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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퓨타로 가는 길
bonghochoi
2020-10-31
이따금 네 생각이
마른번개 칠 때가 있다.
나이어린 봄이 유리창에 서리로 낄 때,
덤불속에서 여름이 해초로 흐느적거릴 때,
숯불 같은 가을이 내 가슴으로 활활 옮겨 붙을 때,
쇠잔한 겨울 햇살이 솜이불 뒤집어쓰고 누울 때,
번개 치는 네 생각은,
손발이 시린 낮달로 뜬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가등을 밝힌다.
머리 빠진 틀니로 고드름을 잘근잘근 씹는다.
엉덩이가 무거운 하루가 산등성이로 눕는다.
커피 잔에서 뜨거운 눈물 꽃으로 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슴에서 대못을 뽑아
네 이름의 받침부터 하나씩 파 내어버리고
새털처럼 가벼워진 바위를 들어올려
천공의 성 라퓨타로 가는 길을 만든다.
* 천공의 성 라퓨타 : 인간이 가진 하늘에 대한 동경의 세계라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 공중도시로 가기 위한 인간들의 꿈 또한 다양하고 많다. (202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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