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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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파크 <김치랜드>의 꿈
Hwanghyunsoo

 

 토론토에 온지 4년쯤 지나, ‘내가 이곳에 가게 하러 왔나? 삭막하고 지루한 삶을 한번 바꿔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관광농원이다. 한 시간만 나가면 아름다운 풍경과 기가 막힌 자연환경이 있는데, 이것을 잘 활용하면 자그마한 테마파크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내가 벤치마킹한 것은 <상수 허브랜드>다. 충북 청원에 3만여 평의 부지에 세계 허브 1천여 종을 가꾸는 곳으로 전시와 재배를 하는 허브 천국 테마파크다. 허브 체험 공방에서는 천연 향초, 허브 포푸리(potpourri), 허브 비누를 만들고 허브 레스토랑에서는 허브 싹과 식용 꽃잎으로 만든 꽃밥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허브로 만든 다양한 허브차를 판매한다. 일 년에 한 번 허브축제를 열어 각종 공연과 강연, 먹거리 행사를 펼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뿅’ 간 건 “5월이면 세레나데 콘서트가 열리는데, 허브 향기를 맡으며 연인,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즐기는 음악회. 어둠 속의 허브 향기가 밤공기를 타고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은 행복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 콘서트. “기타, 바이올린 이중주, 카운터 테너의 음색이 어울리는 콘서트”라는 카피는 내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그래 이거야!’하며 테마파크 사업을 꿈꾼다.

 

 그런데 이곳에서 허브를 키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겠다. 5월에도 눈이 오는데 허브 재배는 온실이 아니면 할 수 없고, 따라서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김치랜드>다.
 


 ▲<김치랜드>의 심볼과 로고타입

 

 <김치 랜드>의 사업 내용은 김치 박물관 운영, 한국 전통 테마 카페, 주말 이벤트, 허브 온실과 도요 운영 등으로 구상했다. 대지 확보가 우선이라 생각되어 이곳 저곳을 알아봤다. 강신봉 대표의 김치캐나다 농장, 이승우의 우주 농장, 킹 시티의 박철민 농장, 미시사가 펠리시안 수녀원, 베리 북쪽의 농장, 무스코카 농장 등을 가 보았다.

 

그리고 토론토를 중심으로 1시간 거리의 동쪽, 북쪽, 서쪽을 시간 날 때마다 다니며 장소를 물색했다. 하이웨이 401, 404, 407, 427 등 고속도로를 벗어나더라도 10분 정도 거리를 중점으로 알아봤다.

 

한국에 가서는 춘천 남이섬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마침 남이섬을 특수 관광지로 개발하는 때였는데, 운영실무책임자가 선배여서 여러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 중구 필동의 한국의 집, 인사동 <풀무원 김치박물관>, 덕수궁 유물 박물관, 천리포 수목원 등을 방문해 자료를 모았다.

 

사업을 구체화시키며 ‘김치’라는 아이템에 점차 확신을 가지면서 우선 김치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사업 기획서를 만들었다. 1. 사업명 2. 사업 내용 3. 세부 사업 계획 4. 추진 일정 5. 초기 사업 투자 금액 6. 2차 투자 소용 금액 7. 투자 구성 8. 수익 분석 9. 연도별 사업 분석 10. 소구 대상 및 전개 11. 홍보 등이다.

 

기획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치박물관은 다목적 이벤트 홀의 디자인 콘셉트로 <노아의 방주>의 모양을 응용해서 설계한다. <노아의 방주> 배를 콘셉트로 하는 박물관을 만들면 신선한 충격과 언론의 관심을 받을 것이고, 하느님이 특별히 선택한 자들에게 기회를 주었듯이 ‘선택된 자들만이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다’는 이미지 전략으로 홍보할 계획이었다.

 

‘노아의 방주’의 각종 자료 및 사진을 토대로 기본 설계를 구상했다. 김치박물관과 다목적 이벤트 홀(2백 석 규모), 노래방 3개 홀이 들어설 계획이다. 예상 면적과 (가상) 설계 단면도가 완성됐다. 건축 기본 테마와 디자인 개요, 부지 조건, 건물 외장, 외부 환경 계획, 구조 계획, 설비 계획 등을 검토했다.
 

 ▲ ‘노아의 방주’를 주제로 한 설계 스케치

 

여기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고 문제는 투자금이다. 그래서 일단 대지는 내가 먼저 사고 투자자를 유치하려 했다. “이 땅에 김치랜드가 들어섭니다” 해야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는 대주주 3명, 소액 투자자 10명 정도다. 대주주는 자본만 투자하고 근무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고, 소액 투자자들은 어차피 테마파크를 운영하려면 인력이 필요하니까 열 명 정도 같이 일도 하고 조금씩 투자해 소속감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07년에 기획서가 완성됐기에 아내에게 “집 팔고, 가게 팔아 땅 사자…” 했더니, 기획서에 맞춤법이 몇군데 틀렸다고 지적하며,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제발 가게 청소나 제대로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나의 꿈은 중력을 이기지 못한 비누방울처럼 깨져 버렸고 기획서는 책장 속 한 구석에 처박히게 된다.


사실 말은 안했지만, <김치랜드> 테마파크 기획서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자문을 의뢰한 선배로부터 부정적인 답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남이섬을 지금의 궤도에 올려놓은 선배다. “이 사업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별 고민 없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전 재산을 날리는 것은 물론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껏 들떠 있는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지만, 냉혹한 현실을 하나하나 집요하게 들이대며 걱정을 했다.
 

▲네델란드 요한 휘버(Johan Huibers)의 실물 크기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돌려, 내가 벤치마킹한 <상수 허브랜드>다. 중국 관광객들까지 몰리는 특수까지 겹쳐 연간 100만 명을 유치하던 그곳은 2009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와 전국에서 발생한 신종 플루인 구제역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갑자기 떨어지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급료와 퇴직금이 지체돼 악덕 기업으로 몰리며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회생 불능’이라는 경고를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0억 원을 신규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모 기업이 약속을 파기하며 경영은 더욱 어려워진다.

 

선배가 한 말이다. “풀밭에서 허브 키우고, 나무 그늘에서 삼림욕하며, 아침마다 새소리에 눈을 뜨는 낭만적인 꿈을 꾸고 있겠지만,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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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iman
kimchiman
황현수선생! 이곳에 계획된 새로운 코리아타운! '뉴서울' 건설을 제안하는 김치맨입니다. 황선생의 꿈! '김치랜드' 를 뉴서울에 건설하는 꿈을 함께 꾸기를 원합니다. 연락주시고! 또 김치맨이 개설한 오픈채팅방 '뉴서울 New Seoul' 에 가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치맨 905 870 0147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