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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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4)
knyoon

 

 

(지난 호에 이어)
“그 뿐만 아니오. 동무는 우리가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게 내 감정을 상하게 해 왔소. 나중에 손 좀 봐주겠소!”


 “오리고프 정치국원께서 동무가 좀 어떻게 되었다는 걸 눈치챈 것 같소. 틀림없이 이곳 기후가 동무에게 맞지 않는 모양이오. 지금부터 한 시간 안에 베를린 가는 비행기가 있는데, 정치국원께서 비행기 좌석을 마련해 줄거요. 거기서부터 동무는 집으로 곧장 갈 수 있게 되오.”


“잘 됐군요!” 론델라가 소리쳤다.


“내가 당신네 떼거리들의 마지막 꼴을 안 보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상상들을 못 할거요.”


“너무 심하다 생각진 마시오. 돌아가서 다시 만날텐데.”


론델라는 그의 지갑을 열어 당원증을 꺼내더니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말했다.


“우린 또 만나게 되겠지요. 하지만 나는 반대쪽 노선에서 보게 될 거요.”


 “나는 동무처럼 인내심이 없는데.”


 빼뽀네는 그의 궁둥이를 걷어 찾다. 그러나 곧 후회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가 식당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러니 난 여기서 자넬 돌봐주겠소, 바로 지금 말이오!”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론텔라가 일어서더니 돈 까밀로의 턱을 한 대 쥐어 박았고, 돈 까밀로는 그를 되받아 쳐서 제자리에 쓰러뜨렸다. 


여행국 직원이 통역관과 뭔가 상의하더니, 통역관이 그 말을 빼뽀네에게 전했다.


빼뽀네가 일어나서 론댈라의 벽살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동무,”


론델라가 어느 정도 기분을 가라앉혔을 때 빼뽀네가 말했다.


 “일이 잘 되었습니다. 그는 오리고프 동무의 깊은 배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잔을 들어 소비에트 연방의 승리를 위해 건배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오리고프 동무는, 평화를 위해 그리고 이태리 노동자 계급의 자본주의 학정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서 건배했다.


“나디아를 위해서 축배하는 건 어떨까요?”


스카못지아가 돈 까밀로의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가만 좀 있게나, 동무!” 돈 까밀로의 대답이었다.


저녁 만찬은 성대하게 끝났다. 한 시간 후, 론텔라 동무가 멍해진 머리와 골치 아픈 당원들을 뒤에 두고 베를린을 향해 날아가고 있을 무렵, 빼뽀네와 돈 까밀로는 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불 좀 꺼요, 동무. 우리가 침대에 들어간 다음에 다시 불을 켜 세.”


“웃기는군요 !” 빼뽀네가 소리쳤다.


“내가 봐도 우습다고! 신부가 공산당 상원의원 앞에서 속옷 차림을 보일 순 없잖나?”


불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자, 돈 까밀로는 공책을 꺼내 이렇게 적었다. ‘월터 론텔라 동무, 교회로 돌아가다.’ 그는 큰 소리로 읽어 보았다.


“또 한 사람의 원주민이 굴욕을 당하다!”


“오직 신부만이 그런 치사한 잔꾀를 부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한테 그 이상 딴 짓을 못할 줄 아십시요!”


돈 까밀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는 그 일에 대해 나의 펜 속에 살고 계신 분에게서 의견을 들어야 하네.”


돈 까밀로가 뚜껑을 돌려 가느다란 물체를 꺼내는 동안 그 펜은 십자가상으로 둔갑해 있었다. 빼뽀네는 넋을 잃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예수님.” 돈 까밀로가 말했다.


 “주님의 두 팔과 십자가 양 편에 돌쩌귀를 올려 놓았던 것을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당신을 모시고 올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없었답니다.”


 “아멘!”


 빼뽀네가 그의 머리를 이불 속에 파묻으며 악을 썼다.

 

강요된 휴식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레이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


빼뽀네가 탄 비행기에는 약제사도 함께 타고 있었는데, 그 비행기가 갑자기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그는 숨을 헐떡거렸다. 빼뽀네는 그 비행기 안에 붙어있는 방송실에서 뭐라고 떠들어 대고 있는지, 그리고 왜 하필이면 그 꼴보기 싫고 냄새 나는 약제사가 자기와 함께 러시아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몹시 궁금하기만 했다.


그가 마음 속으로 이 문제들을 풀어 보기도 전에 단조로운 라틴어 소리가 그의 의식 세계까지 뚫고 들어왔다.


“Quae cum audisset, turbata est in sermone eius, et cogitabat qualis esset ista salutatio. At ait Angelus el • Ne timeas M aria, invenisti enimgratiam apud Deum…”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여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말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


빼뽀네는 무게가 반 톤쯤 나갈 듯이 무거워진 눈꺼풀을 간신히 치켜 떴다. 그의 눈은 차츰 러시아 글자가 새겨진 융단으로 된 벽걸이 위에 머물렀다. “…et vocabis nomen eius jesum. Hie erit magnus, et Filius Altissimi vocabitur…”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빼뽀네가 나머지 한 쪽 눈을 마저 떴을 때 그는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릴 듯했다. 그는 소비에트 호텔 지배인이 이 방에 넣어 준 식탁에서 까밀로 타롯치 동무가 미사를 드리고 있는 것을 보고 질겁을 하게 놀랐다. 


타롯치 동무는, 《레닌의 어록》이라고 써있는 붉은 표지가 달린 두꺼운 책을 들고 누가복음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빼뽀네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문 쪽으로 뛰어가 열쇠구멍에 눈을 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돈 까밀로의 머리 위에 침대 시트를 씌워버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도 저 라틴어 소리가 안 들리도록 하는 것이 더 낫겠다 생각하고, 될 수 있는 한 요란하게 발소리를 내면서 방안을 돌아다녔다. 


게다가 그 빌어먹을 놈의 작은 종소리까지 윙윙거리며 그의 뇌 속을 후벼대지만 않았어도 그는 이 짓을 수없이 반복하진 않았을 게다. 그는 귀를 기울이고 싶지도 않았건만, 눈 앞의 현실을 인식해야만 했다. 


그래서 돈 까밀로가 알루미늄으로 만든 잔을 성배처럼 높이 들어 올렸을 때, 그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발자국 소리가 복도 바깥에서 울려 왔지만 빼뽀네는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하느님, 우릴 도와주소서.” 그는 혼자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추었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태리어로 말했다. 


“동무, 일어날 시간이야!”


빼뽀네가 투덜거리는 소리로 대답하자, 그 발소리는 다음 방문 앞으로 옮겨갔다.


“I te, missa est. ”


돈 까밀로가 마침내 말했다. “이제 시간이 다 됐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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