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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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27회)
knyoon

 

▲At Tagaste, Monica talking to Augustine

 

 

(지난 호에 이어)
 아구스틴은 화가 치미는 걸 참고, 다시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알지 못하는 그 진리는…”


 스펜디우스가 갑자기 기침을 하는 바람에 그는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아구스틴은 그의 호리호리한 체구와 창백한 안색을 보고 그가 건강이 좋지 않음을 알았다.


 기침이 멈추기를 기다리며 아구스틴은 책을 엎어놓고 베두인 사람처럼 잔디위에 다리를 꼬고 팔장을 끼고 앉았다.


 “스펜디우스, 진리는 천연자석과 같은 걸세. 쇠를 끌어당기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네.” 그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쇠고리를 천연자석 가까이 갖다 대어보게. 그 천연자석은 쇠고리를 끌어 잡아당기지. 그 첫 번째 고리는 두 번째 고리를 잡아당긴다. 왜? 그 천연자석이 그의 속성을 첫째 고리에게 전달했기 때문일세. 그 다음 것도 마찬가질세.”


 “자네 말엔 납득이 가네. 하지만 정통 신앙이 필요해. 그건 확고부동하고 영원하지. 어째서 마니나 그의 신도들은, 하느님의 진리를 조로아스터교와 혼합시켜야 되는가 말이다.”


 “자넨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하네. 진리는 시냇물처럼 유동적이니까.”


 “그렇다면 어떤 모순도 거긴 없다는 건가?” 스펜디우스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자네 신앙과 내 신앙 사이에?” 아구스틴이 손을 내 저었다.


 “천만에, 나도 성경을 믿고 있네.”


 “자네가?”


 “물론이지. 해석이 문젤세.”


 몇시간 동아 아구스틴은 그의 이성주의 이론을 길게 늘어놓았다. 스펜디우스의 기침 때문에 가끔 중단되었을 뿐이었다. 하인이 그들에게 점심을 들도록 부르러 왔을 때는 오후도 한참 지나서였다.


 “난 자네처럼 믿을 순 없어.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내가 청하고 싶은 건 서로 마음을 털어놓자는 것. 열려 있는 마음은 청결한 마음이지.” 아구스틴이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주며 말했다.


 그날 오후부터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사막까지 먼 길을 함께 산보했다. 승마도 하고 시도 쓰고, 산 밑 냇가에서 고기도 잡고, 극장에도 같이 가고, 아침 강의시간만 빼고는 늘 붙어 다녔다.


 스펜디우스는 마니교를 배우러 저녁강의에 출석했고, 얼마 안가 그 교리를 받아들이기로 공언했다. 그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아구스틴은 그 친구의 개종의 순수성이 왠지 의심스러웠다.


 “달리 개종한 게 아니라 나에 대한 우정 때문일지도 몰라.” 그러면서도 별장에서의 전도 효과가 성공을 거두어 그의 가슴은 뿌듯했다. 그는 마리우스에게 그의 빛나는 업적을 보고했다.


 그는 멜라니에게도 사랑의 편지를 길게 썼다. 봉급에서 떼어 그녀에게 돈을 부쳤다. 그들의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그녀에게 가겠다고 약속했다. 돈을 벌어 로마니아누스의 빚을 갚을 기회가 생긴 것이 아구스틴을 그녀에게서 멀리 떼어놓게 한 거라고 그녀가 믿게 만들었다.


 그는 두 번이나 어머니를 방문했다. 한 번은 스펜디우스를 데리고 갔다. 방문은 두 번 다 헛수고였다. 모니카와 아구스틴은 그들을 갈라놓는 벽을 의식했다. 그들은 안절부절하며 일반적인 이야기만 했다. 서로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을 누르느라 애썼다. 두 번째 방문을 마친 다음 아구스틴은 카르타고로 돌아갈 준비가 다 될 때까지 어머니를 만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긴 틈은 상상 이상으로 그의 감정을 어지럽게 했다. 멜라니가 곁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겹쳐서 댐을 막은 강물처럼 마음이 답답해 왔다. 그 반향은 또 하나의 출구를 찾게 했다. 틈은 점점 벌어졌다. 부풀어 오르고 댐에 갇힌 강물이 주위의 영향을 받아 경계선 너머로 끓어 넘쳐 다른 대상을 향해 달려갔다. 그 대상은 스펜디우스가 되었다.


 스펜디우스는 그에게 생명같이 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의 낭만은 두 사람의 우정을 필라데스와 오레스테스의 우정에 비유하게 했다. ‘두 몸속에 한 마음’이란 호레이스가 잘 쓰던 자극적인 문구가 드디어 스펜디우스와 자신에게서 완성을 보았다고 믿었다. 이렇게 밀접한 영적 교류가 인간의 우정 속에도 존재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터였다.


 그런데 불운이 닥쳐왔다. 원인 모를 열병이 스펜디우스를 주야로 쇠약하게 만들고, 아구스틴의 곁에서 그를 떼어놓았다. 의사 외에는 아무도 그를 만날 수가 없었다. 스펜디우스는 여러 날을 몹시 땀을 흘리며 의식을 잃고 삶과 죽음 사이를 헤매었다. 의사는 그의 회복이 가망없다고 말했다.


