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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장애인공동체 기획시리즈-비 장애아라 여겼던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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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헬렌(가족)

 

 

 저는 저스틴의 엄마입니다. 저희는 1982년 캐나다에 정착한 후 늘 바쁘게 살았습니다, 저스틴은 캐나다에서 출생했고, 말하기, 걷기 등 기초적인 발육에 별로 문제가 없이 정상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6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혼자 생활했고 지금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았어요. 화를 내거나, 지금처럼 쓸데없는 말이나 손짓으로 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않았고, 고개를 까딱거리지도 않았어요. 부모한테 완전히 순종하는 정말 천사 같은 아이였습니다.

 

3년 전 DNA 검사를 통해 병명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저스틴이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줄 알고 저스틴을 많이 혼내고 판단하는 등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유를 모르니까 서로에게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저스틴의 비정상적인 행동들이 병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저 자신이 그 아이를 판단하지 않고 가엽게 여기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3년 전에 저스틴은 전 세계에 500건 밖에 없는 희소병인 Alexander Disease로 진단받았습니다. 그 병은 유전하고도 별로 상관이 없이 뇌 신경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발생하는 병으로 아직은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안타까운 병입니다. 엄마로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부모의 욕심이 그 아이를 더 힘들게 만든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를 French Immersion course(불어 사용학교)에 넣었던 것이 그 아이의 상태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가 불어를 전혀 모르면서 불어로 교육하는 학교에 넣었던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아들의 행동은 정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상 상태도 감지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건강 상태도 매우 양호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스틴은 모든 것을 혼자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TTC(토론토대중교통)를 혼자 타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었고 모든 것을 별 도움 없이 혼자 했기에 더더욱 장애가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저스틴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는 이사를 하면서 일반 영어를 사용하는 학교로 전학했습니다. 그 후에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약간의 경고성 조언이 있기는 했지만, 그 아이가 영어권에서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고 이제껏 모든 것을 불어로 수업을 들었기에 좀 늦나 보다 했지요.

 

그 후 일단 정기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본인의 희망이 요리사가 되겠다고 해서 George Brown college의 Culinary Course(요리사 코스)에 입학시켰어요. 하지만 고등학교와 다르게 대학은 일단 본인이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전혀 못 따라가서 중퇴했습니다.

 

이후 Seneca College의 늦깎이 학생을 위한 program 등등을 전전하며 오로지 우리의 목표는 저스틴을 전문대학이라도 졸업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저스틴의 의견이나 생각보다는 저스틴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가족의 기대와 고집이 그 아이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성당에서 미사 중에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이 저스틴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때 저에게 깨달음이 왔어요.

 

아, 하느님께서 저스틴을 쓰셔서 나를 구원하시려는구나. 또 저스틴이 엄마를 구원하기 위해서 스스로 엄마 대신 엄마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겠다고 동의를 했다는 생각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 후 숲을 바라보며 전에 피정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쭉쭉 뻗은 큰 나무는 집 짓는 사람 등 목재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고, 구부러진 정원의 작은 나무, 또는 이름 모를 잡초와 어우러진 꽃들이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는 말. 내 아이가 바로 정원에 심어진 작은 나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미떼가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모습에서 힘센 개미가 음식을 끌고 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빙빙 돌기만 하고 어떤 것은 움직이지 않고 그냥 있었지만 누가 잘나고 못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조화롭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아마 하느님께서 우리를 내려다보신다면 그냥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실 것 같습니다.

 

이 깨달음은 내 아들 저스틴! 우리와 함께 살아있다는 저스틴이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저스틴에게 여러 번 엄마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미안하다 했습니다. 용서도 청했습니다. 그때마다 그 아이는 엄마를 용서한다고 했어요.

 

그 후부터는 보이는 많은 것들이 그 존재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고, 제가 울보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을 아주 많이 흘렸습니다.

그 전에는 다른 아이는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등등 늘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고 판단하며 감사할 줄 모르고, 저스틴에게 상처를 많이 주는 엄마였지요.

 

항상 위만 쳐다보면서 현재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시키는 바보 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산의 정상만을 향해서 질주하다 보니 옆에 있는 가족이나 내게 주어진 너무나도 소중한 오늘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제 생활을 고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자주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려 함의 반복은 어쩔 수 없어요. 그렇지만 사랑하는 내 아들을 위해 나도 같이 일어나야 하니까요.

 

성인장애인공동체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재능과 시간을 기부하고 서로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저스틴의 장애를 통해서 제 눈이 뜨이고 삶을 바꾸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8월 장애인 캠프에서 저스틴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저스틴을 위로해주고 함께해 주었고, 저스틴 자신도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저도 완전한 나의 모든 시간을 그 아이와 같이한 시간이 정말로 저와 저스틴에게 값진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몸도 건강하시지 않은 회장님 부부도 병원에 오셔서 위로해 주시고, 회계 이사님 그리고 천사 밀알 친구들의 기도, 처음 사고 당시에 옆에서 응급 조치해주신 박정애 한의사님과 간호사 자매님, 그 외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보호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고통은 피하고 싶고 불편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는 신비함이 있더군요.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잘은 모르겠지만, 그것을 통해서 한 단계 성숙하게 하는 은총도 있다는 경험을 맛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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