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534 전체: 560,020 )
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9)
knyoon

 

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안달루치아가 모두 그 음악에 미쳐 있는 한편 엘 에스코리알의 궁정에서는 아주 다른 분위기가 떠돌고 있었답니다. 필립페5세가 자기 건강염려증에 걸려있다는 건 모두 아는 일인데, 온갖 공상에 사로잡혀 있었답니다. 몇 주일씩 침대에 누워 지내며 불평 어린 상상을 하며 끙끙 앓는 거에요.

어떤 때는 왕위를 버리겠다고 왕비에게 떼를 써서 왕비가 골머리를 앓게 하기도 하고요. 왕비는 궁정의 화려함과 왕관의 영예를 너무 좋아하여 어리숙한 왕을 기술적으로 안정하고 유지하게 하는데 힘을 다 쏟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왕의 우울증을 몰아내는 데는 음악의 마력만큼 효과 있는 약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왕비는 가수든 연주가든 뛰어난 음악가는 모두 곁에 불러 모았고, 유명한 이탈리아 가수 파리넬리도 왕실 주치의 자격으로 궁정 안에 살게 되었어요.

하지만 왕은 파리넬리의 노래나 궁중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가 상상한 질병을 오래 앓고 나더니, 그 망령에게 항복한 듯 자신을 완전히 죽은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어요.

 죽은 사람에 걸맞게 조용히 누워만 있다면 누가 뭐라겠어요? 왕은 이젠 자신의 장례식을 치르자고 고집하며 왕실 사람들을 들볶더니, 자신을 매장하지 않고 놔 두는 그들의 태만과 불손을 참지 못해 호령 호령하며 말할 수 없는 곤욕을 치르게 하는군요.

 어떻게 해야 할른지? 왕의 명령을 거역하는 일은 무도한 짓이지만, 그 명령을 따르자니 왕을 생매장 해야 하는데 이 역시 군주를 살해하는 짓이 아닐까 하고요. 궁중이 이런 끔찍한 곤경에 빠져 있을 때, 안달루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한 여자 음유시인에 관한 소문이 궁내에 퍼져나갔어요. 왕비는 서둘러 그녀를 왕이 머물고 있는 산 로렌조 수도원으로 불러들이라고 명령을 내렸어요.

 

 

며칠 후, 왕비가 베르사이유의 영광을 기리려고 만든 멋진 가로수 길과 테라스와 분수가 있는 정원을 거닐고 있을 때 멀리까지 이름이 난 음유시인이 왕비 앞에 대령했어요. 이사벨라 여왕은 온 세상을 미치게 만드는 그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그 어린 음유시인은 그림 같이 아름다운 안달루시아 의상에, 손에는 은빛 류트를 들고 겸손하게 눈을 내리 깔고 서있는 거에요. 그 소박하고 신선한 아름다움으로 그녀가 바로 ‘알함브라의 장미’임을 알아챘어요.

언제나처럼 감시꾼 프레데곤다가 그녀의 옆에서 왕비의 질문에 대답을 대신했어요. 하신타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 왕비는, 그녀의 아버지가 왕실에 봉사하다 젊은 나이에 전사한 공로 있는 가문의 출신임을 알고 더욱 마음이 끌렸어요.

“만일 네가 너의 명성대로 폐하가 사로 잡혀있는 악령을 몰아 내준다면, 너의 장래는 내가 책임지고, 명예와 부귀를 얻도록 보살펴 주겠다.”

그녀의 재주를 시험해 보고 싶은 성급한 마음으로 왕비는 곧 우울증에 걸려있는 왕의 거실로 그녀를 데려갔어요.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