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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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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묵시의 땅 터키와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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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랏 산의 신비스런 산정의 눈이 녹지 않는 곳에 ‘노아의 방주’가 빙하에 묻혀 있는 곳, 성서의 천지창조 이야기와 비슷한 길가메쉬(Gilgamesh)의 서사시가 흐르는 곳! 

 무엇보다 사도요한의 묵시록에 나오는 ‘아시아의 일곱 교회’와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가 말년을 보낸 집, 사도바울의 생가인 닷소가 있는 묵시의 땅, 터키와 그리스에 온 것이다. 신약성서 마지막 장인 묵시록 The Apocalypse of St. John 은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던 도미티아누스(81-96년) 치세 말기에 사도 요한이 쓴 책이다. 

 아시아의 일곱 교회 가운데 에베소 교회는 사도 요한이 묵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를 주교로서 감독하던 그의 활동의 중심지였다. 에베소 항구는 밧모섬에서 오는 소식통 역할을 했고, 일곱 교회가 모두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통로였다. 에베소 항구에서 양 옆으로 높은 대리석 주랑이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대리석 길을 따라 5백 미터 가량 지나면 에베소 원형극장이 나오고, 극장 오른편엔 대규모의 시

 

 

장터와 아고라가 있다. 그 동북편에 로마시대 가장 큰 도서관이었던 웅장한 셀수스 도서관의 이층 돌기둥들만 아직도 그리스 철학의 산실임을 자랑하는 듯 힘 있게 버티고 서있다. 

사도요한은 예수님의 십자가 상의 마지막 부탁대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에베소에 와서 에베소 교회 및 소아시아의 여러 교회들을 감독하고 지도하면서 주교로 활동한다. 그 후에 바트모스 섬으로 유배되어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동굴에서 지내며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종말론적인 환상을 본다. 

그는 그가 받은 묵시와 상징적인 환상들로 가득 찬 편지들을 아시아의 일곱 교회에 보낸다. 1세기 말에 교회에 대한 핍박이 극심해지고 교회가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그들이 낙망하지 않게 격려하며, 소망을 주고,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는 죽음과도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편지다. 

그런 한편, 그리스도인들이 처음 사랑을 잃지 않도록 교회 형편에 따라 칭찬과 꾸지람이 따랐다. 지금은 웅장한 기둥들과 빈 터만 남아 있지만 비잔틴 시대의 유스티니안 황제가 요한에게 봉헌한 큰 교회의 본당 터에 사도 요한의 돌무덤이 있다. 

무덤 표지판 앞엔 누군가 방금 갖다 놓은 듯, 아니면 돌 틈을 뚫고 피어난 듯 한 구기자꽃 덤불 위에 보랏빛 들국화 한송이가 놓여 있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에베소 교회터에서 가까운 야외음악당 돌담 옆에 ‘여름이 가까이 온 줄을 알려 주는 잎이 돋기 시작한 무화과나무(마태복음 3:23)’ 한 그루가 서있는 모습이었다. 그 무화과나무는 왠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풀기 없는 아이 같다. 무화과 잎은 아담과 이브가 

 

부끄러운 죄의식을 알기 시작할 때의 장식품이었고, 예수님이 허기진 제자들과 무화과 열매를 따서 드시려고 했으나 열매가 없음을 보고 탓하며 저주까지 한 구박덩이였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여리면서도 싱그러운 이 무화과나무는 사도요한이 계시하는 일곱 등경의 모습처럼 당당하게 서있다. 

무화과나무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나무이다. 열매를 과일로 먹기도 하지만, 말려서 저장식품으로도 쓰기에 축복받은 일곱 나무에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일곱 촛대의 비밀을 간직하고 ‘인자가 문 앞에 가까이 온 줄을 아는’ 지혜를 뿜어내는 듯, 그동안의 누명을 벗으려는 듯, 일곱 촛대 같은 일곱 개의 푸른가지를 맘껏 펼쳐 보이고 있다. 

에베소의 모든 나무들과 꽃, 심지어 고목 위에 자라는 싹마저 사도 요한이 에베소교회에 보내는 권고와 위로의 편지에 “나는 승리하는 자들에게 하느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게 하겠다(묵시록 2:7)”고 한 그 생명의 나무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서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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