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57 전체: 560,457 )
알함브라궁의옛날옛적이야기-망코 읍장님과 고참병의 이야기(4)
knyoon

 

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읍장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서 평소의 예절을 지키며, 별건 아니라도 제 음식을 나눠먹자고 불렀지요. 그런데 ‘먹고 마실 시간이 없군요. 날이 밝기 전에 먼 거리를 여행해야 하거든요.’ 라고 말하더군요. ‘어느 방향으로 가시는데요?’ 물었더니, ‘안달루치아로 갑니다.’

‘내가 갈 길하고 똑 같군요. 나를 그 말에 태워 함께 가주실 수 없을까요? 당신 말은 아주 튼튼하게 생겨서 두 사람도 거뜬히 실어 나르겠는데요.’

“‘그러지요.’ 그 기병이 말하더군요. 거절은 군인답지 않은 일이지요. 더구나 제가 식사를 나눠주겠다고 제안까지 한 터에 말이지요. 그래서 그가 말에 오르자 나도 그의 뒤에 올라탔습니다.

“‘꽉 잡으세요. 내 말은 바람처럼 달려간답니다.’ ‘내 걱정일랑 마시오.’ 그렇게 우린 출발했지요. 말은 걸어가는 듯 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빠른 걸음에서 빠른 달리기로, 빠른 달리기에서 엄청난 질주를 하는 겁니다. 마치 바위와 나무들과 집들이 모두 우리 뒤로 허둥대며 날아가는 듯 했어요.

‘여긴 어딥니까?’ 하고 묻자, ‘세고비아요.’ 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세고비아의 탑들이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과다말라 산으로, 에스코리알 옆으로, 마드리드의 성벽을 지나 라만차의 평원을 훑듯이 지나갔습니다.

병사는 갑자기 한 산등성이에 말을 세우더니, ‘여기가 우리 여행의 종착점입니다.’하는 거에요.

 

 

 둘러보니 사람 사는 데 같진 않고 동굴 입구 하나만 보이더군요. 제가 지켜 보았더니, 무어인 복장을 한 수많은 사람들이 말을 타거나 걸어서, 마치 사방에서 바람에 실려 오듯 몰려들더니 벌이 벌집에 들어가듯 동굴 속으로 사라지는 겁니다.  

내가 채 말을 건네기도 전에 그 병사는 긴 무어식 박차로 말 옆구리를 치더니 그 무리 속으로 달려가네요. 우리가 달려가는 동안 마치 여명 같이 희미한 불빛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그 빛은 점점 더 밝아지더니 주위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게 환해졌어요. 우리가 지나가는 양 옆 동굴엔 마치 무기고 동굴 구멍 같은데, 어떤 동굴엔 방패와 투구, 흉갑, 창과 언월도, 또 다른 동굴엔 전쟁군수품과 야영 장비 들이 바닥에 잔뜩 쌓여 있었답니다.

다른 동굴에 들어가 보니, 창과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출전하려는 기수들의 긴 대열이 보였어요. 그런데 모두가 동상처럼 안장에 앉은 채 꼼짝도 않는 겁니다.

“자, 이야기를 더 짧게 추리겠습니다, 나리. 우리는 마침내 아름다운 돌로 치장한 성 같은 큰 동굴 안에 들어갔는데, 벽은 금은으로 장식한 줄무늬 위에 박힌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와 온갖 보석들로 번쩍번쩍 하는 거였어요. 높은 단 위의 황금옥좌엔 무어 왕이 앉아 있고 양쪽으로 귀족들, 언월도를 빼들고 서 있는 아프리카의 흑인 호위병들이 늘어서 있고요.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