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8 전체: 76,069 )
틈과 틈 사이에서
bonghochoi
2020-06-11
이리가도 2m
저리가도 2m
사이사이를 태양이 촘촘하게 꿰매고 있었다.
더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 접근할 수도 없다.
버티던 땀방울이 낙과처럼 떨어졌다.
이따금,
생수 같은 바람이 한 모금씩 이마를 적시고.
소녀의 스카프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풀렸다.
핑크색이다. 낡아빠진 도시마다
쿨럭이는 희망을 생중계하고 있는 TV화면 속
흑백의 무릎과 무릎 사이에서
럭비공처럼 튀어나온 돼지새끼 한 마리,
고무풍선으로 날리고 있었다.
*
햇살의 허리가 뉘엿뉘엿 꺾이자 어디선가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별빛으로 반짝이고
지워졌던 얼굴들이 하나 둘씩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기억의 몸 구석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고국의 하늘이 설익은 수박처럼
쩍! 쩍! 갈라져버린 거리마다 낯선
인간들이 몸 밖으로 벗어 던지고 있는 비말이
마스크로 파도치고 있는
지구도 2m 거리 안에 갇혀버렸다. 그
틈과 틈 사이에서 ∞로 벌어진 너와 나의 미래는
한 치의 틈도 밝아오지 않았다.
(2020.6.9)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