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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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8)
knyoon

 

 

 

(지난 호에 이어) 
 “그런 건 하나도 없네. 바보 노릇하고 싶지 않거든, 어서 내가 말한 것을 익혀 둬요. 자네라면 반 시간이면 될 테니까.”


“좋습니다. 나머지는 나중에 또 얘기 합시다.”


빼뽀네는 식탁에 앉아서 그의 학과를 열심히 공부했다. 두세 줄 정도에다 겨우 두 개의 문구가 있을 뿐이었지만, 그는 너무나 화가 치미는 바람에 한 장을 몽땅 외워버릴 수가 있었다. 


“자, 들어봅시다.” 돈 까밀로가 나머지 서류를 여행가방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 


“동무들!” 빼뽀네가 말하기 시작했다.


“레닌이 말했습니다. ‘극단주의가 되는 건 현명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비록 좁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피적이고 불가해하고 애매한 것보다는 아주 명백한 편을 택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좋았어! 내가 레닌의 어록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이 어물거릴 때 그걸 신호로 자네가 나오는 걸세. 나머지 문구가 나오는 신호는, 내가 자네한테 당의 공식적인 의견을 물을 때 나와주면 되네,”


“하느님, 맙소사, 어느 당을 말하는 겁니까?”


“물론 단 하나밖에 없는 공산당이지.”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책자에 써 있는 것처럼 ‘개인적인 행동에 있어서 그들이…’”


“…개인적인 행동에 있어서 당원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빼뽀네가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리고는 화가 나서 낱말 한 개, 쉼표 한 개도 빼놓지 않고 온 장을 다 외워버렸다. 돈 까밀로는 경건해 보이는 자세로 귀를 기울인 다음 마지막에 가서 말했다.


“잘 했소, 동무! 내가 자네의 목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네!” 만찬은 푸짐했으나 다분히 교육적인 분위기였다. 오리고프 동무가, 소비에트 연방이 1965년까지 성취하게 될 발전과정 상황을 엄청나게 많은 통계를 가지고 설명을 곁들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국제간 긴장 완화에 따르는 평화와 공산주의의 필연적인 승리를 위해 의례적인 축배를 든 다음에 돈 까밀로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동지 여러분,” 그는 말했다.


“당원의 자격은, 우리 모두에게 확실히 원칙을 따르고 자기 반성을 이행하고 우리 동무들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비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주 천천히,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면서 오리고프 동무를 바라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페트로프나가 그의 말을 오리고프에게 성실하게 통역했다.


“당에 대한 자각심을 갖기 전에, 공산주의자는 자기 행동 하나 하나를 면밀히 검토해 보고 그것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공산주의자는 아무리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실을 주저하지 말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동무,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레닌의 어록을 확실히 기억할 순 없습니다만 레닌은 말하기를…”


 그는 괴로운 듯이 더듬거리며 말을 찾고 있었고, 빼뽀네가 이때 끼어 들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동무. 레닌은 말했습니다. ‘극단주의자가 되는 것은 현명한 일이 못 된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해야만 된다면, 우리는 설사 그것이 좁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요령부득이고 막연하여 애매모호한 것보다는 아주 명백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오리고프 동무는 고개를 끄덕이고, 만족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고맙소, 동지.”


돈 까밀로가 오리고프 동무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이런 입장에서 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권위가 생겼다고 믿습니다. 론텔라 동무에 대한 어제의 사소한 불쾌감은 공산당 헌법 제5조를 내게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당헌에는 ‘당의 기강을 위반했을 경우, 모든 당원은 당 조직으로부터 심판 받을 의무가 있으며, 당원 총회에 고소하고 더 고위층의 관계 권위자들에게까지 고소할 권리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 말씀 더 드릴게 있습니다. 만일에 또 다시 상원의원이 이끄는 일행 중의 한 당원이 당 기율을 위반한다면, 당의 어느 조직체가 그를 재판하는지요? 물론 상원의원 동무는 당을 대표해서 그 사건을 총동맹이나 지방조직 혹은 그가 속해 있는 세포 조직에 그것을 넘길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그 위반이 소비에트 연방에서 감행되고 그 여파가 확산될 경우 누가 그것을 재판합니까? 그건 여기서 지금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헌 10조를 인용하여 기술한 당 조직은, 실제로 우리와 연관되어 있질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 만든 세포 조직을 가지고 그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꼭 해야 되리라고 믿습니다.”


페트로프나 동무가 이 말을 통역하자, 오리고프 동무는 꼼짝도 않고 의연하게 돈 까밀로가 말을 계속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동무들”


돈 까밀로가 말을 계속했다.


“여러분은 내가 어떤 종류의 세포 조직을 말하는가 의아한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지 않으므로 노동조합 세포 조직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살고 있지 않으므로 지방조직도 안됩니다. 


물론 우리가 이 소비에트 연방에 온 것은 즐기려고 온 게 아니라 배우고 또 가르쳐 주러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진 않더라도 소비에트 연방은 우리의 정신적인 고향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일을 발언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돈 까밀로는 아주 성실해 보였으며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동무들, 우리는 이미 낡고 노쇠한 문명의 세계를 지나서 젊은 기백을 가진 문명의 세계로 여행을 온 같은 여행자 일행입니다. 자본주의라는 진부한 세계를 뒤로 하고 사회주의라는 이상적인 세계를 개척해 가며 탐험하고 있는 항공기의 승무원입니다. 


수가 많지 않은 우리 승무원들은 고립된 개개인으로 뭉친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신념과 한 가지 의지, 즉 이 지구상에 공산주의를 전파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뭉쳐진 단체입니다. 아니, 우리는 노동조합의 세포 조직도 아니고 지역 세포조직도 아닙니다. 우리는 온 우주의 세포 조직체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떠나온 그 세계는, 사회주의 세계와는 이 지구에서 달까지 가기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단체는 평화와 진보를 향한 소비에트 인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어떤 분의 이름을 붙인 세포로 조직되어야 할 것을 제의합니다. 그 분의 이름은 니키타 흐루시초프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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