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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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5)
knyoon

 

 

 

 

(지난 호에 이어)


 “너는 빼뽀네가 상원의원이 된 다음부터, 줄곧 그 사람에게만 심하게 굴지는 않았느냐?”


이 말씀은 바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기 때문에 돈 까밀로는 더욱 화를 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예수님,” 그는 항의했다. “저를 조금도 알아주지 않으시는군요.”


“아, 난 그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예수님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씀했다. 


돈 까밀로는 이쯤에서 그만 두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얼른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은 다음 밖으로 살며시 나와버렸다. 그러나 교회 밖으로 나오자 그의 분노는 다시 끓어 올랐다. 사제관의 현관 바로 옆에, 어떤 불순 분자가 선전 포스터를 한 장 붙여 놓았는데, 그 선전문이 애초에 돈 까밀로의 분노에 불을 붙인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찌뿌듯한 어느 겨울날 해질 무렵 돈 까밀로가 잠자리에 막 들어가려 할 쯤에 누군가 사제관 문을 두드렸다. 돈 까밀로는 그것이 빼뽀네임이 틀림없음을 알았다. 그는 빼뽀네에게 의자를 권하고 포도주 한 잔을 따라 건네주었다. 빼뽀네는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의 혀가 말을 듣게 되기까지는 두 잔이 더 필요했다. 그런 다음에야 그는 말을 꺼냈다.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그의 무거운 검정 망토 밑으로 보따리 한 개를 밀어내며 그는 말했다.


“이 보따리를 집 안에 갖다 둔 뒤로부터 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 보따리는 그 유명한 천만 리라 뭉치였다. 그러자 돈 까밀로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걸 은행에 맡기지 그러나?” 빼뽀네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건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요! 어떻게 공산당 읍장이 천만 리라나 되는 돈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은행에 맡길 수가 있겠습니까?”


“그 돈을 황금덩이로 바꿔서 땅에 묻게나.” 


“그렇게 하면 이자가 나오질 않습니다.”


돈 까밀로는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참을 만했다.


“자, 그만 해두고 어서 요점을 말해보게, 동무.”


그는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그런데, 신부님. 남의 돈을 잘 간수해주는 그런 사업가를 신부님은 알지요?”


“난 그런 사람을 모르네.”


“틀림없이 알고 계십니다. 신부님 교구 안에 있어요. 교인들과 거래해서 돈을 많이 번 다음, 종교 단체나 자선사업에 기부금을 많이 내고는 자기 양심을 달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아, 알겠네. 누구를 말하는지 짐작이 가는군. 하지만 난 그 사람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걸.”


 “그렇지만 그 사람과 아주 쉽게 접촉할 순 있습니다. 토리 첼라에 계신 주교님이 그의 대리인 중 한 분입니다.”


돈 까밀로는 지겹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동무, 하느님이 자네에게 한 푼을 주셨다고 해서 그걸 꼭 열 푼으로 불려야 되겠나?”


“하느님은 그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소이다, 신부님. 나는 다만 행운을 잡았을 뿐이고 지금은 그 행운을 활용해 보고 싶단 말씀이요.”


 “그렇다면 일은 간단하군. 토리첼라에 있는 사제님에게 가서 소개해 달라고 해보게나.”


“그렇게 할 순 없습니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너무 잘 알거든요. 내가 토리첼라에 있는 사제관이나 그 사업가의 사무실 부근에서 얼쩡대는 것을 사람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난 명성을 잃고 맙니다. 생각 좀 해보십시오. 공산당원이 교회와도 관련이 있고, 거액의 돈과도 연관성을 갖고 있을 경우를 말이오. 내가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건 순전히 돈 때문이란 말이오. 그러니 그 일을 정치적인 흥정거리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돈 까밀로는 항상 그 사업가에게 회의적인 눈을 보내왔었는데, 그의 손님들에게서 가당찮게 높은 이자를 받아내어 그 돈으로 교회 신축 헌금을 내는 사람이었다,


토리첼라의 사제는 언제 봐도 점잖은 친구였다. 그러나 그 사제가 운동장과 수영장, 영사기, 그리고 공산당이 제공하는 것과 비길 만큼 멋진 물건들을 얻어냈다면, 그것은 모두 그의 교구 안에 있는 부자 실업가가 희사한 덕분이었다. 그래서 돈 까밀로는 쉽게 판단을 못 내리고 있었다.


“난 더 이상 그 복잡한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소.”


돈 까밀로가 말했다.


“내일 저녁 이 시간에, 토리첼라의 사제가 이쪽으로 오시도록 하겠소. 난 잠자리에 들어가겠고, 둘이서만 얘기하도록 해주겠소.”


