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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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2)
knyoon

 

 

(지난 호에 이어)
“동무, 당헌 128조를 기억하시는지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교회는 국가와 분리되어 있으며, 학교는 교회와 분리된다. 모든 시민은 종교 행사를 가질 권리와, 반종교적인 선전을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저 친구는 시민이 아니고 사제란 말입니다!” 스카못지아가 분개해서 말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또 다시 웃었다. 그리고는 오리고프 동무에게 그녀가 웃은 이유를 말해주자 오리고프도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동무,”


그녀가 말했다.


“소비에트 연방에서는 사제들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싫어져서 개종을 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 사제들을 방해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면 신부는 그 사람을 위해서 미사를 드려줄 권리가 있습니다.”


스카못지아는 돈 까밀로를 바라보았다.


“동무, 동무 말이 맞았어요.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신부들 꼴을 안 보려는 것이었는데, 그 생각을 하면 기막히군요!”


“사제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천한 피조물이라고요!” 빼뽀네가 고함을 질렀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갔을 때 노아는 뱀을 가지고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그에게 호령하셨습니다. ‘노아야, 사제가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남겠느냐?’ 하구 말이지요.”


오리고프 동무가 이 익살스런 내용을 전해 듣고 그는 아까보다 더 크게 웃더니 그 이야기를 공책에 적어두기까지 했다. 돈 까밀로도 웃었지만 별로 신나지 않는 웃음이었다. 그는 빼뽀네가 걸어가고 있는 뒷줄로 물러섰다.


“동무, 그건 엉터리 이야기요.” 돈 까밀로가 항의했다.


“내가 그 이야기를 그렇게 말해주진 않았을 텐데. 노아는 당나귀를 데리고 가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말씀하셨소. ‘공산당 상원의원이 없으면 나는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 하고 말이오.”


“내가 말한 구절이 좀 낫구만요.” 빼뽀네가 대꾸했다.


“나 혼자만 그 뱀들에게 사과하면 될 테니까요.”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구!”


돈 까밀로가 속삭였다.


“자넨 내가 세포 조직의 지도자란 사실을 이용하고 있군!”


그들은 얼마 동안 침묵 속에 행진했다. 그런 다음 빼뽀네는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나도 저 친구를 내 눈으로 직접 봤소.” 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다 그 사람을 봤지요. 그런데 사제 냄새를 맡은 건 오직 동무 한 사람뿐이란 말입니다. 의심할 것도 없이 피의 부름이란 것이지요. 하지만 어리석게 굴지 마십시오. ‘우리가 권력을 잡기만 하면, 동무는 마차나 자동차, 아니 동무의 두 다리를 가지고도 다니지 못 할거요.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요.”


“나는 아무 상관없다네.”


돈 까밀로는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여 물면서 말했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모두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그들 일행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스카못지아가 돌아서더니 돈 까밀로에게 소리쳤다.


“동무, 동무 말이 또 한번 들어맞았소. 사제들은 농부의 무지함에 기대어 산다고 했지요, 자, 저 친구 좀 봐요!”


한 야채 농장 안에서 조금 전에 만났던 그 신부가 어떤 노부부에게 급하게 뭔가 말하고 있었다. 돈 까밀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타반 동무도 보았다. 또 한번 타반의 귓불이 진분홍 색으로 물들었다. 페트로프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흥분하지 마세요, 동무.” 그녀는 스카못지아에게 말했다.


“신부는 늙은 사람들 몇 명하고만 접촉합니다. 그런 식으로 모든 게 끝나갑니다. 그 노인들이 죽고 나면 신도 역시 죽을 겁니다. 지금도 신은 사교(冊敎)나 미신이 성하던 시대에 성장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만 살아 있지요. 신이 죽으면 사제들도 뒤따르겠지요. 소비에트 연방은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다릴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돈 까밀로도 줄 맨 끝에서 그녀의 말을 다 들었다.


“하느님도 기다릴 여유가 있으신걸.”


그는 가만히 있는 빼뽀네 쪽을 향해 우물우물 말했다. 


표정이 풍부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는 30세 가량된 나폴리출신 카피체 옆에 서있던 돈 까밀로는 그에게 도발적으로 말을 꺼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뭔가 분위기가 있는데, 동무는 그렇게 생각지 않소?”


“그 여성은 아주 풍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요.”


카피체가 열을 내며 응수했다.


“그 여성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동무에게만은 털어놓고 장담하겠소.”


돈 까밀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여성이 동무를 은근히 쳐다보는 모습이 동무를 좋아하는 것 같습디다.”


돈 까밀로가 일깨워주듯이 말했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그를 의도적으로 쳐다본 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카피체는 돈 까밀로의 달콤한 소리를 그대로 쉽게 믿어버렸다.


“동무, 동무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군요.”


그가 동의하듯이 말했다. “여자는 역시 여자지요.”


카피체는 페트로프나와 함께 걸어가려고 발걸음을 급히 떼었다. “동무는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을 거요. 안 그래요?”


빼뽀네가 돈 까밀로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동무, 하느님이 살아 계신 동안은 나도 바쁘다오. 내일이면 늦을 테니까.”


돈 까밀로가 대꾸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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