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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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살만한 고국인데…
Hwanghyunsoo

 

▲군산 선유도

 

 

 

 오랜만에 고국의 품에 흠뻑 젖다 왔다. 10여일 간은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숙소 근처 광명시 도덕산엘 올라갔다. 철산역에서 도덕산 정상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데 산행 후 사우나는 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이번 방문에서는 군산 선유도와 여수, 고흥군 거금도, 부산을 여행했다. 선유도와 거금도는 최근에 육지와 연결되는 다리가 놓여 차편만 있으면 서울에서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도 있다. 


 선유도와 여수, 거금도를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선유도를 10분이면 건널 수 있어서 짧은 시간에 숨어있던 비경을 차로 샅샅이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은 맛집 투어를 빼 놓을 수 없다. 거금도 입구 녹동항에서 먹은 장어탕과 여수에서 먹은 삼치회가 별미였다. 삼치회를 묵은지에 싸서 마늘 한쪽을 얹어 간장 양념장을 찍어 입안에 털어 넣으면 먼 길 간 보람을 느낀다. 아침에 여수 시청 앞에서 먹은 복지리탕은 숙취 해장용으로는 당연 으뜸이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순천의 전통 시장에서 먹은 내장탕은 돼지 부속으로 만든 국밥이었다. 맑은 국물에 다진 고추와 들깨가루로 비린내를 잡아서인지 자칫하면 느끼할 탕이 신기하게 깔끔했다. 


숙소 근처 철산 로데오 거리에도 싸고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 홍어탕, 명태찜, 김치찌개, 물회, 도다리세꼬시, 뽈락해장국, 빈대떡, 삼계탕, 아구찜, 함흥냉면, 인절미 팥빙수, 찹쌀꽈배기, 백다방 아메리카노, 씨앗호떡, 포장마차 토스트 등 토론토에선 쉽게 맛 볼 수 없는 것들이 즐비했다. 


 2주 뒤, 부산 여행은 오후 5시경에 수서역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 뒤 부산역에 도착했다. 다음날 시내투어버스를 타고 관광을 했는데, 네 개 라인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둘러 볼 수 있도록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관광버스다. 


원하는 곳에 내려 관광 후 1시간 뒤에 내린 장소에서 버스를 다시 탈 수 있다. 1.레드라인(부산역↔해운대)/부산역에서 출발하여 해운대등 총 14개 정류장을 운행하며 부산의 명물인 부산항대교, 광안대교를 지난다. 2.그린라인(용호만↔오륙도) 3.블루라인(해운대↔용궁사) - 해운대해수욕장을 출발하여 달맞이길, 청사포, 송정해수욕장, 해동용궁사 등을 운행한다. 4.옐로라인(용궁사↔기장시장)인데, 내가 갔을 때는 오륙도는 태풍으로 가질 못했다. 


짧은 시간에 부산 명소를 구경하고 저녁에 6시에 서울로 출발해 10시경에 숙소로 돌아왔다. 20년 전만 해도 3박4일 정도 걸릴 코스를 1박 2일에 다녀온 셈이다. 


 한국은 요즘 둘레길 걷는 이가 많다. 마침 백수가 된, 걷기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여러 코스를 함께 다녔다. <우면산둘레길>은 사당역에서 우면산으로 올라 예술의전당을 거쳐 양재터미널까지의 코스인데, 3시간 정도 걷다가 너무 힘들어 중간에 예술의전당 샛길로 내려왔다. 경사도 심하고 올 내리막이 많았다. 둘레길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따라 나섰다가 혼이 난 셈이다. 


 그 다음주에는 <도봉산 성인봉>을 갔는데 산행 처음부터 내리 35도 정도의 오르막을 두 시간 정도 걸었다. 마지막 20분간은 50도 경사였다. "걸었다" 보다는 "기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주위에서 도와줘 겨우 하산했다. 하지만, 화강암 절벽과 나무로 이룬 산세는 정말 아름다웠다. 서울에 그런 명산이 있다니, 좁은 땅덩어리라고 투덜거릴 일이 아니다. 다시는 그런 산행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벌써 다시 가보고 싶다.  


남양주시의 <별내 둘레길>은 옛 구리시에 생긴 별내신도시 사이를 흐르는 용암천을 따라 산책길을 조성해 놓았다. 별내역에서 그 길을 따라 가면 은하수 물길공원이 나오고, 그 주위의 얕은 산들을 걷는 코스가 다양하게 있다. 


잘 정리된 신도시 아파트 단지를 걷는 것은 한국 둘레길에서만 느끼는 특이한 풍경일 게다. 산언덕에 멋진 별내 카페촌이 있다고 하던데 시간이 없어 구경 못했다. 


 구로구에 있는 <구로둘레길>은 온수역에서 와룡산-지양산-작동터널-국기봉-궁동터널-매봉산으로 가는 코스인데 약 4 시간 정도 소요된다. 약140미터의 얕은 산이지만, 매봉산 정산에 오르면 서울을 둘러싼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실 산봉우리 보다는 "아, 서울에는 아파트도 참 많다"는 생각이 앞서는 풍경이다. 


 <청계둘레길>은 개천절에 걸었다. 용두역에서 출발해 청계천을 따라 광화문까지 걷는 코스인데, 약 4시간 정도 걸린다. 코스 중간 중간에 쉼터가 있고 둘레길 양 옆으로 고층빌딩이 있어 시내 속 적벽을 걷는 색다른 느낌이 있다. 


세운상가로 올라가 종로3가에 있는 종묘 앞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가 광화문을 거쳐 경복궁까지 가서 북촌길까지 걸었는데, ‘언제 다시 이 길을 걸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마침 집회가 있어 어마어마한 인파를 볼 수 있었다.  


북촌길에는 길거리 공연을 볼 수 있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 관광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둘레길을 걸으며 "이만하면 살만한 고국인데…" 개운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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