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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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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관시인 윤치호의 영문일기1897년~1906년-<대한제국의 비사>제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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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주일. 답답하고 따분한 날씨. 샹하이


 12시 30분에 이학균을 방문하다. 그는 조선의 정세가 얼마나 희망이 없는가를 다음 사건으로 짐작해볼 수있게 해주었다.


1.이범진이 김홍륙과 사이가 나빠졌다고 한다. 김홍륙니 웨베르 공사에게 이범진을 얼마나 중상모략을 했는지, 웨베르가 그에게  사태가 해결이 될때까지 집에 돌아가 있으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이범진은 웨베르에게, 문 밖에 나가면 자기 목숨이 위태해지므로 제발 공사관에 머물러 있게 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고  한다. 불길은 당장에 일어나지 않았고  더 이상 결말이 나지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후에 이범진은 술이 취한 상태에서 주먹으로 식탁을 꽝 치며 웨베르에게 아주  사납게 대 들었다. 그러자 직원들이 그를 공사관 뒷문 밖으로 강제로 내쫓았다고 한다.


2. 김홍륙은 한 사람  당 1200엔을 받고 매관매직을 했다. 조정에서는 현장에서 현행범을 잡으려고 비밀  감시원을 법부에 보내어 그 매직관리를 체포했다. 김홍륙은그 사실을 전해듣고 그 영장이 발부되기 직전에 전하에게 달려가 새로 매관매직한 법관직을 요청했다. 물론 전하께서는 외부대신 말을 들어주셨다. 경무사가 그 범죄인을 처벌하지도 않게 해주셨다. 왜냐하면 왕의 권위가  그로인해 실추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3. 착하신 우리 전하께서는 서재필 박사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셨다. 왜냐하면 그 러시아 통역관들이 “독립신문”의 편집장이 어떤사람에게 200량(8센트)이나 되는 큰 돈을 받고 신문에 중상모략하는 글을 썼다고 왕족의 수장에게 일러받친 것이다!


4. 전하께서는 이미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금고 속에서 하사금을 물 쓰듯 허비하신다. 전하는 왕의  후궁인 엄비와 절친한 친구인 손탁  여사 에게 5,000엔을 하사하셨다. 열흘 내지 스무날이 못 가서 러시아인 경비원들이 바뀔 때마다, 전하께서는 수천 엔의 돈을 수병들에게 뿌리신다.


이학균의 말에 의하면, 궁내부에 5000명 남짓한 사람들이  각관서 마다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고 기식하고 있다고 한다. 틀림없는 원칙이란 말 뿐이다.


민씨 가문의 특별한 양반들이 달갑지 않은 직분을 받은 일에 대해서 이학균이 이야기하다. 

“최근까지도 중전께서는 내게 잡다한 열 가지 일을 하루에 다 시키십니다. 내가 그 열가지 임무를 모두 해드리면, 중전께서는 달가워하지를 않으십니다. 오히려 내가 세가지는 묵살해 버리고 일곱 가지만 해드리면  기뻐 하시고, 내게 더 친절하게 대해 주시더군요.”


 이학균의 정보가 모두사실이라면, 왕세자는 유년시절부터 왕비시해 직전까지, 왕실 부모와 같은 침실에서 보호를 받아왔다는 얘기가 된다.


왕자와 가깝게 지내는 키가 작은 한 중국인은 전하의 추천으로 세자를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야기의 첫 화두부터 단순하게 믿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이학균이 그 모든 이야기를  부풀려서 말할 이유도 없다. 다만 그가 왕비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특권층의 한 사람으로 왕실의 사생활을 엿볼 기회가 있었던 것뿐이다.

 

1월 12일. 화요일. 춥고 비내리는 날씨. 샹하이


 전에 내게 중국어를 가르치던 찌우 선생의 초대를 받고 오후 6시에 태화라는 중국식당에 갔다. 손님은 나까지 열 명이나 된다. 원탁에 둘러 앉아 열두 접시가 넘는 중국요리 정식이 나와서 모두들 즐겁게 들었다. 식당에 들어갈 때는 잔뜩 허기져 있었는데, 배가 잔뜩 부른 다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상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어떤 풋내기가 혼자 와서 중국요리를 먹었다면, 그 지저분한 식탁보에, 아편 피우는 냄새에, 버릇없이 구는 손님들이 침과 가래침 뱉어내는 소리에, 친절을 과시하고 싶은 친구들이 자기 입에 넣었던 젓가락으로 고기를 잘라 주는 친절도 베푼다. 이런 일들은 모두 비위를 상하게 할 것이 틀림없다.


 손님 중에 어떤 사람은 노래 부르는 소녀들을 그들의 일행 쪽으로 끌어들인다. 한 소녀가  걸어나오는데 그 뒤엔 하녀가  요강 주머니와 ‘물부리’를  들고 따라 들어 온다. 가수는 그 소녀를 부른 손님 뒤에 앉아서 몇 대의 담뱃대를 대주고, 노래로 그 손님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 노래 소리는 즐거움의 도를 넘어선 단음조의 새된 소리와 단조로운 울부짖음으로 중국인이 아닌 사람의 귀엔 하나도 즐겁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노래가 모두 끝나면, 소녀는 자리를 뜬다. 고통을 참아 낸 값으로 혹은 이야기를 들어준 값으로 300불을 벌어들인다.