 스펜디우스의 어머니는 연약한 과부이며 교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즉시 교구 주교에게 사람을 보냈다. 주교는 의사의 동의를 얻고 병실에 들어가 젊은이에게 영세의식을 베풀었다. 어머니는 계속 기도하고, 아구스틴은 번민하는 동안 스펜디우스는 의식을 회복했다. 거의 기적적으로 그는 회복되어 갔다. 별장은 온통 기쁨에 싸였다. 스펜디우스는 모든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마침내 아구스틴이 그를 방문하는 일을 허락했다. 스펜디우스는 카우치 위에 황금 무늬가 있는 비단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그는 얼굴이 창백하고 쇠약해 보였다. 아구스틴은 그런 그를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스펜디우스는 힘없이 웃었다.


 “사랑하는 친구, 스펜디우스!” 아구스틴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자네가 회복되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


 “자네가 보고 싶었네.” 스펜디우스가 깊은 애정을 담고 그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나두 보고 싶었어. 한동안 나는 자네 때문에 거의 절망 상태였지. 하지만 곧 일어나게 될 거야. 의사가 자넨 곧 일어나게 된다고 했어.”


 “그래.”


 “자네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 자네가 세례 받은 걸 알고 있나?”


 “어머니가 말씀 하셨어.”


 “웃기는 일이군. 제 정신이 들면 자넨 그 성사를 반박할 걸. 자넨 이제 마니교인이니까.”


 스펜디우스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구스틴. 난 마니교인이 아니었어.”


 “뭐라구?”


 “솔직히 말해서 난 마니교인이 아니었어. 마음속으론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을 믿고 있었다네. 마니교의 교리가 아니고. 이렇게 말해서 날 미워하나?”


 의사가 아구스틴을 툭 쳤다.


 “이제 그만 나가 보시오.”


 “자넬 미워하냐구? 내가 자넬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어?”


 아구스틴이 그의 손을 꽉 쥐면서 문 쪽을 가리켰다.


 “내가 저 문 밖을 나가도 내 마음은 두고 간다.”


 “잘 가게, 나의 다정한 친구.” 스펜디우스는 두 뺨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잘 있어, 스펜디우스, 안녕히.”


 아구스틴은 슬픔과 실망을 안고 그 방을 나왔다. 스펜디우스가 그의 어머니의 신앙에 돌아간 것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일이었다. 그는 그 친구가 온전히 마니교로 개종하기 원했고, 그가 카르타고로 떠나기 전에 그의 반 학생들을 모두 스펜디우스에게 넘겨줄 작정이었던 것이다. 이젠 모든 게 끝이 났다.


 이틀 동안 그는 그 충격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다시는 스펜디우스를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로마니아누스가 아구스틴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침실로 들어왔다.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겠네.” 그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예?” 아구스틴은 불길한 예감에 싸여 물었다.


 “스펜디우스가 지난밤에 병이 재발 했네. 좀 전에 운명했어.” 

 

 

                            ∽ 19 ∽

 


 찢기고 피나는 내 영혼은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팠나이다. –고백록

 

 스펜디우스의 죽음은 어거스틴을 슬픔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다. 찬 물 속에 떨어진 듯, 처음엔 마비되었다가 예민하게 풀어져 큰 타격을 입었다. 마침내 그 감각들은 둔중한 고통으로 고동쳤다. 그는 자신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의 침실에서 혼자 대리석 바닥위를 뒹굴며 몸부림치고 주먹을 불끈 쥐고 미친 듯이 두들겨댔다.


 “아니야, 안 돼, 안 돼! 난 그를 잊을 수 없어! 난 그 친구를 잊을 수 없단 말야!” 그는 소리 지르고, 신음하고, 헛소리를 했다.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마음에 너무나 무겁게 덮여 그것이 그의 이성을 어둡게 하는 순간도 있었다. 또 어떤 때는 그의 슬픔이 너무나 괴로워 마음과 육신이 함께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기도하려고 애써 보았다. “하느님, 왜 저는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합니까?” 그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물었다.


 “나의 영혼은 찢기고 피를 흘립니다. 아, 나의 하느님,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내겐 당신이 필요하온데, 어찌하여 당신은 내게 오시지 않습니까? 당신에게 품은 나의 죄 때문입니까?"


 그의 기도는 공허하게 천장에 메아리쳤다. 마니교의 육체적인 하느님은 비현실적이었으며, 하늘에 떠있는 달처럼 그의 슬픔과는 무관했다. 처음으로 그는 그의 신앙의 중요한 단계에서 그의 종교에 대해 남몰래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번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에 그의 고향을 향해 떠났으나, 어머니와의 싸움이 생각나서 다시 되돌아왔다. 그는 대낮의 햇빛을 싫어하게 되었다. 소름끼치는 자색 장막으로 그의 세계를 가리고, 모든 행동과 욕망을 붉게 물들였다. 그는 몇 번이나 이런 생각을 했다.


 “어째서 넌 목숨을 끊어 스펜디우스의 뒤를 따르지 않느냐?”


 그 생각이 항상 그를 약하게 만들고 겁에 질리게 했다. 그는 죽음이 두려웠다. 그가 스펜디우스를 사랑하는 것만큼 죽음이 미웠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는 죽음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는 죽음이란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죽음이 스펜디우스를 덮친 이후로, 그는 죽음이란 모든 사람 위에 현기증 나게 재빨리 떨어진 다음 온 세계를 집어삼켜버리는 검은 유령이라 생각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자기도 살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왜냐하면 그가 불멸의 사랑을 기울였던 사랑하는 그 사람, 다시 말해서 ‘그 영혼의 반쪽’은 영원히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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