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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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비사> 제8회-계관시인, 윤치호의 영문일기1897년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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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주일. 아주 추운 날씨.


 오늘 아침에 숙모님이 말씀하시기를, 지금 넷째(윤치병-옮긴이  ) 며느리감을 찾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혼기를 맞은 처녀들은 지금 모두 겁에 질려 있다고 하신다. 딸 가진 부모들은 ‘상투 시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다시 말해서 ‘상투 반대’기간이 없어지기 전에 딸들을 시집보내려고 부산하다는 것이다.


스크랜튼 박사 교회에서 예배 드리다.


삼촌께서 내게 편지를 보내시면서 권하시는 말씀이, 민영준(휘문학교 설립자 민영휘-옮긴이 )씨가 나를 만나고 싶어하므로 그를 한 번 방문하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무엇 때문일까?


3월 22일 월요일. 좋은 날씨.


삼촌의 말씀에 따라 민영준을 방문하다.


 민영준은 한강 변 강둑 위에 멋진 저택에 살고 있다.  훌륭한 외관을 갖춘 조선의 신사임을 금새 알아볼 수있었다. 내가 그에게, 지금은 군비 조달과 국내의 조정을 풍부하고 현명하게 처리하여 안정을 찾는 기회를 개선할 중차대한 시기임을 신중하게 설파하자, 민영준이 말하기를, 가장 큰 난관은 상감께서 올바른 견해를 유지하시는 일이라고 한다. 


하루 종일 아름다운 봄날씨가 이어지다. 오후에, 미국공사 씰의 부인을 방문하다.


3월. 25일. 목요일. 춥고 비 내리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샹하이 여행 준비를 마치다. 지난 며칠 동안은 날씨가 말도 못하게 춥다.지난 밤에 불어제낀 강동풍이 눈과 비를 몰아오며 절정에 이른 듯 하다.


지금처럼 끊임없이 방황하는 것이 괴롭기만 하다. 언제 쯤 나는 가정과 직장이 안정  될 것인가!


 어제 내쉬빌에 있는 맥길 박사님에게 상서하고, *갈런드 박사( 밴더빌트대학 초대 총장- 옮긴이)기념일에 쓰시도록 5불의 금화를 송금하다.


 (* 윤치호가 졸업한 테네시 주 내쉬빌의 밴더빌드 대학 초대 명예총장Landon Cabell Garland (1810. 3월21일–1895. 2월13일)-옮긴이)


아침 7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하다. 리이드 박사 댁에 있는 내 방에서 옷을 갈아입다. 8시 30분에 서울을 떠나다. 어제 밤에 내린 눈과 비가 오릿골 가는 길에 둑처럼 쌓였다. 오릿골 부터는 길이 좋아졌다. 오후 5시 경에 제물포에 닿다. 다이부쓰 호텔에 들다. 민영환씨와 그의 동생을 만나다. 그들 형제는 한 집에 살고 있다. 


 저녁 식사 후에 두 민씨 형제가 내 방에서 머리를 짧게 단발하다. 민씨 형제들은 제물포 신문에 난 사건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고, 필요 이상으로 조심성을 보인다.


3월 27일. 토요일. 비 내리고 추운 날씨.


 어제 오후에 수진 호텔로 옮겨가다. 조선 사람들이 갖는 산발적이고 우발적인 살림살이는, 일본인들이 사는 집 안에 들어서면 느끼는 세련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어서 볼때마다 고통스럽기만 하다. 


 제물포에는 조선사람이 운영하는  서민적이고  정갈한  여관이 없다. 창피한 일이다! 조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엔 통행로와 하수구가 맞붙어 있는 지저분한 길가에 오두막 집들이 다닥 다닥 붙어있다.


 다이부쓰 호텔에서 제물포 감리가 마련한 만찬에 초대 받다. 민영환씨가 대궐 안에서 일어난 낭비벽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언젠가 조선 사람 몇 명이 웨베르 부인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왕실 재산 관리인이 궁내부에 요청한 금액은 80불이었다는 것. 상감님의 작은 율미밥 한 그릇은30불, 산삼을 넣어 요리한 그럴싸한 구실이 붙은 기장 잡탕도 30불이나 한다. 


 몇 해 전에는 국상 기간에 어떤 항구의 주민들이 왕실 요리에 대기 위해서 작은 물고기를 구입한 일이있다. 그 생선을 대궐에 들어오게 하려고 700량(28불)의 샤례비가 나갔다. 그리고 소금 30짝을 관아의 사복시(司僕寺;수레와 말 따위를 관리하는 관아)나 궁내 담당자에게 보내려면 그중의 200짝이 ‘사롓조’로 사라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3월 28일. 주일. 좋은 날씨.


 김득련과 조반을 함께 들다. 그는 스타인이  러시아 황제 대관식 사절단 공금을 아주 부정하고 황당하게 착복을 했다며 놀라워한다. 예를 들어, 김득련이 사용한 것으로 되어있는 계산서 총액을 정확하게 기입하지 않는 다는 것. 


 사사건건이 만족한 결산이 나지 않는 것은, 스타인이 유흥비로 추측되는 비용 계산 조차 분명하게 하지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총 4만불에서 5천 불만 계산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Routhanfelt씨는 현재 일행을 따라가는 외국인 비서이다. 그는 스타인 보다는 좀 더 강직하고 사무적인 사람같아 보인다. 스타인은 지나치게 향락주의자 같았고. R씨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불어, 독일어, 중국어, 러시아어에도 능한 사람이다.


 사절단원은 아주  수입이 좋은 직업이다. 최근만 해도 민 공은 매달 700불의 봉급에다 상감께서 20,000불을  기밀비로 따로 주셨다. 민 공은 이럴 경우 자기자신을 관리하는 법을 잘 알고 있으며, 충분히 그럴만한 인물이다.


 선박 블라디미르 호가 순항을 시작하다. 러시아 기선인 이 배는 정오가 되자 제후에 닿았다. 민영환과 그의 동생 민영찬과 손희영 등은 2등 선실의 손님들이다. 기선은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제물포를 떠나다. 오후 내내 편안하게 순항하다.


3월 29일. 월요일. 비 내리다.


 오전 내내 순조로운 항해가 이어지다. 오늘 아침에 민 공이 내게 말하기를, 북경 관문 통과 여비는 민공의 개인 비용으로 지출된 것이라고 한다. 웨베르에게는,상감께서 웨베르 부인에게 주는 여행 선물로 8천 불이나  주셨다는 것이다.


 오후 1시에 제후에 닿다. 제물포에서 만난 듬직한 월터씨에게, 그리고 안즈 회사에서 온 두 명의 신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들은 민공을 만나러 와서 합류한 사람들이다. 곧장 비치 호텔로 들어가다. 오후 내내 비가 내리다.


3월 31일. 수요일. 환하고 맑은 날씨.


 제후(烟台)를 떠나 오후 4시 반에 S.S.해안(海晏)에 닿다. 민 공이 친절하게도 내 호텔 비용 500불을 내주고, 제후에서 샹하이로 돌아가는 비용 35.71 ¼불도 지불해주다. 예기치 못한 친절이었지만 아주 적절한 시기에 베푼 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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