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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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24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어거스틴은 대추야자 열매를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악의 기원이 어디서 오는 건지 알겠소?”


 “말씀해 보십시오.”


 “그건 이렇소.” 마리우스는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올리브 그릇을 옆으로 밀어놓은 다음, 가느다란 손가락을 펴서 식탁위에다 서로 엇갈리는 두 개의 원을 그렸다. 


 “인간은 그의 보...본성 가운데 선과 악을 함께 가지고 이 세상에 나옵니다. 이 원은 그의 육체, 또 이 원은 그의 영혼이지요. 이 첫 번째의 원인 그의 육체는 죄에 가득하고, 두 번째의 원인 그의 영혼은 순결합니다. 예...예를 들어서 당신은 훌륭한 젊은이지만 당신에겐 악과 선의 충동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렇지요?”


 “말할 나위 없습니다.”


 마리우스의 이야기는 아주 진지했다. 그의 말씨는 유창하게 흘러나왔고, 더듬는 것조차 없어졌다. 어거스틴은 그가 점점 열을 올려 얘기하는 데 놀랐다. 


 마리우스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얘기를 계속했다. 


 “우리가 갖는 악의 충동은 어디서 생길까?”


 “속이는 마음씨에서 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질 않아!” 마리우스가 식탁을 너무 세게 꽝 쳤기 때문에 올리브와 대추야자와 보리빵이 접시 위로 튀어 올랐다.


 “정열, 식욕, 요...욕망 모두가 우리 육체 안에 뿌리 박혀 있지요. 이와 반대로, 선한 의지와 친절과 자비와 순순한 생각과 관대한 동기는 영혼 속에 그 근원을 갖고 있소.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이중 구조를 말해주고 있소. 그럴 듯하게 들리지 않소? 당신의 훌륭한 마음을 끌어당기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요.” 어거스틴은 깊은 생각에 잠겨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스도가 어떻게 해서 할아버지의 사고방식과 맞아 들어갔는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좋은 질문이오.” 마리우스는 그릇에서 올리브를 들어 한 입 깨물었다.


 “올리브는 좋은 음식이지요. 올리브유엔 가벼운 분자들이 가득 차있어요. 그 얘긴 나중에 하고... 그런데 젊은이는 그리스도교 가정 출신이오?” 


 “그렇습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소. 그런데 젊은이는 먼저 그대 마음속에서 그리스도교의 골수를 씻어내야 합니다. 하느님은 항상 두 손과 머리칼과 두 눈과 두 귀와 그리고 말... 다시 말해서 육체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하오. 하느님이 또 하나의 육체로서 형태를 나타내는 건 무엇 때문이겠소?”


 어거스틴은 고개를 저었다. 


 “어리둥절한 모양이군요.” 마리우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당연한 일이지요. 내가 아직 젊은이의 물음에 대답을 안 했으니까. 젊은인 그리스도가 어떻게 우리의 제도에 맞는가를 물었소. 우리는 그리스도가 태양의 영이라 믿소. 태양의 영으로서 그분은 물리적 현상계에서 빛의 힘을 끌어냅니다. 아...악마와 그의 악령은 별들 속에 갇혀 있으면서 그분이 하시는 일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태양의 영은 혼자서 싸우지 않소. 창공에 살고 있는 성령의 도움을 받고 있소. 그는 또한 해와 달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해와 달은 어둠의 지역으로부터 빛의 영원한 왕국으로 빛의 화물을 날라다 주는 바... 밝고 빛나는 배요. 창공의 12궁은 이 작전을 도와주는 또 다른 대행자란 말이오.”

 

 

 


 “네, 그렇군요. 하지만 구원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어거스틴이 모순투성이의 말들에 당황해 하며 물었다. 


 “구원이란 육체의 연단의 한 과정입니다.” 마리우스는 수척한 얼굴에 활기를 띠고 말했다.


 “그것은 영원히 빛과 동등한 위치에 서는 신비스러운 것이오. 십자가상에서 몸부림치지만 고...고난당하는 예수는, 아직도 물질에 예속된 속세의 영혼을 상징한 것이오. 이 수난은 한 송이 꽃이 빛과 자유를 위해 투쟁하면서 어...어두운 흙을 헤치고 고개를 내밀 때마다 되풀이되오. 그것은 위대한 마니가 그가 계몽시킨 우리 같은 제자들을 위해서 윤곽을 드러낸 구속의 계단 하나하나마다 되풀이되고 있소.”


 “헌데 이런 지식을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성경에선 보질 못했는데요.”


 “물론 서...성경에서죠!” 마리우스는 올리브를 씹으면서 조소를 띠고 말했다.


 “젊은이는 예수의 가르침이 바울과 소위 다른 사도들 때문에 망쳤다는 걸 모르고 있소? 예수의 가르침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약속된 보혜사이며 옹호자인 마니가 존재하는 것이오. 마니의 설명이 없이는 인간을 속박하는 어둠의 쇠사슬에서 구원받을 희망이란 전혀 없는 것이오.”


 여러 시간 동안이나 마리우스는 마니교파의 신앙 교리에 대해서 그의 논변을 계속했다. 어거스틴은 이따금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그의 말을 막았다. 마리우스의 해답은 그를 당황케 했으나, 그는 마리우스와의 대화에서 한 가지 명백하고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었다.


