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8 전체: 185,667 )
눈이 녹는 공원
sungmimpark

 

눈이 녹는 공원

 

 

눈이 녹는 공원에는 나무와 꽃보다
서둘러 나온 잔디가 먼저 반긴다.
누렇게 젖어 있는 잔디 사이로
새롭게 돋아나는 푸른 잎
바람 차갑고 눈이 내릴 때
철새처럼 떠나지 않고 자리 지키며
얼마나 등이 시렸을까?
지난 여름 무심히 밟고 간 발 기억해
녹는 눈 사이에서 얼굴 내민다.
나무들 저마다 먼저 봄을 맞으러
잎 하나 매달리지 않은 팔을 들고
하늘 향해 발돋움 하며 서 있는데,
나무에게 봄은 하늘에서 떨어진다.
발에 밟히는 잔디 여전히 푸르고
봄은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오고
이미 발 밑에 와 있다고 말한다.
겨울을 나며 부닥친 서러운 일과
아픈 상처들 벽돌처럼 쌓여 담 되지 않고
눈이 녹듯 사라져 흙으로 돌아간다.
눈과 함께 더욱 푸른 잔디를 보노라면
아이들 뛰어나오는 발자국 소리 들리고
웃음소리 잔디 위에 꽃보다 먼저 핀다.
눈이 녹는 공원은 눈보다 잔디가 많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