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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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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오그랑떡
Hwanghyunsoo

 

 드디어 코비드-19 백신을 맞았다. 우리 집은 리치먼드 힐(Richmond Hill)이어서 욕(York)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신청을 했더니, 바로 접종 날짜를 주었다. 후유증이 있다고 ‘맞아야 되나, 미뤄야 되나’ 하는 얘기가 있었지만 나는 백신을  맞은 날 밤에 좀 어깨가 뻐근할 정도였고 이틀이 지나서는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화이자(Pfizer) 주사를 맞았는데 2차 접종은 112일 뒤에나 맞을 예정이다.

 백신을 맞은 다음날, 아내가 팥죽을 끓였다. 속으로 ‘4월에 갑자기 웬 팥죽 하며…’ 맛있게 한 그릇을 잘 먹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액운이 떨어지라고 팥죽을 쑨 것으로 짐작된다.

동짓날 팥죽 쑤어 먹는 풍속은 중국에서 온 것이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공공씨(共工氏)는 황하를 다스리는 신이었다. 황하의 홍수로 인해 강물이 범람해 그의 아들이 죽었다. 죽은 아들은 역귀(疫鬼)가 되어 수인성 전염병을 퍼트리는데, 병에 걸린 사람들이 뜨거운 팥죽을 끓여 먹고 영양을 보충해 병을 이겨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 즈음부터 붉은 색깔의 팥은 ‘양’을 상징하므로 ‘음’의 속성을 가지는 역귀나 잡귀를 물리친다고 알려진다.

아침마다 새벽 기도를 다니실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도 생전에 팥죽에 대한 이런 믿음이 강했다. 팥죽을 먹으면 병에 걸리지 않고 나쁜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자신의 편안 때문이 아니라 자식들의 건강과 앞날을 위해서였다.

동짓날은 물론이고 새로 이사를 가면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눠 먹었다. ‘병이나 액운은 나만 괜찮으면 되는 게 아니고 이웃도 함께 해야 한다’ 라는 예부터 내려온 질기고 거룩한 믿음을 신뢰한 것이다.

이곳 토론토에서도 팥죽을 잘하는 음식점이 있다. 노스욕(North York)에 있는 <핀치 정수네 뚝배기>다. 이 집은 팥죽과 비슷한 팥칼국수도 파는데, 진한 팥 국물에 칼국수 면을 제대로 우려내 고국의 시장에서 먹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팥칼국수는 원래 전라도 지방에서 많이 먹었는데 팥물을 끓인 후 가라앉은 앙금에 밀가루로 만든 면을 넣고 끓여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하여 만든다. 팥칼국수를 먹을 때 전라도 방언으로 ‘싱건지’라 불리는 동치미와 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어야 제 맛이다.

 토론토 한인타운(Koreatown)에도 팥죽을 하는 곳이 있는데, 블루어(Bloor St.)와 크리스티(Christie St.)에 있는 <만나>이다. 이곳은 팥죽뿐만 아니라 호박죽, 깨죽 등도 판다.

 차이니스 레스토랑에도 팥죽을 파는 곳이 있는데, 우리 죽처럼 팥을 곱게 갈아 걸쭉하게 쑨 것이 아니고 알갱이를 푹 삶은 팥물에 단 맛을 낸 것이어서 그리 깊은 맛은 없다. 주로 메인 음식을 먹은 후에 후식으로 먹는데 콘지(congee)를 파는 음식점은 대부분 팔고 있다.

 

 

 어머니는 팥죽 말고도 오그랑떡이라는 것을 자주 만드셨다. 오그랑떡은 멥쌀가루를 익반죽 하여 경단을 빚어서 팥과 같이 부드럽게 삶아낸 떡이다. 떡을 삶을 때 그 모양이 동그랗게 오그라들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그랑떡은 주로 함경도 지방에서 발달했는데, 다른 떡에 비해 부드럽고 말랑해 어린이나 노인들이 먹기 좋다. 떡의 주 재료인 붉은팥은 밥맛이 없거나 잠이 안 올 때, 신경쇠약 증세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떡을 만들 때는 약한 불에서 팥물이 경단에 배이게 은근히 끓여주어야 부드럽고 맛있는 오그랑떡을 만들 수 있다. 어렸을 적에 나는 오그랑떡을 만든 날이면 보자기에 싼 떡을 들고 어머니를 도와 근처 친척집으로 날랐던 기억이 있다.

 떡은 곡식을 가루 내어 찌거나 삶거나 기름으로 지져서 만든다. 찌는 떡은 만드는 과정이 좀 복잡해서 가정에서 만들기 쉽지 않지만, 삶은 떡과 지지는 떡은 비교적 만들기가 간편해 가정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

 

 

토론토로 이민 오기 전에 ‘혹시 떡장사나 한번 해볼까’ 해서 떡집 자료조사를 한 적이 있다. 기억나는 곳이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있는 <호원당>이라는 곳이었는데, 마침 친구가 그곳 제품 포장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벤치마킹을 했었다.

<호원당>은 3대가 이어온 유서 깊은 떡집인데, 진기한 궁중떡을 일반화한 고급 떡집이다. 그래서 이런 고급 떡을 해외에서 만들어 팔면 어떨까 싶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오래된 교민들은 가정에서 웬만한 떡은 만들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교민들의 생활수준이 고급 떡을 사 먹을 정도의 경제적 환경도 아니어서, 떡장사는 머릿속 구상으로 그치고 말았다.

요즘은 좋은 떡집들이 많은데, 페이스북의 <토론토 맛집>이 추천한 <달제과(Luna Bakery)>이라는 곳은 매일 새로운 전통떡을 만들어 선보인다. 손힐(Thornhill)의 돈캐스터(Doncaster Ave.)에 있는데, 일반 슈퍼에는 납품하지 않고 자체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곳이어서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신선하고 맛있다. 소량을 만들어 당일에 재고 없이 다 파는데, 가끔 오그랑떡 비슷한 새알로 만든 단팥죽도 맛볼 수 있다.

 떡은 사람 사이에서 ‘끈적끈적한 관계’를 뜻한다. 그래서 떡은 이웃과 고루 나눠 먹었다. 예부터 ‘덕(德)과 떡은 나눠 먹으면 훈훈하고 더 맛있다’고 한다. ‘떡’ 자에서 ‘ㄷ’ 하나만 떨어지면 덕이라고, 떡의 어원이 덕에서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원의 옳고 그름을 떠나, 덕은 베풀어야 하고 떡은 나누어야 떡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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