 마니교파의 선택된 자 혹은 완전한 자들이 엄격한 금욕주의와 자기희생을 추구하게 되어 있지만, 세례주의자 혹은 경청자들은 행동 규범이 융통성 있게 허용되고 있음을. 이 규범 중 어느 것도 악에서 분리되도록 명령하질 않았다. 


 마니의 종교는 모든 종파와 마찬가지로, 그 추종자들이 쉽게 손닿을 수 있는 곳에 구원을 두었으며 동시에 죄를 짓는 행위도 허용했다. 이런 특색이 어거스틴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찾고 있었던 종교였다. 


 그는 그 운동에 가담하고 그 보상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멜라니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마니교파는 내면적인 활동을 간섭하는 일도 없이, 파수꾼처럼 마을의 요새에 쌓은 바깥담만을 순찰하는 것이었다. 


 마리우스와 그의 새 동지가 식탁에서 일어났을 때 카르타고엔 어두운 장막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난 젊은이가 진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 알 수 있소.” 마리우스는 지하식당을 나오면서 말했다.


 “젊은이를 탐구자로 등록해도 되겠소?”


 “어떻게 하는 겁니까?”


 그들은 건물을 나와서 비아 코엘레스티스에 서 있었다. 그곳엔 이른 저녁의 군중들이 쏟아져 나와 오락거리를 찾아 인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젊은인 우리 강의에 규칙적으로 참석하면 되겠소. 지금으로선 그 정도면 되오.”


 “좋습니다. 저를 등록시켜 주십시오.”


 “좋아요. 후회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건 우리의 신호라고 말해주고 싶소.”  마리우스는 한 발자국 물러서서 그의 오른 팔을 내밀었다. 그는 손을 들어 올려 엄지손가락을 손바닥에 구부리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쭉 폈다. 어거스틴이 그 몸짓을 따라했다.


 “잘 가오, 나의 젊은 도...동지여.”


 “안녕히 가십시오.” 어거스틴이 말했다.


 마리우스를 만나고 며칠이 지나서 어거스틴은 개교 이래 최고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총독이 졸업축하 연설을 했다. 처음부터 그는 어거스틴의 학문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식이 끝난 다음 교수들과 동창 친구들은 타가스테 사람의 성공에 대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 영예를 겸손하게 받아들였지만, 속으로는 푸줏간 앞에 매달아놓은 돼지 부레처럼 우쭐해 있었다.


 로마니아누스는 여름 동안 타가스테에 가있었는데, 마도라의 성자 아풀레이우스의 대리석 흉상을 졸업선물로 보내왔다. 모니카는 부드럽게 애정이 넘치는 축하의 말을 써서 보냈다. 졸업식에 오고 싶었으나 재정이 허락치를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타가스테에 한 번 와줄수 없느냐고 했다. 그러면 함께 장래 문제를 서로 의논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의 제안을 멜라니와 상의했다.


 “어머나...가셔야지요.” 멜라니가 명랑하게 말했다.


 “가셔야 하고 말고요.”


 “그래야 될까봐.”


 “물론 그래야지요. 그리고 나에 관해서도 말씀 드려야 하구요.”


 어거스틴이 몸을 움츠렸다가 그녀의 말을 자르듯 말했다.


 “다음 주에 가야겠어.”


 그는 떠나기 전에 마니교파의 강연 장소에 세 번 나갔다. 마리우스와 마니교파의 다른 선생들이 카르타고의 지식인 가운데서 어거스틴의 명성이 점점 높아가는 것을 알고 그를 열망하며 아첨하기도 했다. 


 그들은 어거스틴에게 굉장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그가 타가스테로 여행할 것을 알고는 멋진 지갑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 지갑이 그의 여행비용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면서, 따라서 그건 참된 친구가 누구인가를 생각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들과 이런 접촉의 결과, 타가스테에 있는 그의 고향으로 떠날 즈음의 그는 한창 첫사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젊은이 같았다. 그는 아주 열심히 마니교의 기초를 익혔다. 그가 생각하는 현실에 대한 탐구의 해답이라는 생각으로 무장을 한 채, 그는 마니교의 교리를 위해 우쭐해지고 원기가 넘치는 개인 전도자가 되었다.


 단 한 번의 의견을 나눈 뒤에 그는 알리피우스를 개종시켰다. 그가 끊임없이 퍼붓는 선전에 멜라니는 감동을 하기 시작했다. 


 로마 제국 우편열차를 타고 타가스테를 향해 여행을 떠날 때에도 어거스틴은 어머니를 그의 종교가 된 마니교로 끌어들여 보겠다는 생각을 감히 품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젖으면 젖을수록 더욱 그 생각에 마음이 흡족해졌다.

 

∽ 17 ∽

 


내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고 오직 텅 빈 환영이 있을 뿐, 나의 하느님, 당신이 아닌 내 잘못이었습니다. –고백록

 

 “얘야,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난 네가 쓰디쓴 고뇌와 죄의 굴레 속에 빠져 있다고 생각되는구나.”


 모니카는 마당에 있는 무화과나무 밑의 히코리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거스틴은 그녀의 발밑 잔디 위에 두 다리를 쭉 뻗고 누워서, 나뭇가지를 잘라 손가락으로 멀리 튕겨 던지고 있었다.


 “틀림없이 사탄이 너를 사로잡았어. 어떻게 해서 네가 이런 죽을죄에 빠져버렸을까? 어떤 악한이 네게 진리를 배반하도록 설득을 했을까?”


 “어머니, 진리라고요? 진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마니교파 사람들이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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