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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과 틈 사이에서
bonghochoi

 

이리가도 2m

저리가도 2m

사이사이를 태양이 촘촘하게 꿰매고 있었다.

더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 접근할 수도 없다.

버티던 땀방울이 낙과처럼 떨어졌다.

이따금,

생수 같은 바람이 한 모금씩 이마를 적시고.

소녀의 스카프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풀렸다.

핑크색이다. 낡아빠진 도시마다

쿨럭이는 희망을 생중계하고 있는 TV화면 속

흑백의 무릎과 무릎 사이에서

럭비공처럼 튀어나온 돼지새끼 한 마리,

고무풍선으로 날리고 있었다.

 

*

 

햇살의 허리가 뉘엿뉘엿 꺾이자 어디선가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별빛으로 반짝이고

지워졌던 얼굴들이 하나 둘씩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기억의 몸 구석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고국의 하늘이 설익은 수박처럼

쩍! 쩍! 갈라져버린 거리마다 낯선

인간들이 몸 밖으로 벗어 던지고 있는 비말이

마스크로 파도치고 있는

지구도 2m 거리 안에 갇혀버렸다. 그

틈과 틈 사이에서 ∞로 벌어진 너와 나의 미래는

한 치의 틈도 밝아오지 않았다.

 

(20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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