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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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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비사>제7회-계관시인, 윤치호의 영문일기1897년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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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At the Spring of Vine; 선교의 열매들 by Yunice

 

2월 20일. 토요일. 아름답고 좋은 날씨.


 상감께서 오후 2시에 *정동의 새 궁전에 드시다. 정동으로  환궁하신 게 기쁘다. 하지만, 조정의 분위기가 개선되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자리를 옮겼다고 해서 본성이 변하진 않을 터이므로.


어여쁜 내 사랑에게서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는 편지를 받다.


*덕수궁


2월 22일. 월요일. 아름다운 날씨.


 집 고치는 일을 맡은 심 목수가 옛날 재목을 가지고 14칸 짜리 집을 고치기 시작하다. 이 집은 내가 정킨씨에게서 사들인 집인데 오늘 아침부터 공사에 들어가다. 허름한 옛날 집을 고쳐서 산뜻하고 아담한 작은 집을 지으려고 하는 내 열성적인 소망 위에다 게으르고 서투르고 다루기 힘든 하인들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 


1. 집 고치는 일을 하다보니 성질나게 만드는 일 천지다. 아둔하며 뻔뻔하고, 달팽이 같이 느려 터진 조선 하인이 있는가 하면, 헐렁한 바지가랭이를 질질 끌면서 긴 곰방대를 물고 일하는 일꾼들을 보면, 그 사람이 일하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은 육체노동으로 압력을 가하는 방법 외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몇 백년 간  해내려 온 방법으로, 야만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다루는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의논이나 친절은 통하지도 않는다.


2. 중국인 노동자 몇 사람이 독립문 건축을 맡아 일하고 있다. 중국인이 조선의 독립문을 짓는 데 참여한 노동자라는 간단한 사실이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세월의 변천이여!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영은문을 헐고 독립문을 건축하는데 중국노동자가 그 일을 하는 아이러니를 말한다- 역자주)  


3. 보수파가  항거하는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긴 도포 소매를 늘어뜨리고 다니는 유생들을 최근에 길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의  위세는 이제 별 볼일 없게 되었다.  고루한 선비 혹은 유생들의 떼거리들이 상감에게 상소를 올리는 제도나 습관을 되 살리고 싶어서 몰려다닌다. 그들은 사람들을 등쳐 먹는  비겁한 짓들을 일삼아 하고 옛날식 권리를 남용하는 터무니없는 짓을 다시 회복하고 싶어 소동을 부리고 다닌다.


4. 경찰과 군인들이 벌이는 병정놀이는 이제 구세대의 무분별과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2월 24일. 수요일. 좋은 날씨.


캔들러 박사님이 보내주신 편지를 받다.  밴드빌드 대학에 빚 진240.15불을 내가 전에 박사님에게 맡겨 놓은 금액에서 갚으셨다는 보고서이다. (윤치호가 에모리대학 졸업식 날에 헌금한 $200 과는 별도의 학자금이다-옮긴이)


이제 밴더빌드 대학에 빚진 것을 다 갚아서 후련하다.


 러시아의 군사훈련 장교들이 그들 산하에서 교육 받고 있는 조선  병사들을 두들겨 패고 발길질을 했다는 비난이 들리다. 


웨베르 공사에게 그 사건을 보고하자, 손을 내 저으며 아니라고 부인한다. 조선군대가 군 조직과 규율에 적응이 안된 상태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3월 16일. 화요일. 맑고, 춥고, 바람부는 날씨.


  관례 대로 오늘은 왕자의 생일로 지킨다. 큰 길가의 몇 점포들은 깃발을 올렸다. 


오후 1시에 입궐하다. 다섯시 반까지 기다리다, 전하께서 나를 알현하도록 부르신다. 전하와 왕자 두 분이 모두 자애로우시다. 전하께서, 왜 좀 더 일찍 알현하러 들어오지 않았느냐고 물으신다. 러시아 공사관에 계실 때 일을 말씀하신다. 전하께서는 내 아버님 안부를 물으신 다음에, 내가 불어를 얼마나 많이 익혔는가, 또 불어가 그렇게 좋더냐고 물으신다. 


서울 사람들은 이른바 러시아-일본 간의 비밀조약(로바노프 야마가다 조약-옮긴이 )에 대해 제각기 분분한 의견을 내며 흥분해 있다. 사람들은 일본이 당장에 일본 군대를 끌고 조선으로 건너와 불상한 조선 사람들 앞에  총을 들이밀 듯이 겁에 질려있다. 조선의 문제는 일본이나 러시아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조선정부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용익은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소문 난 악한이다. 그는 이윤용, 김홍륙, 한규설을 상대로 상소를 올린 또 다른 야비한 몇 몇 유학자들 때문에 현재 구금상태에 있다.


1주일 전에, 김홍륙은 정이품 직의 판서로 명예로운 진급을 했다.(!) 러시아의 한낱 통역관이 조선 조정의 판서 대열에 올랐으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고!


