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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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옛날옛적이야기-망코 읍장님과 고참병의 이야기(9.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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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읍장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포로를 넘겨주느니 그의 요새 주변에서 붙잡힌 첩자로 알함브라 성 안에서 교수형을 내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요. 그들의 음모를 밤늦게 전해 들은 읍장은, 날이 새는 즉시 그 죄수를 알함브라 성안의 탑으로 옮기라고 명령을 내렸어요. 그리고는 그의 하녀인 새침떼기 소녀에게 일렀어요. “얘야, 내일 새벽에 수탉이 울기 전에 내 방문을 두드려 나를 깨워다오. 내가 몸소 지켜봐야 하니까.”

날이 새고 수탉도 울었건만 아무도 읍장님 방문을 두드리는 이가 없군요. 태양의 산 위로 해가 높이 떠올라 읍장님 방안에 환히 비출 때쯤 해서야, 상등병이 공포에 질려 읍장님의 아침 꿈을 깨웠어요.

“그자가 없어졌어요! 그자가 사라졌어요!” 상등병이 숨이 넘어가게 소리쳤어요.

“누가 없어져? 누가 사라졌단 말이냐?”

“그 병사인지 강도인지 악마인지, 그 놈이 말씀이에요. 그가 있던 지하감옥이 텅 비었어요. 문은 잠겨 있는데, 어떻게 달아났는지 아무도 모른답니다.”

“그자를 마지막으로 본 게 누구냐?”

“읍장 나리의 하녀입니다. 그자에게 어제 저녁식사를 갖다 주더군요.”

“그 애를 당장에 불러들여라.”

또 새로운 소동이 벌어졌네요. 그 새침떼기 소녀의 방도 텅 비어있었고, 침대는 간밤에 잠을 잔 흔적도 없고요. 지난 며칠 동안 그 죄수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더니, 함께 달아난 것이 분명하군요.

이 보고는 늙은 읍장님의 가슴에 상처를 주었지만, 그런 일로 주춤거릴 새가 없었어요. 새로운 불상사가 그의 눈앞에 펼쳐진 거에요. 읍장이 그의 밀실로 뛰어들어가 보았더니, 금고는 열려있고, 그 속에 넣어둔 병사의 가죽주머니와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가 모두 사라져버린 거에요.

하지만 그 도망자들이 어떻게, 어디로 달아난 것일까요? 한 늙은 농부가 시에라 산으로 오르는 길가 오두막집에 살고 있었는데, 새벽녘에 산에 오르는 힘찬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라는군요. 그래서 창문을 열고 내다보았더니, 꽁무니에 여자를 태운 말 탄 기사만 간신히 알아보았다지 뭐에요.

“마구간을 뒤져라!” 망코 읍장이 소리쳤어요. 마구간을 온통 뒤졌어요. 말들은 그대로 다 있는데, 오직 아라비아 준마만 없군요. 말 대신에 단단한 몽둥이 하나가 구유에 비끌어 매어 있는데, 다음과 같이 쓴 쪽지가 달려 있더래요.

“용감한 고참병이 망코 읍장나리에게 드리는 선물이오.”(끝)

 

 

 

 

 

 

수조 광장 앞, 알함브라성

0486 Alhambra Palace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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