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인 1980년대 중반에 김치맨은 만1년동안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랑생활을 했다. 그때 보고 겪었던 일들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들 중의 하나는 드라이브-스루 은행창구 (Drive-Thru Banking)이다. 차를 몰아 은행 건물 옆에 난 창문 앞에 정차하면 은행원이 창문을 열고 은행업무를 처리해주었다. 그 당시까지는 캐나다에선 찾아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서비스 였다. 지금은 은행원(Bank Teller) 대신 ATM 기계들이 설치돼있는 Drive-Thru Bank들이 많다. 

 드라이브-스루(Drive-Thru)는 고객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상품구매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참으로 편리하고 획기적인 서비스이다. 참을성이 매우 약하고 급한 성미의 김치맨이다. 얼마 전에는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창구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는 주문도 안 하고 옆으로 빠져 나온 적이 있다. 저 맨 앞 차의 운전사는 무얼 그리 많이 주문하는지? ‘그리 많이 사려면 아예 식당 안으로 들어갈 거지! 저 녀석은 드라이브-스루 에티켓도 모르는 무뢰배! 이기주의자이군! 나는 커피 한잔 얼른 사고는 바쁜 길 가야만 하는데 말야! ’

김치맨은 속으로 투덜댔다. 어쩌다가 한번씩은 기다랗게 늘어 서 있는 차들을 보구선 일찌감치 차를  유턴해버린다. ‘그까짓 커피 한잔 얻어 마시자구 내 소중한 시간과 개스를 낭비할 수는 없지!’ 하며 차안에 있는 물병을 손에 쥔다. 

 예전에는 도넛-커피점에 가서 커피 한잔 사 마시려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 점포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카운터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에 비하면 내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서 편안하게 앉아서 주문하고 돈을 지불하고 음식과 음료수를 건네 받는 드라이브-스루다. 우리 동네의 팀호튼에서는 지난 여름에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재단장을 하면서 드라이브- 스루의 차선/진입로(Lane)를 2개로 만들고 주문대를 2군데로 늘렸다.

그리고 팀호튼의 커피매상을 빼앗아 가려고 McCafe Coffee를 출시하며 안간힘 쓰고 있는 맥도날드에서는 드라이브-스루 창구를 2개 설치하여 좀 더 빠른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 즉 첫번째 창구 (Window)에서는 주문한 음식과 음료의 금액을 지불하고 두번째 창구에서 음료를 받아가는 형식이다. 

 패스트-푸드 음식점(Fast Food Restaurant) 들의 드라이브-스루 서비스의 평균 소요 시간을 조사한QSR  Magazine 통계에 의하면 맥도날드에서는 평균 3분10초쯤이 걸린다 했다. http://www.qsrmagazine.com 맥도날드에서는 1분30초를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시계를 들여다 보거나 스탑웟치 (Stopwatch) 또는 타이머(Timer) 로서 시간을 재는 건 아니다. 다만 늘어서 있는 차량들의 행렬이 앞으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수록 짜증이 나고 불만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그 주문에서부터 음식을 받아 그 음식점을 떠나는 순간까지의 소요시간이 똑같다 하더라도 드라이브-스루 주문대가 2개이거나 창구가 2개일 적에는 심리적인 타이머로는 별로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몸 또는 차를 움직이는 동안에는 시간의 흐름에 둔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식당들과 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들에서도 드라이브-스루 시스템을 도입해서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라스베이가스에는 드라이브-스루 결혼예식장(Drive Thru Wedding Chapel)이 수십 개나 있다. LAS VEGAS 5 MINUTE DRIVE THRU WEDDING, NEVADA USA http://youtu.be/QyBCt-L6E_Y  또한 얼마 전에는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장이 언론들에 소개됐다. Drive-Thru Funeral Home  http://youtu.be/URhjzB6bIVY

 그나저나! 사람이 걸어만 다니다가 말을 타고 다니게 되면 말고삐를 잡고 끌어줄 마부가 있게 되기를 바란다 했다(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 무척이나 편리한 드라이브-스루인데도 사람들은 좀 더 편하게, 좀 더 빠른 서브를 받기 원한다. 

 커피와 햄버거 가게들에서만 드라이브-스루 창구로 돈 벌라는 법은 없다. Ingersoll 소재의 Bridge Variety는 건물 벽에 창구를 만들어 Drive-Thru Convenience 형태의 편의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여러 해 전에 들은 바 있다. https://goo.gl/maps/BYcGJ  

 편의점들의 매상이 크게 줄어들었고 팔리는 품목이 담배와 복권뿐인 실정이다. 주변에 경쟁가게들이 많고 무언가 남다르고 획기적인 서비스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자 고심하는 가게들 중 혹시 드라이브-스루 창구를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된다면 드라이브-스루 편의점으로의 변신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네 편의점들에서의 Drive-Thru Convenience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그저 꿈 같은 김치맨의 엉뚱한 발상일까? 
 
 
 
장갑차를 몰고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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