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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냐
allellu

2004년 3월11일, 새천년민주당 유용태 원내총무와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성 발언' 등이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탄핵안 발의 다음 날인 3월 1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밤샘 농성을 하며 탄핵 저지를 위해 국회의장석을 점거했고, 야당의원들과 거센 몸싸움이 난무했다. 이때 한나라당 출신 박관용 국회의장은 경호권을 발동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안건 소개나 찬반 토론을 생략한 채 일사천리로 진행됐으며, 결국 이날 오전 11시55분께 찬성 193명, 반대 2명으로 가결됐다.

 

당시 사회부기자로 부산의 한 공공기관을 출입하던 필자는 점심식사를 미룬 채 TV 생중계로 난장판 국회를 지켜봤다. 
탄핵 과정에서 기억에 뚜렷하게 새겨진 장면은 국회본회의장에서 울부짖던 유시민 의원과 "대한민국은 어떤 경우에도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던 박관용 국회의장의 모습이다. 수많은 언론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어떤 한나라당 의원은 환하게 웃으며 "대한민국 만세! 자유민주주의 만세!"를 목놓아 외쳤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시점이 문제였을 뿐,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 현재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취임한지 고작 14일째부터 '탄핵'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후 1년 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00여 차례 넘게 탄핵 이야기를 꺼냈었다.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최근 한인사회 어떤 인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첫 질문이 대뜸 이랬다. "당신은 보수냐, 진보냐."
글쎄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빨치산이 득실거리던 지리산 근처에서 태어나 경상도에서만 40년 넘게 살았으니 보수적 가치관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다. 북한을 극도로 싫어할 수밖에 없는 보수 기독교 가정의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고등학교 때 전교조 소속이던 1년 차 교사가 강제로 교단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보면서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학생 때는 화염병 꽤나 던지고, 각목 들고 전경들과 맞서기도 했으니 진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 때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은 적도 있다.

 

한국에서만 20년 가까이 일간지 기자생활을 했지만 최근 한국 상황을 보면 좌우 대립이 더 극한으로 치닫는 것 같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로지 상대 진영을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당신은 보수냐, 진보냐"고 묻는 질문에는 은연 중에 "너는 나하고 같은 편인가, 아니면 적인가"라는 판별의지가 숨어 있다. 좀 더 심하게 이야기 하면 '내가 서 있는 진영이 선이고, 너희들은 악의 축'이라는 무서운 패 가르기 시도가 꿈틀거린다.
이런 끔찍한 사회적 분위기는 광기를 부추긴다. 최소한의 진실마저도 인정하기를 거부한 채 교묘하고, 얄팍한 논리로 빠져나가려는 술수만 판을 친다. 누가 세치 혀로 더 잘 깐족거리며 국민들의 눈을 속이는가에 따라 유능함의 여부가 결정된다.

 

사람들끼리 편을 갈라 진보니, 보수니 싸우는 것은 사실 권태, 심심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하다면, 그것은 주인공인 왕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들의 관심은 국가발전이나 민주주의가 아니라 권력이라는 꿀단지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양쪽에 큰 차이가 없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이 ‘너는 누구냐’고 묻기 전에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1977년 발표된 윤흥길 작가의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에는 ‘권 씨’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 시위에 휘말린 뒤 전과자가 됐다. 유신정권에서 시위의 주모자로 몰렸다면 그가 번듯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결국 일용직을 전전하게 된다. 셋방살이를 하고, 임신한 아내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줍잖게 서툰 강도 짓을 하다 집주인에게 들키기도 한다. 
그런 그가 습관처럼 내뱉는 말은 “이래봬도 나 대학 나온 사람이오”라는 것이다. 하는 일마다 꼬여버린 그의 삶에서 유일한 버팀목은 대학 졸업한 사람이라는 자존심이었다. 그것마저 무너졌을 때 그는 아홉 켤레의 반들반들한 구두만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너는 누구냐"는 질문은 실상 자신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것은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다.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을 동반할지라도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세례 문답 때 몇 가지에 "OK" 했다고 기독교인은 아니다. 목사가 영접기도 따라 할 사람 앞으로 나오라고 부를 때 벌떡 일어나 중얼중얼 읊은 것이 구원의 증표라고 믿는 믿음은 사기에 가깝다.

 

어느 교회 소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이 언제, 어떻게 오실 것인지, 현재 세계의 정세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 화제가 다양했다.
그때 30대 젊은 부부가 한마디 했다. “지금은 예수께서 다시 오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좀 천천히 오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딸, 이제 겨우 4살인데. 앞으로 커서 대학도 다니고, 시집도 가야죠. 호호호” 하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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