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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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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아름다운 세 공주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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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879 호에 이어)

 세 공주의 호기심이 한껏 불어났어요. 매일같이 호기심 많은 자이다가 질문을 되풀이 해 물으면, 그들의 박식한 시녀가 한줄 안 빼고 되풀이해 들려주고, 마음 여린 청중들은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똑소리 나는 카디가는 아차, 했어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세 공주님을 어린아이로만 생각해 왔는데 어느 사이 성숙한 여인, 혼기에 이른 사랑스러운 세 아가씨로 둔갑해 있는 거에요. 카디가는, 이제 폐하께 알릴 때가 온게야, 생각했어요.

 왼손잡이 왕 모하메드가 어느날 아침 알함브라의 시원한 홀에 긴 의자에 앉아 있는데, 살로브레냐 성채에서 한 시종이 달려왔어요. 똑소리 나는 카디가로부터 공주들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전갈이었어요.

그 시종은 섬세하게 만든 작은 꽃바구니도 올렸는데, 그 안엔 포도덩굴과 무화과 나뭇잎 위에 이슬 머금은 달콤한 복숭아와 살구, 천도복숭아가 매혹적인 무르익은 냄새를 뿜어내며 들어있는 거에요.

왕은 동방에서 과일과 꽃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고 있어서, 바구니의 선물의 의미를 얼른 파악했어요.

  “그렇다면, 점성술사들이 예고한 그 위기가 왔단 말이지. 내 딸들이 과일처럼 무르익은 혼기에 들어섰단 말이로군. 그 애들을 남자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두어 놓았겠다, 똑 소리나는 카디가가 잘 지키고 있겠다, 다 잘 된일이지…헌데, 점성술사가 지시한 대로 내 눈앞에 직접 감시하고 있는 건 아니지. 공주들을 다른 사람의 보호에 맡기지 말고 모두 내 날개 아래 두어야겠다.”

왕은 이렇게 말하고 알함브라의 한 궁전에 공주들을 맞아드릴 준비를 시켰어요. 그리고는 딸들을 직접 데려오려고 호위병을 이끌고 살로브레냐 성채로 쏜살같이 말머리를 돌렸어요.

 

▲왕녀의 탑

 

 삼 년만에 딸들을 만난 모하메드는 딸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외모에 변화가 온 것을 보고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 그 사이에 미숙하고 철없던 소녀들이 꽃봉오리처럼 활짝 피어나 성숙한 여인들이 되어 있는 거 에요.

 그 변화라니, 마치 평평하고 황량하고 지루하기만 한 라 만챠 평야에서 안달루치아 계곡을 돌아 높이 솟은 언덕을 훌쩍 넘어 섰을 때 같은 거에요.

 자이다는 키가 크고 품위있는 몸매와 꿰뚫어보는 듯한 눈매를 하고 있네요. 위엄있고 단호한 걸음걸이로 들어와 모하메드 왕에게 아버지로서 보다는 군주를 대하는 깊은 존경을 표시했어요.

조라이다는 보통 키에 매혹적인 눈빛이었고, 유연한 걸음걸이와 치장이 공주의 미모를 돋보이게 했어요.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에게 다가와 그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아라비아 시인의 멋진 싯구를 읊어 아버지를 기쁘게 했어요.

 막내공주 조라하이다는 수줍고 내성적인데다 몸집도 작아서 사랑스러움과 보호의식을 일으키며 호소하는듯한 부드러운 외모를 갖추고 있었구요. 멈칫거리며 아버지 앞에 다가가서 손에 입을 맞추려다가,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환한 미소를 보더니, 갑자기 부드러운 본성이 드러나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고 말았지 뭐에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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