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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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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아름다운 세 공주 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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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879 호에 이어)

 왼손잡이 모하메드 왕은 잠시 자랑스럽고 당혹스러워 꽃처럼 피어나는 딸들을 정신 없이 바라보았어요. 그러면서도 점성술사들이 예언한 말이 생각 나 혼자 중얼거렸어요.

 “딸 셋이라, 세 딸이 문제란 말이다. 모두 결혼 할 나이가 아닌가! 용이 침 흘리게 만드는 서방의 매혹적인 과일로 자라고 말았으니!”

  왕은 공주들을 거느리고 그라나다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도 공주를 보지 못하도록 집 문이나 창을 단단히 잠그도록 전령을 시켜 일러두었어요. 그런 다음 왕은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흑마를 탄 무시무시한 기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출발했어요.

공주들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백마 위에 올라 타 부왕 옆에 바짝 붙어서 달려갔어요. 아름다운 장신구를 달고 은종을 딸랑거리며 달리는 그 기마행렬이 그라나다에 가까이 이르자, 헤닐 강둑에서 포로를 호송하는 한 무리의 무어 병사들을 만났어요.

병사들이 길을 비킬 사이 없이 땅에 엎드리며 포로들도 따라 하게 명령했어요. 포로들 중엔 정자에서 내다 본 바로 그 기사들이 끼어있네요. 그 기병들은 전혀 그 상황을 이해하질 못하는지 아니면 도도하기 때문인지 그대로 선채 다가오는 기마행렬을 바라보고 있군요.

  왕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그들을 보고 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어요. 언월도를 왼 손에 뽑아 들고 그들을 향해 달려간 왕이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내려 치려는 찰나에, 공주들이 우루루 몰려가 왕을 에워싸고 포로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애원했어요. 소심한 조라하이다까지 부끄러움도 잊은 채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서는군요.

 왕이 쳐들었던 언월도를 내리자, 호위대장이 왕의 발치에 몸을 던지며 애원했어요.

 “폐하, 온 나라에 큰 누가될 행동을 거두소서. 이 세 사람은 전쟁터에서 사자처럼 싸웠던 히스파냐의 숭고하고 용감한 기사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높은 가문 출신들이라 몸값을 크게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알았다, 그만해라. 그자들의 목숨은 살려둔다만, 저들의 무모한 행위는 벌하겠다. 저들을 베르밀리온 탑으로 데려가 중노동을 시켜라.” 왕이 말했어요.

 모하메드 왕은 곧잘 저지르는 왼손잡이 실수를 또 저지르고 있네요. 요란과 소란과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세 공주의 베일이 뒤로 벗겨져 그들의 눈부신 미모가 드러났지 뭐에요. 옛날 이야기에 보면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갑작스런 사랑에 빠지곤 했나봐요.

세 기사가 완전히 공주들에게 사로잡힌 것은, 숭배하는 마음에다 고마움까지 더했으니 놀랄 일도 아니지요. 그들이 각기 짝을 맞추어 사랑에 빠진 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믿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에요. 공주들도 포로들의 기품 있는 태도에 반했고, 그들의 용감하고 고귀한 태생을 알게 되면서 가슴 속에 더 소중하게 간직한 거니까요.

 

▲왕녀의 탑 천장. 연꽃무늬의 모카라베 공기통 장식

 

 공주들이 살게 된 곳은 상상할 수 없이 우아하고 환상적인 곳이었어요. 알함브라의 왕궁에서 좀 떨어진 탑이지만, 알함브라의 높은 언덕을 싸고 도는 성벽과 붙어있지요. 그 탑의 한 쪽은 성의 내부를 내려다 볼 수 있고, 탑 아래로는 진귀한 꽃들이 가득 핀 작은 정원이 있어요. 다른 쪽은, 알함브라궁과 헤네랄리페 정원 갈림길이 시작하는 계곡이 보이고요.

탑의 내부는 아라비아 양식으로 장식한 작고 우아한 방들이 높은 홀을 둘러싸고 있고, 아치형 둥근 천장이 탑 꼭대기까지 닿아 있고요. 작은 공기 통이 뚫린 홀의 천장과 벽은 모카라베 장식으로 덮여 환상적이고요.

홀 한가운데의 대리석 받침대 위에 눈부시게 하얀 대리석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분수 가엔 향기로운 관목과 꽃들이 사철 피지요. 금과 은으로 장식한 새장에선 아름다운 깃털이 덮인 새들의 달콤한 노랫소리가 나고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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