라엘의 축복받은 나무향이 되리라. 

 

 

이렇듯 여러 단계로 힘겨운 과정을 겪어야 우리 입맛에 맞는 위스키가 탄생하는 것. 예수님이 첫 이적으로 물을 포도주로 한 번에 변환시킨 그런 기적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위스키는 ‘생명의물’이란 뜻을 지닌 갤릭어 ‘usquebaugh’에 그 어원을 두고 그 발음이 ‘usky’가 되었고, 영국에서 ‘whisky’가 된 것. 그러나 이것은 스카치위스키, 스카치, 위스키란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진 것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아무리 뛰어난 위스키를 만들어도 ‘스카치’란 말을 붙이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위스키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생명의 물’은 원래 연금술사의 용어이며 라틴어로 아쿠아 비태(Aqua vitae)이다. 이 양조장 안에 있는 둥근 화덕은 1529년경 연금술에서 사용하던 둥근 화덕 같이 생겼다.

 “물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유일한 실체. 그 속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물, 즉 현자의 유황, 그리고 혼, 기름, 메르쿠리우스와 태양, 자연의 불, 독수리, 눈물(물방울), 현자의 첫째 소재, 완전한 몸의 질료가 담겨있다”고 믿었던 중세기의 연금술사들도 이런 증류의 과정을 거쳐 돌을 금으로 변화시키려 했으나 결국은 실패했다. 저질의 금속을 금으로 변환시키는 일보다 인간의 미숙한 기술을 넓히고 근대 화학의 선구가 됐다.

 

 

“8자루의 보릿겨로 존 카 수도승이 생명의 물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위스키의 시작을 알리는 문헌(1494년)이 있고, 5세기경에 패트릭 성인이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터득한 증류주법을 아일랜드에 전수해서 스코틀랜드에 유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1707년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합병되자, 정부는 재원확보를 위해 양조업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겼다. 이때부터 하일랜드 산골짜기 안에 위스키 밀조업자가 생겨났다. 1823년에 영국의회가 소비세법을 개정하자 불법 증류소는 사라져가고 합법 증류소는 장려해서 현대 스카치위스키 시대의 막이 오른 것. 

 13세기에 아랍을 통해 몽골의 침략 때 들어와서 밀조하다가 우리나라 소주의 원조가 된 안동소주처럼 ‘화끈하게 취하고 깨끗하게 깨어나는 것’ 또한 스카치위스키의 특징이다.

 위스키의 향기에 더 빠지기 전에 우리는 그 큰 화덕을 벗어나 테이 강가를 산보했다. 덩켈드 커시드럴의 넓은 정원에 붉은 영산홍과 분홍빛 유도화가 이곳이 옛날 잔인한 덩켈드 전투가 벌어졌던 자리임을 잊게 해주는 듯 환하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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