‘묘동집’이  내 처소를 다녀가다. 묘동집은 십 오륙년 전에 아버지의  소실 이었다. 아마 조선에서 몇 째 안가게  미인 축에 들 것이다. 지금 같이 사는 남편 박 주사의  취직을 내게 부탁하면서 나를 거의 끌어안을 듯이 가까이 닥아와서 하는 말이, 나를 사모하는 떳떳지 못한  연정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죽을 것만 같다고 한다.  사탄의 시험같은 충동과 내 신앙의 원칙 사이에 날카로운 갈등의 소리가 울린다.  묘동집이 아무리 내게 요구해 온다고 해도  이루어질 수없는 것은, 그 여자는 내 아버지의 첩이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 얼마나 고약한 유혹인가! 하느님, 이런 유혹을 이겨내도록 도와주소서. (저녁 9시 20분에 쓰다.)


3월 17일. 수요일. 좋은 날씨.


 오후 4시에 웨베르 부인을 방문하다. 그런 다음에 대궐에 들어가서 상감께 내가 샹하이에 다녀오고 싶다는 말씀과 그 일이 가능한지 여쭈어 보려고 하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공사청(公事廳) 안에서 기다리다. 이 좁은 궁궐 속엔 내시들과   무질서와 먼지로 들끓고 있다.

부속 건물들은 계획이나 질서와 상관 없이 어수선 하게 좁은 마당 위에 여기 저기 늘어서 있다. 옛날 대궐에서 부터 시끄럽게 굴던 측근의 추종자들이 새로 들어온 쓸모없는 자들과 어울려 시끄럽게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어떤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해놓으면, 그외의 더 많은 동료들이 그를 곤경에 빠뜨리던 옛날 악습이 여전하다. 어디를 가나 옛날의 낭비벽도 여전하다.


전하께서는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내가 저녁식사를 아직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시고, 내게 저녁상을 내주도록 하인을 불러 손수 이르셨다. 


전하께서는 내 아버님이 경기도 광주에 있는 지방국민병영 조직을 위해 군부대신 직을 맡아 줄 것인가 묻는 서찰을 보내라고 하셨다.  


상감께서는 군대가 정상 상태로 편성이 되면 그 연대를 정규군대로 통제하고 싶어하셨다.


상감께서는 또한 내 아버님이 군부 협판을 지내실 때, 그 당시 군부대신 이윤용과 의견이 맞지 않자 이윤용이 내 아버님을 사사건건이 훼방하고 밀어내려고 했다는 말씀도 하셨다. 이윤용은 내 아버님이 상감과 가깝게 지내신 것을 질시했던 것이다.


 어제 오후에, 전하께서는 대신들에게 훈시를 내리셨다. 즉, 대신들은 각자 자신의 의무를 충실하고 공평하게 실행하라고 하셨다. 따라서 상감이 일일이 간섭하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표상과 처벌의 권한까지 상감이 주관하지 않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부서는 조정에서 기존의 법률과 관례를 계통있게 조직화하고 개선하도록 임명하게 될 것이다.

 

3월. 20일. 토요일. 추운 날씨.


12시에 민영찬씨 집에 가서 그의 형 민영환과 함께 만찬을 들다. 그레잇하우스  영사와 제이손 박사(서재필 박사)와 고덴펠트씨도 참석하다. 러시아 성을 가진Rauthenfelt씨는 한 때 세관에 관련된 일을 했으나, 지금은 민영환의 외국인 비서 자격으로 유럽에  수행하려고 한다. 그의 영어는 완벽하다.불어는 말할 것도 없고.


법부 협판인 노재현을 방문하다. 그는 가톨릭 선교부와 개신교회 선교부에 양 다리를 걸치고 싶어한다. 억압받고 무질서한 이 땅을 보호하려는 수단의 하나로 생각하면서. 사실 그는 조선 관리들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강직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어느날 그가 말을 타고 가다가 떨어져서 위독하진 않지만 큰 상처를 입었다. 예기치 않던 그 날의 사고원인은, 어떤 침례교  선교사가 노방 설교하는 것을 들으려고 호기심에 차서 몰려든 군중들로 길이 꽉 막혀버렸기 때문이었다.


김가진을 만나다. 그는 말하기를, 상감께서 대신들과 신하 들에게 열정적으로 개혁을 유도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듯이 말씀하신다고 한다. 김가진의 생각엔 법부에 강력한 자문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자문관 중의 단 한사람이라도 일본의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


나는 전하의 칙령이나 전하가 제안하신  조정중신들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상감께서는 훌륭한  훈령과 수 많은 약속들을 지나간 30년 내내 해오셨기 때문이다.


조정에서 통용되는 법률이나 조정의 규범들, 특히 최근에 거론 되는 ‘개혁’ 등은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말할 수 없이 훌륭한 일이다. 조선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은 잘못 만든 법률이나 관습때문이 아니라 좋은 관습들을 잘못 관리하고 집행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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