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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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맥켄지를 모르시나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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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려 낸 페기스 코브 등대의 추억들

(지난 호에 이어)


그 동판은 윌리엄 존 맥켄지 선교사가 머나 먼 조선의 황해도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된 3년 뒤에, 캐나다선교회가 정식으로 파견한 트리오 선교사와 그 뒤를 따른 많은 선교사들을 기리고 있었다. 

 

 

 
1895년, 로버트 머레이가 해외선교사 파송에 미온적이던 장로교 '위트니스'지에 
맥켄지 선교사의 부고기사를 내면서 후임자를 조선에 보내자고 제안했다. 이때 파인힐 신학생이던 롭이 제안에 호응하는 긴 호소문을 교지에 올렸다. 

 

 그러자 캐나다교회 여전도회가 3명의 선교사를 책임질테니 선교사를 보내라고 촉구한다. 맥켄지의 후배들(Robert Grierson, William Rufus Foote, 고향 친구인 Duncan McRae)이 1898년 2월 캐나다를 떠나 그해 9월 제물포 항구에 도착했다. 그때 세브란스 병원의 에비슨 박사가 이들을 맞았다. 
 

곧 이어 맥켄지의 약혼녀로 알려진 루이스 맥컬리와 엘리자벳 맥컬리 두 자매가 
조선을 향해 달려간다. 엘리자벳은 맥켄지의 생애를 그린 <한 알의 밀알> 저자이며, 한국 최초의 여선교사이다. 격렬한 삶의 이야기를 조용한 서사시처럼 썼다는 평을 받는다.

 

 조선을 향한 소명에 불타며 파인힐 신학교를 졸업한 맥켄지는, 댈하우지대학에서 의대 과정도 마쳤다. 그는 서상륜, 서경조 형제가 세운 소래교회를 거점으로 복음 전파와 병든 이웃을 치료하면서도 자신의 병을 치료하진 못한 듯하다.
 "어머니,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너무 아픕니다. 어머니…" 
맥켄지는 어머니와 에비슨 박사에게 마지막 유서를 남기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의 차가운 주검 옆에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은 그에게 세례를 받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의 곁을 지킨 소년 서병호였다. 맥켄지의 머리맡에는 그의 분신 같은 성경책과 고향에서부터 들고 온 세인트 조지 깃발이 놓여있었다.

 

 

   
   3. 페기스 코브(Peggy's Cove) 등대

 우리는 핼리팩스에서 남서쪽으로 페기스코브(Peggy's Cove) 등대를 향해 차를 달렸다. 거북이등처럼 이리저리 갈라진 널따란 만년바위 위에 꿈에서나 보일 듯한 붉은 캡을 쓴 하얀 등대가 우뚝 서 있다. 

 

 그 옆엔 푸른 바다를 등지고 스코틀랜드의 짧은 타탄 바지에 검은 베레모를 쓴 백파이퍼의 구슬픈 음률이 흐른다. 그가 입은 타탄과 내가 입고 있는 조끼가 똑 같은 맥켄지 가문의 문양이라서 더 반가워 사진도 함께 찍었다.

 

 


 밤바다를 지키는 등대의 모습을 다시 보고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옛마을 린넨버그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해가 설핏해서 떠났는데, 페기스코브에 이르기도 전에 날이 어두워졌다. 가로등도 없는 외길을 남편의 운전솜씨만 믿으며 거북바위에 이르렀다. 깜깜한 밤바다를 사방으로 비추는 등대의 붉은 빛 줄기는 환상적이었다.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는데, 찬바람에 손이 얼고 카메라도 얼어붙은 듯 작동이 안 된다.

 

 무조건 연속해서 셔터를 누르고 간신히 호텔로 돌아와 카메라를 열어보니 화면마다 붉은 점과 하얀 점들만 찍혀있다. ‘잘 모시고' 다니다가 토론토에 돌아와 컴퓨터로 열었는데 모두 깜깜이다. 그래도 피카사 웹의 '휴지통trash'에 버리긴 아까워서 'I am feeling lucky'를 눌렀더니, 정말 운 좋게도 칸딘스키의 기하학적인 그림이 되어 모두 되살아난 것!

 
회생한 페기스 코브의 등대

 낮엔 못 보던 초월자의 실체를 깜깜한 밤을 지나 비로소 만난 기쁨! 우리의 삶은 어디서나 살아계신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진리를 증거하는 일이므로, 눈에 보이는 사건만 보고 귀한 실존의 가치를 놓칠뻔한 잘못을 일깨워준 사건이어서 더욱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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