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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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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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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알 카멜왕자

(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왕자는 길동무들끼리 서로 으스대는 언쟁엔 참견하지 않고, 오직 아름다운 공주의 초상화에만 자신의 꿈과 환상에 깊이 빠져 있었어요. 이렇게 해서 그들은 시에라 모레나 산을 넘어 라 만챠와 카스티야의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을 가로질러, 히스파냐와 포르투갈에 길게 걸쳐 있는 황금빛 타호강처럼 구불구불한 제방을 따라 걸어갔어요.

 

마침내 바윗돌로 쌓은듯한 벼랑 위에 세운 성벽과 탑이 있는 튼튼한 도시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성벽 발치로 타호강이 빠른 물살로 흘러가고 있고요. “보세요!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톨레도 시가지를요! 세월이 갈수록 더욱 고색이 창연해지고 장엄한 전설이 둘러싸고 있고, 나의 조상들이 명상하던 저 유서 깊은 바위와 탑들을 보세요!” 하고 올빼미가 소리쳤어요.

 

“피이! 고물이니 전설이니 우리와 무슨 상관이람. 우리 목적에 맞는 것을 찾아야지. 오 왕자님, 저기가 왕자님이 오랫동안 찾아온 그 공주님이 사시는 곳이에요.” 앵무새가 맞장구를 쳤어요.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톨레도 시가지를 흐르는 타호강 둑 


왕자는 앵무새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어요. 타호강 가의 푸른 초원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의 나무 숲 사이로 화려한 궁전이 보였어요. 비둘기가 말해준 그림 속의 장소와 똑같은 곳. 왕자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바라보았어요.

 

“아마 이 순간에 아름다운 공주는 나뭇가지 아래에서 놀고 있거나, 저 웅장한 테라스를 사뿐사뿐 걸어 다니거나, 높은 지붕 아래 쉬고 있겠지.” 생각하면서요.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접근하지 못하게 정원 벽들이 아주 높았고, 무장한 경비병들이 주위를 순찰하고 있네요.

 

왕자는 앵무새에게 돌아서며 말했어요. “아, 무엇이나 잘 아는 앵무새야, 너는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재주가 있잖니. 부디 내 영혼의 우상을 찾아가, 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왕자가 별들의 인도를 받아 타호강 가의 꽃이 핀 제방에 왔노라고 전해주렴.”

 

앵무새는 사랑의 사절답게 정원으로 날아가 장엄한 성벽위로 올라 앉았어요. 그리고는 잔디밭과 숲을 지나 강 위로 이어져 있는 누각의 발코니에 내려 앉았어요. 창 틈으로 드려다 보니, 안락의자 위에 누워있는 공주가 종이 한 장을 뚫어지게 드려다 보고 있었는데, 공주의 파리한 뺨 위로 눈물방울이 흘러 떨어지고 있군요.

 

앵무새는 깃털과 밝은 색 초록 저고리를 바로잡고 벼슬을 더 높이 세운 다음에 공주 옆에 늠름한 모습으로 내려 앉았어요. 그리고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어요. “눈물을 거두세요. 아름다운 공주님. 제가 공주님의 마음을 위로해드리려 왔답니다.”

 

공주는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초록 저고리를 입은 작은 새 한 마리가 공주 앞에 까딱하고 인사하는 것이었어요. “어머나! 네가 무슨 위안을. 기껏해야 앵무새인 걸.”

 

앵무새가 대답했어요. “나도 한때 아름다운 여인들을 많이 위로해 왔답니다. 하지만 그 얘기는 그만두고요. 지금은 황태자의 사절로 왔으니까요. 그라나다의 아하메드 왕자께서 당신을 찾아서 여기까지 오셨다는 것. 지금 타호강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는 강둑 위에 와 계시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그 말을 들은 아름다운 공주의 눈이 그녀의 작은 왕관에 박힌 다이아몬드보다 더 반짝하고 빛났어요.

 

 “아, 사랑스러운 앵무새야. 정말로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구나. 아하메드 왕자님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어 기운이 없어 죽을 지경이란다. 너는 어서 왕자님께 돌아가 그분이 편지에 쓴 말들이 내 심장에 깊이 새겨져 있으며, 그분의 시는 내 영혼의 양식이 되었노라 전해드려라. 하지만 그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전투 준비를 하셔야 한다는 것도 알려다오. 내일은 나의 열일곱 번째 생일이야. 나의 부왕께서 마상시합 대회를 여신다. 참석한 왕자들 가운데서 승리하는 이가 그 상으로 나와 결혼하게 된단다.”

 

앵무새는 다시 날개를 펴고 솟아 올라 숲을 지나 왕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어요. 그 동안 사랑해온 초상화 속의 여인의 실물을 찾아낸데다 공주가 친절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알게 된 아하메드가 느낀 환희는 백일몽이 현실이 된 행운을 맛본 사람만이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행복에 방해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코앞에 닥친 마상시합이었어요. 타호강 둑에는 이미 번쩍이는 무기들이 여기저기 보였고, 그 행사에 참석하려는 수행원들과 기사들의 나팔소리가 의기양양하게 톨레도로 몰려오고 있었답니다.

 

공주의 운명 역시 왕자의 운명을 좌우했던 똑 같은 예언에 따라, 공주는 열일곱 번째 생일까지 세상과 떨어져 사랑의 열정을 모르고 지낸 것입니다. 무기도 다룰 줄 모르고 기사도의 기술도 갖추지 못한 불상한 아하메드 왕자에게 이것은 얼마나 큰 곤경인지요. 유명한 철학자 밑에서 대수학을 배운 게 다 무슨 소용이람. 아, 이벤 보나벤이여! 왜 그대는 내게 무기 다루는 법도 가르치질 않았단 말인가?

 

이 탄식을 듣고 올빼미가 말했어요. “이 근처 산속엔 동굴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 무쇠로 된 탁자와 마법의 갑옷이 놓여 있답니다. 탁자 옆엔 마법에 걸린 준마가 몇 세기를 기다리며 서있고요. 그 갑옷은 기독교인들이 톨레도를 점령했을 때 그 동굴에 은신해 있던 한 무어인 마법사의 것이었답니다. 그는 거기서 죽었지만, 그의 말과 무기는 여전히 마법의 주술에 묶여 남아있지요. 그것은 무슬림만이 사용할 수 있고, 그것도 해가 뜬 후부터 정오까지만 효력을 발휘한답니다. 그걸 사용하는 사람은 어떤 적이라도 모두 무찌른다는 거에요. ”

“됐다. 어서 그 동굴을 찾아가자!” 하고 왕자가 외쳤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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