 

1월 16일. 토요일. 춥지만 햇빛이 든 날씨. 샹하이


 몇 주일 째 구름과 비가 오락가락하다가 해가 반짝 나자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다.
어제 아캄보 씨에게 편지를 보내다.  

       

 

 

죤 번연의 <천로역정>에 나오는 꿈

 


“헬렌 머독”(Helen Murrdock)이란 책을 받았다. 샹하이에 있는 알리스 뮈르헤드 부인이 쓴 책이다. 작가는 내가 조선사람에 대한  민속자료들을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뚯에서 인사로 내게 선물한  책이다. 그 소설은 영어로 쓴 재미있는 이야기 책이다. 선교사의 부인만이 쓸 수있는 도덕적으로 수준이 높은 책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매력 있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그 작은 책이 평범하고 활기가 없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 아름다운 책에 험집을 내는 것은 바로 성경구절 인용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천로역정”이나 설교에서는 성경 구절이 중심이 되어 편안하게 들리지만, 소설 책 속에 시편이나 성경구절을 반복해 인용한다면 책의 신선도만 떨어지게 만든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1. 사람들은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서 이야기 책이나 소설 책을 읽지는 않는다. 그럴 거면 아예 성경만 읽는 편이 나을터이므로.


2. 잦은 인용구, 특히 성서나 셰익스피어 이야기는 거부감을 주기 십상이다.


3. 깨끗하고 하얀 셔츠는 굳이 비누질을 해서 비누의 은총으로 더 희게 만들어 줄 필요가  없다. 나는 말할 때나   글을 쓸 때에 성경구절을 하나도 인용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이 더 좋다. 대화나 행동 중에, 그리스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시편이나 영성이 깃든 노래를 상대방의 면전에 대고 떠들어대는 사람은 질색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거룩한 성경구절을 들어서 나를  훈계하는 사람보다는, 성경 구절을 한 마디도 인용하지 않았어도 그리스도의 영성이 깃든 책이라면 나를 더욱 선한 길로 인도해준다.


 울적한 저녁나절이다.  맥타이어 홈의 기도 모임시간이 은혜로웠다. 서울에 있는 스크랜튼 박사님에게서 편지를 받다.

 

1월 18일. 월요일. 맵게 추우면서도 맑은 날씨. 샹하이


 헨드리 씨 집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다. 그는 지금  중앙 교회를 맡고 있다. 그의 부인은  아주 냉정해 보이고 매력도 없어 보인다.


 사랑하는 아내와 오후 보통 때처럼 내내 함께 지내다.


저녁 7시. 내가 맥타이어 홈에 돌아 갔을 때 응접실에서 만난 사람이 누구였겠는가?  아니,  콜리어 선생과 그의 부인이 방금 도착한 게 아닌가! 그곳에서 만찬을 함께 하다. 콜리어 선생과 부부와 그들의 갓난 아기가 샹하이에서 SS 센다이 마루를 타고 제물포를 향해 떠날 모양이다. 그 식구들이 조선에서 모든 역경을 잘 이겨낼 만큼  체력이 튼튼하지 않을 것같아 걱정이 된다.

 

1월 20일. 수요일. 춥고 음산한 날씨. 샹하이


 지난 이 삼일 동안 매우 추웠다. 오후에 다시 음울하고  침침하게 어두운 하늘빛.


사랑하는 아내는 오늘 오후에 유난히 창백하고 지쳐 보인다. 불쌍한 여인! 아이들이 엄마를 많이 걱정 해준다. 내 방으로 돌아오자 슬픔이 북바치고 울적해졌다.


나는 며칠 동안 이곳을 다시 떠나 있어야 하고, 아름다운 내 아내와 한 번 더 결별해야만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헤어져 있게 될런지는 나도 모른다. 나는 지금 결혼생활의 즐거움은 커녕 결혼생활의 시련만 겪고 있는 것이다. 


아, 하늘은 어둡기만 하구나!


오늘 아침에 이학균씨로부터 100불을 빌리다.

 

1월 21일. 목요일. 춥고 구름 낀 날씨. 샹하이


 암울한 하루가 별이 총총한 밤에 저물어가고 있다.  


영 알렌 박사와 저녁 7시 30분 부터 9시까지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다. 그가 이야기한 것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정직하지 못한 행위, 다시 말해서, 거짓말은 중국에서 모든 정치와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예를 들어, Footchow(福州)와 북경 사이에 철도사업만 해도 그렇다. 중국 사업가 들은 그들에게 외국인들에게서 몇 백만 불을 투자 받은 것처럼 말해놓고는 사업인가를 받아내는 속임수를 쓴다. 그리고는 똑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외국인에게 돌아가며 사기를 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몇 백만 개의 헛소리들을 줏어 모았지만, 실제로 실현된 것은1전 어치도  없다. 


2. 중국이 약해지기를 바라는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위대한 제국은 반 쪽이 난다해도 상업이나 선교 문제는 해결 되지 않을 것이다.


3. “특별한  권리를 누리는 국가에 관한 조항”은, 중국이나 조선이 어디서나 물건을 살 수있는 권리를 잃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못 풀이해 놓은 조항을 가지고는 중국정부가 어떤 외국인 상사와도 거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중국이 어떤 사업을 선호하던지 중국은 한 국가만 상대하게 되는 것이며, 따라서 모든 다른 나라에도 적응해야만 할 것이다.


 내가 맥타이르 홈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반짝이는 별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빅타 휴고가 별들에게 들려 준 아름다운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느님이 태양을 창조하신 그 자리에 우리 별들도 차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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