24시간 후 빼뽀네와 그 사제는 돈 까밀로의 서재에서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어떤 합의점에 이른 듯했다. 돈 까밀로는 그 사건에 대해서 더 이상 얘기를 들은 바 없었기 때문이다.


일년 후에 빼뽀네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는데, 그 때부터 돈 까밀로는 계속해서 어떤 악마의 속삭임에 시달리고 있었다.


 “빼뽀네는 은혜도 모르는 자야.”


악마는 그의 귀에다 이렇게 속삭였다.


“그대는 빼뽀네가 경마 노름에서 딴 돈을 그에게 주워다 줄 때, 참 좋은 친구 노릇을 해주지 않았나? 그런데 그 자는 그대에게 어떻게 보답했지? 그는 상원의원에 당선이 되자마자 광장에서 선동적인 연설문을 만들었다네.” 


그 선동적인 연설의 한 부분이 돈 까밀로의 주의를 끌게 했었다.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뽐내는 그의 말투 속에, 다음과 같은 통렬한 비난의 말이 들어 있었다. 즉 ‘인민의 승리를 방해하려고 온갖 상투어를 남발한 어떤 신부님, 종을 칠 줄만 알아도 종지기로 채용되는 것이 나을 뻔한 어떤 신부님’ 이라는 등. 돈 까밀로는 빼뽀네가 경마노름에서 딴 적이 있는 그 비밀 이야기를 불어버림으로써 복수하고 싶은 유혹을 누를 길이 없었다.


꼬박 2년 동안 신부님은 그 유혹을 물리쳐 왔다. 이제 겨우 그런 생각이 마음 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는데, 새로 붙인 공산당 선전문이 눈에 띈 것이다. 바로 그 때 그 사업가는, 재정적인 비리를 저지른 핵심 인물로 신문에 그의 이름이 크게 보도되고 있었다. 이 비리 사건이 막바지에 올랐을 때 빼뽀네는 돈 까밀로 신부에게 이런 공격을 퍼부었다.


‘부정을 모르는 채 묵인하는 어떤 신부들이 있다. 그들은 돈을 탐해서, 어렵게 돈을 번 성실한 신자들에게서 돈을 빼내기 위해, 악명 높은 사기꾼들과 손잡고 일하기를 주저치 않는 신부들이다.’ 


이런 몰염치한 비난을 돈 까밀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이제 그는 자신이 만든 작은 폭탄을 터뜨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빼뽀네 상원의원은 마을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정부의 서류를 가득 넣은 서류가방을 들고 마치 온 세상 일들이 모두 자기 어깨에 달려있는 것처럼 뽐내며 바람을 일으키고 다니는 모양이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시골 사람들 아무한테나 정신 없이 인사를 해대는 바람에, 당의 동지들조차도 우려할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어떤 문제를 가지고 의논하려고 할 때마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제가 이 문제를 로마에 가지고 가서 상부에…” 넥타이도 빠짐없이 매고 다녔다. 그 선전 포스터는 누구나 알아볼 만큼 문법이 엉망이었지만, 그의 인상이 그것을 가려줄 만큼 강했기 때문에, 감히 누구도 그의 잘못을 놀려대지 못했다. 


돈 까밀로는 여러 가지 계획을 짠 뒤, 어느 날 밤 11시에 빼뽀네의 집 앞에서 그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실례하오.”


돈 까밀로는 빼뽀네가 자물통에 열쇠를 넣고 돌리는 동안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가, 악명 높은 사기꾼과 손잡고 눈감아 주는 신부들에게 착취당한, 바로 그 가난하고 순진한 사람들 중의 한 분이시던가?”


빼뽀네는 간신히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나 돈 까밀로를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겨를이 없었다. 돈 까밀로는 단도직입적으로 요점을 말했다.


“상원의원 동무.”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다음 번에는 내가 재주를 부릴 차례일세, 내가 모든 사실을 다 불어버리면 당신은 온 나라 안에서 웃음거리가 될 거요. 자네 선거구 주민들이, 자네가 세금쟁이와 공산당의 눈을 속여 경마에서 상금을 따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 어디 기다려 보게! 게다가 자네가 인민의 적이라고 단정을 내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투기업자에게 천만 리라의 돈을 넘겨주고 감쪽같이 그들을 속인 사실을 선거구 주민이 알게 될 때까지 기다려 보라구!”


빼뽀네는 겁날 것이 없다는 듯이 앞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명예훼손죄로 당선을 고소할거요. 신부님이 증거를 댈 재주는 없을 테니까요.”


“모든 사실을 나는 증명할 수 있지. 자네 이름이 그 사람의 서류 속에 들어 있다네. 그 사람이 자네에게 이자를 지불할 때 보낸 수표 말일세, 내가 그 수표 번호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일세.”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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