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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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31)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이 사람은 사서 고생을 했군요. 왜 루마니아에 머물러 있질 않았지요?”


“제 아내 때문입니다.”


그 낯선 이가 설명을 했다.


“저는 마누라에게서 도망쳐야만 했어요. 그리고 나폴리 사람으로 루마니아에 사는 것보다는 루마니아인으로 러시아에 살고 있는 게 더 편하답니다. 난 여기서 아주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저는 이 주변에선 단 하나뿐인 이발사며 미용사지요. 이 콜호즈에서 저 콜호즈로 다니며 면도해 주고 머리도 깎아주고 합니다. 그러나 진짜 전문업은 퍼머하는 거랍니다.”


“퍼머?”


“세상 어딜 가나 여자는 다 똑같아요. 단장님, 여자들은 자기가 예쁘게 치장할 기회만 있다면 굶어 죽게 되어도 치장할 값은 내거든요. 한 여성이 퍼머를 했다 하면 나머지 여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 하려고 든답니다.”


“알겠소.” 빼뽀네가 말했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당신이 곤경에 빠진 이유가 되질 않는데.”


“단장님, 이 넓은 러시아 천지 한가운데에서 젊다는 것이 어떤 건지 상상할 수 없으시겠지요? 그들이 자유로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루마니아에서 이곳에 왔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동무가 러시아인의 아내나 그의 아가씨를 희롱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옆 사람까지 부추겨서 동무를 두들겨 팰 것입니다. 제가 갔던 첫 번째 콜호즈에서 저는 현장에서 잡혀 발길에 채여 쓰러지고 말았지요. 두 번째 콜호즈에서도 똑같은 불운의 연속이었답니다.”


“그런데, 뭐가 걱정이오?” 빼뽀네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엔 콜호즈가 8천 개나 있지 않소?”


“예, 그렇지만 저는 혼자가 아닙니까?” 그 이발사가 대꾸했다.


빼뽀네는 계속 웃어댔다. 그래서 돈 까밀로는 그 기분 좋은 분위기를 이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저 불쌍한 친구는 농담하고 있는 거요.” 그가 끼어들며 말했다.


“사실 저 사람은 나폴리로 돌아가고 싶어 환장할 지경이라오. 우리가 좀 도와줄 순 없을까?”


“무슨 말씀이에요? 우리가 그 사람을 가방 안에 넣어 가지고 갈순 없잖소? 안 그래요?”


“그럴 순 없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론델라 동무를 고향으로 보내긴 했지만 자네는 우리 일행 11명에 대한 여행 서류를 가지고 있지 않소.”


“미쳤군요! 오리고프 동무의 독수리 같은 감시하에선 어림없는 소리요!”


“그 사람이 허구한 날 우리만 감시할 순 없잖소?”


“바보같은 소리 작작하슈!” 


빼뽀네가 말했다.


“저 친구는 여기 남아서 이발사로 영업해 나갈 수 있고요, 결혼한 여성들은 건드리지 않고 놔두면 되는 거요.”


 “난 그것이 공산주의라고 생각진 않습니다.” 이발사가 말했다.


“재미있는 얘기로군요.” 빼뽀네도 시인하며 말했다.


“하지만 난 그 일에 말려들진 않겠소.” 그는 방에서 나가 버렸다.


“나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이발사가 돈 까밀로에게 애원했다.


“저는 여러분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요청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언제 어디로 가는 지만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걷어 채이며 내 발로 이곳 저곳 굴러갈 수 있습니다. 오직 전능하신 하느님만이 한 나폴리인의 고향 가는 길을 막을 수 있습니다. 흐루시초프는 하느님이 아니거든요.”


돈 까밀로는 여행 계획표를 베껴 써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일세.”


그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만나지 않았던 걸로 합시다. 난 이미 모두 잊어 버리고 있소.”


큰 방은 전보다 더 떠들썩했으며 빼뽀네는 페트로프나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는 카피체 동무와 스카못지아 동무마저 없어졌기 때문에 절망 상태에 이르렀다. 마침내 그는 페트로프나가 눈에 띄어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무슨 일이오?” 빼뽀네가 물었다.


“내가 그 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어요.” 그녀가 시인하며 말했다.


“그 두 사람이 함께 나가버린 뒤였고요, 그때는 모든 일이 다 끝난 다음이었어요.”


“카피체는 어디에 있소?”


“7번 창고의 건초더미 위에 있지요.”


“스카못지아는?”


“그는 카피체의 멍든 눈에다 차가운 압박 붕대를 대주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소?”


“오직 시커멓게 멍든 눈을 선물로 받은 카피체 동무하고, 얼굴을 얻어 맞은 페트로프나 동무밖에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녀는 화가 나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사람이 나를 때릴 배짱이 있다니요!”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이건 웃을 일이 아니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보통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의 고위층 간부였고, 정부의 고용인이었다.


“나도 잘 알아요.”


빼뽀네가 엄숙하게 말했다.


“제가 그를 두들겨 줄까요? 아니면 오리고프 동무에게 보고를 할까요?”


“개인적인 감정은 당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페트로프나가 대답했다.


“모든 일들을 없었던 걸로 하세요, 스카못지아는 아직도 보드카에 취해 있어요. 제 정신이 들게 되면 그가 한 짓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알게 되겠지요.”


빼뽀네는 그의 머리를 흔들었다.


“동무, 레닌은 우리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 사실이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나는 스카못지아가 보드카나 브랜디를 한 방울이라도 입에 대는 걸 못 보았어요. 그 사람은 취하지 않았소.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다 알고 있었소.”


페트로프나 동무는 전보다 더욱 아름다워 보였으며 눈에는 눈물이 고인 듯이 반짝였다. 한쪽 뺨이 더욱 빨개지자 그녀는 그 뺨을 손으로 가렸다.


“동무”


그녀가 풀 죽은 채 말했다.


“인정하긴 힘들지만, 저 역시 정치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돈 까밀로가 갑자기 빼뽀네 곁에 나타났다. “뭐 잘못된 일이라도 있나?”


“아닙니다. 모든 게 다 잘 되어갑니다.” 빼뽀네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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